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더 시무한다면 책임있는 후계자 선정 과정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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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더 시무한다면 책임있는 후계자 선정 과정 공개하라"
  • 이현주
  • 승인 2005.10.2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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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 `조용기목사 75세 시무연장` 결의 배경 및 과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의 70세 은퇴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하와이 성회에서 모 일간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적으로 밝힌 뜻이 기사화되면서 부터였다.

이후 시사저널 등에서 교회의 재정 등을 문제 삼았고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이 교회 회계 공개 등을 요청하면서 여러 가지 시끄러운 문제들이 일어나자 조용기목사는 피곤한 듯 “70세에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교회 실행위원회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게 된다. 또 교회는 교회개혁실천연대측에 “70세 은퇴를 위해 민주적 후임선정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조용기목사의 70세 은퇴가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별다른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은퇴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었다.

홍보실에서는 “조용기목사가 만 70세가 되는 시점이 내년 2월이기 때문에 2007년 2월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용기목사가 직접 후임선정 절차를 지시하거나 당회가 결의한 바 없는 이상 밑에서 먼저 은퇴를 추진할 수 없지 않느냐는 해명이었다.

결국 조용하던 교회가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총회에서 총대들이 ‘70세 은퇴 반대’ 성명을 발표하면서부터. 기하성의 성명 발표 이후 교회 장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최고 의결기구인 정책위원회 등이 70세 은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제동걸기에 나섰다.

조용기목사는 지난해 연말부터 일관되게 “쉬고싶다. 은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장로들은 지난 16일 주일예배 후 당회를 열어 75세까지 시무연장을 결의하고 성도들의 뜻을 묻는 것으로 70세 은퇴를 일단락지었다.

조용기목사가 70세 은퇴 약속을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일부 교계 단체들은 허탈감에 빠져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예상했던 결과지만 자신의 입으로 한 약속을 일년도 안되서 깨뜨린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은퇴 시점이라는 숫적 의미보다 합리적인 리더십 이양이 중요한 만큼 지금이라도 책임감 있는 후임선정 등 로드맵을 공개함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번 당회의 결정으로 조용기목사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성도 수 75만이라는 세계최고 교회의 리더가 은퇴시점을 단 1년 앞두고 은퇴를 선언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옥한흠목사가 시무한 ‘사랑의 교회’의 경우 은퇴와 후임선정과정이 5년에 걸쳐 진행됐다.

자신의 나이 만 60세에 은퇴선언을 한 옥한흠목사는 이듬해 청빙위원회를 구성했고 후임자 후보를 놓고 기도하다가 은퇴를 2년 앞두고 오정현목사를 후임으로 공식선언했다.

그리고 은퇴 직전 동사목사로 초청, 6개월간 공동사역을 통해 교회 운영 전반을 인수인계했다. 사랑의 교회라고 해서 성도들의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옥목사는 순장모임이 있을 때마다 평신도 리더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편지를 통해 65세 은퇴 허락을 요청했다. 또 후임이 결정된 후에는 오정현목사에 대해 자주 소개하며 성도들의 충격을 완화시켰다.

물론 교회의 구조부터가 다르지만 사랑의 교회를 샘플로 삼자면 75만 성도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후임선정에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는 13일 공동의회에서 75세로 시무연장이 결의되더라도 조용기목사가 5년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5년이라는 시간은 민주적으로 후임을 선정하고 성도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교회가 벌어놓은 시간이라는 분석이 더 정확할 것이다.

조용기목사의 시무연장에 따른 교계 안팎의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하루빨리 후임자 청빙 절차를 마련하고 한국교회에 이를 공개해야 한다. 또 후임을 선정하고 훈련하는 전 과정을 성도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이후 일어날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조목사의 은퇴에 강하게 반발했던 장로그룹 역시 기득권을 버리고 후임자 선정에 동참해야만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리더십 이양은 비단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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