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능력을 통해서만 ‘중독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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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능력을 통해서만 ‘중독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4.0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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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에게 ‘부활의 생명’ 전하는 신용원 목사

국내 최초 마약자활 공동체 (사)소망을나누는사람들
“지독한 마약중독자에서 치유자의 삶으로 거듭나”
‘신앙을 통한 영적인 치유와 경제적 회복’ 목표로


“죽어야만 끊어낼 수 있는 것이 마약”이라고 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멈출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처음 마약을 시작하지만, 차츰 더욱 강하고 위험한 중독의 늪에 빠져든다. 마약이 주는 쾌락은 약효가 떨어져 버리면 결국 없어져 버리고 마는 허상에 불과하지만, 뇌의 신경기능과 신체의 통제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어 결국 한 인생을 파멸로 이끈다.

혹자는 마약을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평생 마약의 유혹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마약은 끊어내기 위해 평생 사투해야 하는 문제일까.

20년 가까이 지독한 마약중독자로 살다가 복음을 접하고 중독에서 해방돼 중독자들의 치유와 자활을 돕고 있는 신용원 목사(59·소망을나누는사람들·인천참사랑병원 원목)의 이야기는 달랐다.

지난 14일 인천시 구월동 소망을나누는사람들의교회에서 만난 신 목사는 “마약중독은 어떠한 약물로도 치유할 수 없으며, 오직 성령의 역사를 통해서만 치유할 수 있다”며 “결국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서만이 마약이라는 ‘죄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신용원 목사는 “마약으로 인한 영적인 상처는 오로지 복음으로 치유될 수 있기에 누구보다 ‘부활의 복음’이 필요한 자들”이라고 밝혔다.
신용원 목사는 “마약으로 인한 영적인 상처는 오로지 복음으로 치유될 수 있기에 누구보다 ‘부활의 복음’이 필요한 자들”이라고 밝혔다.

중독은 병리적 문제 아닌, ‘영적인’ 문제

신용원 목사는 국내 최초의 약물중독 치료자활 공동체 ‘사단법인 소망을나누는사람들’을 20년째 이끌어오며, 마약 중독자들의 치유와 자립을 위한 사역에 힘써 왔다. 지금은 60여명의 마약중독자와 가족공동체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며, 복음을 통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는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유대감을 느끼며 회복된 사람이 회복 중인 사람을 리드하고 팔로우하는 선순환의 멘토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부분적인 응급처치만 가능하지만, 빛이신 하나님을 의지하면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중독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중독의 문제를 병리학적으로 설명하고 해결하려고 하지만, 결국 그 뿌리에는 ‘영적인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그렇기에 인위적으로 죄를 끊어내려 애쓰기보다는 빛이신 예수님을 가까이할 때 자연스럽게 모든 중독의 문제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 결국 ‘중독은 복음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영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교회가 최소한의 자기 권리를 방어할 수 없는 마약중독자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 목사는 “이 일은 철저히 ‘약자’를 돌보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비록 잘못된 선택으로 ‘마약중독’에 빠졌다 할지라도 영적인 고아와 같은 중독자들의 삶에 한국교회가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올해 마약사범이 3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약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를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 신 목사는 “사실 마약은 사람들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가정을 해체로 이끈다는 점에서 분명한 패악은 맞다. 하지만 무엇이 한 인생을 마약의 늪에 빠지게 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목사는 청소년 시절 친구의 권유로 처음 본드를 시작했다가 점차 중독의 길로 빠졌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청소년기에 심각한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당시 그에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잊게 해줄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마약이었다. 그는 “거의 하루종일 본드에 빠져 살았다. 외롭고 절망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 있던 열일곱살 아이에게 본드는 그런 현실을 잊게 만드는 가장 좋은 도구였다. 공허한 마음을 채울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면 마약에 이토록 빠져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마약중독자에서 ‘복음 전도자’의 삶으로

