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고교학점제 유감
상태바
[연합시론] 고교학점제 유감
  • 박상진 소장(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한동대 석좌교수)
  • 승인 2024.05.14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진 교수 / 장신대, 유바디교육목회연구소
박상진 교수 / 장신대, 유바디교육목회연구소

최근 우리나라 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교육정책의 변화로 고교학점제를 들 수 있다. 고교학점제란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여,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제도’이다.

그런데 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철저하게 막으면서 과목 선택에 집중하는 것인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립학교가 존재하도록 하여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지 않고 ‘학점’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식인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신장하고, 학생의 다양한 관심을 충족시키는 가장 중요한 교육제도는 학교의 다양화이기에 ‘고교학교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립학교의 존재 이유도 다양한 특성을 지닌 다양한 학교들이 존재함으로 학생들의 관심과 적성에 맞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고교학점제로 인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학교는 사립학교이며, 그 중에서도 건학이념의 특성이 강한 종교계 사립학교이다. 종교계 사립학교는 독특한 종교적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설립된 학교이다.

예컨대 기독교사립학교의 경우는 기독교적 건학이념과 교육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교육과정이 편성되는데, 거기에는 예배와 다양한 종교적 활동, 생활지도, 그리고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한 교과목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전체 기독교학교의 교육과정은 하나의 유기체적 단일성을 이루고 있으며, 상호연계되어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학생들의 신앙과 인격, 역량을 구비하도록 돕고 있다. 그런데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종교계 사립학교, 특히 기독교사립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심각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고교학점제에서는 종교과목을 필수로 개설할 수 없고 개설해도 개설 학기 수가 제한되어 종교적 건학이념 교육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 둘째, 고교학점제는 그동안 기독교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과 학원선교의 역할을 감당해 온 교목실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종교과목 개설의 어려움으로 인해 종교과목 교사 정원의 축소 및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셋째, 고교학점제로 인해서 교과수업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학교공동체 전반의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한 기독교교육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와 기독교사립학교 연합체가 관심을 갖고 남은 올해의 시간 안에 두가지 극복 과제를 추진하여야 한다. 하나는 외부적 과제로서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건학이념이 독특한 사립학교, 특히 종교계 사립학교는 학교가 건학이념 과목을 필수 공통과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치를 강력히 요청하여야 한다.

다른 하나는 내부적 과제로서 고교학점제 안에서 종교적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은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 진로와 적성을 고려하면서도 종교(신앙)와 관련된 과목, 그리고 간접적으로 기독교세계관을 교육할 수 있는 다양한 고시외 과목들을 개발하여야 한다.

교목실을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교과의 교사들과 협력하여 융합적인 과목들을 만들되 그 안에 종교적 가치관이 스며들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기독학교가 한국교회와 함께 중심을 잡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