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제도 갖춘 교단 구세군·감리회 뿐 … ‘모성보호법’ 없이 출산 장려는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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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제도 갖춘 교단 구세군·감리회 뿐 … ‘모성보호법’ 없이 출산 장려는 먼길”
  • 보도팀
  • 승인 2024.03.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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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출산운동 기수’ 선언했지만 교단 육아휴직 제도 거의 없어
사회법에서는 1953년부터 … 대체인력과 돌봄 지원 시스템도 절실

출산율이 연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출산과 육아를 지탱해줄 법적 발판인 ‘육아휴직제도’가 교회 내에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교회가 출산운동에 당당히 나서기 위해서는 교단법으로 출산 및 육아휴직이 정당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평가다.

조건 없이 보편적인 출산휴가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교단은 한국구세군(사령관:장만희)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구세군은 이달 초 ‘군국의 정책과 절차’ 회의를 가진 뒤 교단 규정집에 ‘사관의 출산휴가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규정에 따르면 여사관은 출산 전후 90일 유급휴가, 남사관은 출산 이후 10일의 유급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임신 중인 여사관이 유산·사산할 경우 해당 사관이 청구하면 유급으로 유산·사산휴가를 부여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구세군 관계자는 “그동안 ‘사관의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여사관이 (유급)휴가를 신청하는 빈도도 낮고, 휴가를 가더라도 조기 복귀를 택해야 했다”며 “시대가 바뀌어 여사관의 지위와 권한도 높아진 만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의견들이 오랫동안 수렴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이철 목사)도 제한적으로나마 육아 휴직 제도를 신설했다. 감리회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35회 총회 입법회의에서 진급 중인 여성 교역자를 대상으로 월 1회 생리휴가와 출산 전후 3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도록 했다. 여교역자들이 진급 과정에서 출산으로 인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교단 내 최초의 모성보호법으로 여교역자의 권리가 진일보했다는 평가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은 대상이 ‘진급 중인 여성 교역자’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남성 교역자는 제외되고 여성 교역자에게만 출산휴가가 제공된다는 점도 개선점으로 지목된다.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 홍보연 목사는 “진급 중인 수련목회자란 보통 부목사로 풀타임 사역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양성 모두 휴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성에게만 제공된 점은 아쉽다. 일단은 각 연회와 교회에서 잘 시행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 최소영 총무는 “여성 교역자는 교단 내에서도 최약체로 여성 수련목회자의 경우 지원과정에서 임신금지 서약서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한계점은 있지만 모성보호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구세군과 감리회를 제외한 다른 교단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취재 결과 예장 통합, 예장 백석, 기성, 기하성 등 어떤 교단에서도 출산·육아휴직 관련 제도는 발견할 수 없었다. 기장의 경우 지난해 총회에서 ‘여성 교역자 출산과 양육 보장을 위한 헌의’가 올라왔지만 1년 연구 후 차기 총회에서 다시 헌의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그나마 대한성공회 서울 교구가 ‘휴가에 대한 법규’ 4항에 출산휴가 관련 항목을 넣어 시행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여교역자들은 출산 이후 휴직 문제를 개교회의 재량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추락하는 출산율과 여교역자들의 현실은 시급한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단의 움직임은 아직 더디다. 통합 여교역자회장 김영실 목사는 “여성을 목회자로 인정하고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교단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다들 출산율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에만 집중한다. 출산 이후가 훨씬 중요한데 그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 역시 “교단이나 교회의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연히 휴가를 보장받고 있지만, 여성 사역자들은 담임 목회자 성향에 따라 출산휴가 기간이 정해지고, 육아 휴가를 갈 수 있는지 여부까지 결정되곤 한다. 특히 교구를 맡고 있거나 심방을 하는 여성 사역자에게 이런 휴가는 더 언감생심”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사회법에서는 이미 1953년부터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출산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 역시 출산휴가 미부여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엄중한 조치로 출산휴가를 적극 장려한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육아 휴직 장려를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출산·육아 휴직 제도를 늘려가고 있지만 교회는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교단법으로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구세군 역시 기존 교역자가 출산휴가를 떠난 후 필요한 대체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휴직 제도 이후에는 어린 자녀의 양육과 돌봄을 지원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요청도 빗발친다.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서헌제 목사(중앙대 명예교수)는 “여성 사역자들을 위한 휴가제도를 법제화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으로 명확하게 해두었을 때, 임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의무감을 갖고 참여하게 된다”며 “일반 사회에서 이미 오래전 도입된 출산·육아휴가 제도가 출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교회에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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