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초월한 기독교신앙이 분단 극복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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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초월한 기독교신앙이 분단 극복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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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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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앙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교회의 `하나님나라 개념`

박순경 교수<목원대학원 초빙교수>


한국교회가 종래의 반공, 반북 노선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교회가 통일된 새 민족 사회 창출에 관여할 수 없으면, 하나님 나라의 역사적 방향을 영영 상실하고 말 것이다.

교회의 반공, 반북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 그리스도교와 문명을 하나님 나라 복음과 거의 알게 모르게 동일시한다는 사실에 그 근본원인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 교회가 서양의 그리스도교 문명이라고 흠모하는데서 시작된 것이다. 선교사들은 낯선 우리나라에 와서 많이 봉사했고 서양 문명을 매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양은 그리스도교의 종주국이 아니다.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과 사상에 들어있는 문제들을 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투시하고 비판했다. 그 문제는 그리스도교가 지배자, 억압자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눌린 자와 피억압자, 가난한 자와 피착취자의 해방을 위한 유물론적 역사 혁명을 제창했고 무신론을 표방했던 것이다.

대체로 한국교회와 신학은 그 무신론이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의 산물이라는 것을 몰각하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적대시함으로써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의 전통의 문제를 한국에서 재현한 것이며, 따라서 서양을 성서적 신앙과 동일한 것처럼 여겨왔다. 한국 교회의 반공, 반북은 바로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에 들어있는 오류의 산물이다. 그것은 우리의 민족분단 상황을 종교적으로 굳게 다져왔으며, 미국과 주한 미군을 우리 민족의 수호자로 여겨왔다.

그러한 반공, 반북은 종말적 하나님 나라의 의미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우리 곁에 노숙자들이 넘쳐나고, 굶어죽고, 살길없는 이들의 자살행렬이 줄을 잇고 있고,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인민들의 민족 자주성을 뿌리째 뽑아내고 있고, 이라크의 석유자원에 대한 이권을 강탈하고, 대북 선제핵전쟁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고, 우리 민족의 공멸을 가져 올 수도 있는 핵전쟁 가능성과 오랫동안 지속해온 한·미 군사훈련을 폐지하지 않고 있는 민족적 상황에서 한국 교회는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선포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 나라는 세계의 ‘지배자들과 권세들’(principalities and powers)에 대한 의의 심판으로, 가난한 자들과 무거운 짐진 자들에게는 위로와 새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도래하며, 세계 역사에 하나님 나라의 ‘절대적 미래’에 대한 방향에로의 변혁의 계기를 부여한다. 교회는 그러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세계의 변혁운동들을 주시하고 이들과 협조하도록 믿는 자들을 고무해야 할 것이다.

주로 유럽에서 벌어진 저 그리스도교-마르크스주의자들의 상호접근과 대화들, 그리고 남미에서 벌어진 사회주의적 그리스도교 운동은 귀중한 사전들이다. 동유럽과 소련이 붕괴되었다고 해도, 오늘날 그들의 소리가 잘 들려오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그들의 소리를 되살려 내리라.

우리 민족의 분단 상황은 근현대의 세계사의 축소판이다. 우리의 분단 상황과 이에서 연출된 사건들과 범죄들은 아마도 세계의 냉전체제에서 벌어진 범죄를 능가할 것이다. 우리의 분단 상황을 응시하자면,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의 죄악이 역력히 보인다. 바로  우리민족 근현대사에서 우리는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의 패권주의를 관찰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저 마르크스주의적 그리스도교인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종말적인 혁명력은 우주자연과 세계사 전체에 해당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개별적으로 우리 민족의 상황에서 주제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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