최고·최대 지향하는 한국인 자화상 되풀이‘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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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최대 지향하는 한국인 자화상 되풀이‘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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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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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량선교사 100만명 파송’ 이렇게 생각한다

배광진 목사<기장 선교사업국 해외선교부>


우리 민족만큼 최고와 최대를 선호하는 민족도 드문듯 하다. `세계최고` `동양최대`의 수식어가 우리 주변에 난무하고 무슨 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서명도 그 목표가 백만명은 기본이요, 가끔은 천만명에 이르기도 한다.


외세의 침략과 핍박가운데서 길러진 콤플렉스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연유에서인지 선뜻 단언하기 힘들지만, 단일민족이라고 하는 혈통주의에 근거한 선민의식의 뿌리가 깊고 이에 기반한 민족적 자부심이 굉장히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어느 민족보다도 뛰어나야 하고 높은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 의식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006년 신년하례회를 통해 2020년까지 1백만명의 자비량 선교사를 전방개척선교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MT2020운동’으로 명명된 이 운동은 개신교 1% 미만이 존재하는 전 세계의 모든 영역을 선교의 최전방으로 인식하고 100-150만명에 이르는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성도들과 300만명에 이르는 훈련받은 평신도들, 그리고 20만명에 이르는 단기선교 헌신자들을 훈련시켜 자비량 선교사로서 세계 곳곳에 파송하겠다고 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복음의 전파는 절대 절명의 과제이기에 우리 기독교인들이 그 지상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경 어디에서도 예수께서 복음전파자의 숫자를 언급하시며 공격적 복음전파를 명령하신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사실 이 운동의 실현가능성도 의문이지만, 왜 2020년 까지인지 그리고 왜 한국인 1백만 명이어야 하는지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운동이 주최 측의 설명대로 조직운동이 아닌 가치운동임을 표방한다면, 복음전파를 위한 마음속의 목표치로야 자비량 선교사의 숫자가 1백만명이 아니고 1천만명이면 어떤가? 또한 그 시한도 2006년 이든 2050년 이든 상관이 없다.


이 운동이 가치운동임을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1백만명의 자비량 선교사의 파송을 낙관하는 모습에서 선교에 대한 열정과 비전 보다는 최단 시간 내에 최고와 최대를 지향하는 우리 한국인의 자화상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 땅에 서구 선교사들을 통해 뿌려지고 싹튼 복음의 성장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우리가 세계선교를 행함에 있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단기간에 양산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1백만명의 사역자가 짧은 시간 안에 온 세상 방방곡곡에 흩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파송된 1만 3천여명 해외선교사역자들의 사역을 검증하여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고 사역지에 합당한 선교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일이 더더욱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2020년까지 100만명 자비량 선교사 파송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걸어놓고 거기에 다다를 수 있어도 좋고 다다르지 못해도 세계선교를 향한 비전을 담은 슬로건으로서의 효용가치로 충분하다고 하는 양수겹장식 사고로 이 운동을 펼친다면  ‘MT2020운동’은 누구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과대포장된 운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 세계 속의 한국교회는 이 땅에 뿌려진 복음의 역사와 더불어 질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으로 세계교회들과 협력하여, 조용히 그러나 뚝심있게 선교사역의 질과 내용을 채워가는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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