점차 더욱 강한 마약에 손을 대면서 그는 1년 365일 중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늘 가공된 환각의 상태에 빠져 살았다. 군대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손가락을 자르고 불명예 전역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이후 폭력배 조직에 가담하면서 종파 싸움에 휘말리게 됐고, 여러 차례 수감생활을 반복했다. 장기적인 마약 흡입으로 신체의 변화도 심해졌다. 30대 초반임에도 치아가 주저앉고 심각한 탈모에 시달렸다. 그렇게 마약에 중독된 채로 몸과 마음이 망가진 그는 극단적 선택의 갈림길에서 파주의 한 기도원으로 향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철저히 혼자라는 절망적인 순간에 ‘은혜받아야 아편을 끊을 수 있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죽겠단 각오로 하나님 앞에 울부짖었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면 평생 하나님을 배신하지 않고 자녀로 살겠다고 절규했는데, 그날 밤 하나님이 저를 만나주신 것입니다.”

그렇게 죽느냐 사느냐의 절박한 마음을 안고 울부짖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성령의 임재를 경험한 이후 암흑 같았던 세상이 한순간에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사실 제 삶은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성령이 임하니 작은 나뭇잎 하나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위로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로는 복음을 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삶이 됐다. 받은 은혜가 너무 컸기에 작은 전도지를 들고 안양역과 신촌역, 신도림역 일대에 나가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성경 말씀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는 신학교에 가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는 “목회자로서 사명을 놓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의 관심은 소외된 이웃을 향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국 교도소에서 간증사역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중독자들을 돕는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교도소에서 만난 중독자들과 인연이 시작됐고, 함께 예배를 드리며 마약중독자들을 위한 치유와 자활공동체를 형성하게 됐다.

중독자의 ‘재사회화’가 공동체의 목표

마약 중독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했지만, 회복 이후 현실적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과제였다. 중독자의 직업 자활을 통해 경제적 자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중독 회복을 논하기는 어려웠기 때문. 처음에는 길거리에 김밥과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푸드트럭을 운영해보기도 했다.

신 목사는 “생각보다 우리 사회의 편견의 벽이 정말 높았다. 요식업으로 총 네 번의 창업을 했지만, 마약을 했던 사람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문을 닫게 됐다. 지금은 2002년부터 디지털 광고업과 화훼업, LED 광고판 교체, 손세차장 등을 통해 중독자의 자활 사역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원 목사와 소망을나누는사람들의교회 성도들.

공동체는 신앙을 통한 영적 치유와 경제적 회복이라는 2개의 축으로 마약중독자의 자활을 돕고 있다. 마약중독으로 인한 금단 현상보다 취업의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를 통해 겪는 좌절과 절망감이 다시 중독의 유혹에 빠지게 한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회복은 중독자들의 경제적 ‘자립’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원 목사는 인천참사랑병원 원목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찾아가 복음을 전한다. 중독자들의 영적인 치유를 돕는 동시에 직업 자활을 통해 재사회화를 돕는 치유 공동체는 전국에 ‘소망을나누는사람들공동체’가 유일하다. 

그는 마약은 끊는 게 아니고, 성령에 의해 끊어지는 것이라고 올곧게 외쳐왔다. 어둠이 빛 앞에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처럼 말이다. 복음을 통해 중독에서 해방을 경험한 그는 26년 동안 철저히 ‘복음이 모든 중독의 해결 방법’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과 인생 전체를 바꿀 능력이 복음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신 목사는 “중독은 완치될 수 없기에 당뇨나 혈압처럼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저는 마약을 하지 않은 시간이 28년”이라며, “애초 의술이나 학문으로 해결되는 문제였다면 저의 모든 사역은 허상이었을 것”이라며, 복음만이 모든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는 통로라고 밝혔다. 

‘소망을나누는사람들공동체’에는 지난 20년간 자활 의지가 있는 마약중독자 수백여 명이 거쳐 갔다. 그는 한국사회가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역량 있는 한국교회들이 이 일에 함께 협력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신 목사는 “교회가 마약중독을 경계하고 대안을 갖지 않는다면, 많은 청년들을 세상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교회가 힘을 모아 치유센터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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