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창조’를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자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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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창조’를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자체가 문제다
  • 박찬호 교수(백석대학교 조직신학)
  • 승인 2024.05.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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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창조’를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자체가 문제다 57) 창조과학 비판
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모 신학대학에서 촉발된 유신진화론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유신진화론에 대한 유감만을 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것이 학교 운영의 어려움으로 기부금을 가져오면서 창조과학회 인사를 신학교 강단에 세웠던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양비론과도 같지만 그런 면에서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균형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유신진화론을 제외하고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전한 창조론의 입장은 젊은 지구론과 오래된 지구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과학은 젊은 지구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역사가 6천 년이나 만 년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루터와 칼빈도 6천년의 젊은 지구론을 믿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그렇다면 루터와 칼빈이 받아들였던 천동설도 받아들일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성경의 족보를 연구하여 지구의 역사를 계산해 낸 것은 아일랜드의 대주교 제임스 엇셔(James Ussher, 1581~1656)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확히 천지 창조의 날짜를 BC 4004년 10월 23일로 확정하였고 이런 엇셔의 연대기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성경의 족보가 망라된 족보가 아니라는 사실에 의해 논박될 수 있다.


나는 올리버 버스웰(J. Oliver Buswell, Jr., 1895~1977)의 『조직신학』(A Systematic Theology of the Christian Religion)을 이전 학교 동료 교수님과 공역한 적이 있다. 버스웰은 대단히 보수적인 신학자로 알려져 있는 분인데 놀라운 것은 그의 인간론에 보면 소위 창세기의 족보가 망라된 족보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있다. 그 증거로서 버스웰 박사는 창세기 11장에는 없는 ‘가이난’이라는 사람이 누가복음 3장의 족보에 들어가 있는 것(눅 3:36)을 들고 있다. 우리가 성경의 영감을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증거는 우리로 하여금 창세기의 족보가 망라된 족보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즉 6천 년을 인류의 연대로 주장하는 것이 성경 안의 증거를 통해서도 지지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의 측정방법을 통해 나온 결과인 46억 년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면, 성경을 나름의 방법으로 읽어 추론해낸 6천 년도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창세기 1장의 ‘날’을 24시간의 날로만이 아니라 지질학적인 연대로 읽을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오래된 지구론이 젊은 지구론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다. 문제는 창조과학회를 비롯하여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래된 지구론자들을 타협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입장만이 옳다라는 독선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달 전 쯤으로 기억하는데 이 부분과 관련하여 창조과학회 전 회장이었던 모 교수와 토론하는 가운데 자신들은 젊은 지구론뿐 아니라 오래된 지구론도 인정한다는 발언을 듣고 일면 반갑기도 했고 일면 어이가 없기도 했다. 창조과학회를 대표하는 회장을 하신 분이 창조과학을 잘 모르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교수님은 자신들은 창조를 과학으로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항변하셨다. 창조과학회가 그런 오해를 받고 있다는 억울함을 호소하였던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유신진화론과 관련된 국민일보 기사에서 창조과학회는 “창조는 초과학적 사건”이라는 주장을 하였다(4월 19일자)고 되어 있는데 정말 그렇다면 창조과학회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기에 환영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들은 과학으로 창조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발언 이후에 그 교수님은 창세기 1장 7~8절을 시작으로 일련의 성경구절을 인용해 성경이 천동설을 지지하거나 암시하는 말씀은 없으며 지동설을 주장한다는 괴변을 늘어놓았는데 이런 자의적 성경 해석은 창조과학회 사람들이 자주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루터는 성경이 여호수아 11장 12절에서 천동설을 지지하기에 지동설이 틀렸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동설을 비판했다. 그렇기에 성경이 지동설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괴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후 문맥은 성경이 고대근동의 우주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그런 주장을 한 것이었다.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세계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과 성경이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것이다. 또한 성경이 고대근동의 우주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은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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