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사퇴와 책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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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사퇴와 책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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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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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환 목사<천안대 교수>


우리사회에 일괄사퇴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번 10.26보선으로 인해 열린 우리당은 지난 4월에 이어 불과 반 년 만에 다시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아울러 민노당도 그렇게 텃밭으로 알려진 70%의 지지층을 가진 울산에서 패배하였다. 양당은 이제 그 돌파구의 하나로 책임을 진다는 명목아래공히 일괄사퇴라는 묘책을 썼으나 후유증은 더 만만치 않다.

물론 이런 파장은 양당뿐만 아니라 전체 정가에 파장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여당만의 질타는 아니다. 단지 여당은 책임정당이라는 데서 온 책임추궁이 더 가산된 것뿐이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들도 민심의 이반이 얼마나 무섭구나 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옛날과 같지 않다. 국민을 우롱하거나 속이거나 무시한 독선이나 독주는 반드시 심판 받는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전보다 사회가 더 투명해지면서 검증의 폭이 더 넓어졌고 세밀해졌다. 근간에 와서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지난 정권시 대서특필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부정이나 비리사건들이 거짓이나 오판된 잘못으로 판별되어 나오는 현실을 보면서 정치권의 부도덕성을 개탄치 않을 수 없다.

또한 국책사업의 오판으로 인한 막대한 국가예산낭비라든가 자기 영달을 위한 나라의 고급 비밀들을 유출시키는 행위는 그대로 간과할 수 없다.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민주화라는 미명하에 특이한 군사기밀이나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 비밀까지 여과 없이 공개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가정에서도 가족들에게 공개할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이것을 분별하는 것이 지혜다.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문제점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천하에 다 드러난 국정원 도청사건 같은 것도 ‘내가 잘못했습니다’ 하는 좀 떳떳한 폭넓은 인재가 없다. 전직 대통령, 국정원장 가릴 것 없이 하나같이 모르는 일이라고 하니 어떻게 밑에 있는 사람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윗선의 어른까지도 도청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위기는 도덕위기다. 인간본질의 위기다. 이제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단지 사표 한 장 내는 것으로 책임이 면제된다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실이 짜증스럽고 미워진다. 이번 양당의 일괄사퇴는 결코 사건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게 될 것이다.

당, 정, 청 똑같다. 책임 없는 행동으로 나라전체에 큰 어려움을 준다. 어려울 때일수록 부족을 회개하고 다시 결집하여 국민을 섬기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어느 때보다 책임정치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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