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아동이 ‘가정’의 요람에서 자라나도록…“입양은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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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아동이 ‘가정’의 요람에서 자라나도록…“입양은 사명입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3.12 2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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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생명으로⑥생명을 지켜낸 위대한 사랑 ‘입양’

매년 시설아동 2,700명…가정위탁과 입양 우선돼야
“그리스도인이 혈연중심적 가치관과 문화 극복해야”

“모든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

어린이의 복지와 건강을 위해 공포된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 1항에 기록된 내용이다. 가정은 아동의 성장 발달을 돕는 가장 바람직한 환경으로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람이자 삶의 터전이 된다.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야 할 권리가 있지만, 세상엔 이러한 기본적인 요람조차 갖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특히 10대 미혼모의 출산이나 위기 임신, 이혼 등 가족 해체로 친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동은 보육시설로 보내지거나 입양을 가게 된다.

친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미혼모에게 무작정 양육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친모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키울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어야 한다.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비난 보다 낙태가 아닌, 출산을 결정한 미혼모를 향한 위로가 필요하다. 모든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입양을 보내는 것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편견,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는 지원활동이 요청된다.

가정은 아동의 성장 발달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며, 기본적인 요람이자 삶의 터전이 된다. 하나님의 양자로 입양된 그리스도인들이 건강한 가정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요람’의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가정은 아동의 성장 발달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며, 기본적인 요람이자 삶의 터전이 된다. 하나님의 양자로 입양된 그리스도인들이 건강한 가정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요람’의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쌍둥이 딸을 공개 입양한 오창화 대표(전국입양가족연대)는 “어찌 됐든 미혼모는 태아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 이들”이라며, “자녀를 키우든 키우지 못하든 그들의 선택을 지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해 원가족이 아니더라도 다른 가정에서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성장과 발달을 도와야 한다”고 요청했다.

무엇보다 보호아동을 위해서는 원가족과 유사한 가정위탁 또는 입양이 시설보호보다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우리나라 보호아동의 경우 2020년 기준 ‘시설보호’가 2,727명(66%)으로 가장 많으며, ‘가정 보호’가 1,393명(34%), ‘입양‧입양전위탁‧무연고위탁’ 415명(10%) 순이다.

주요 OECD 국가(영국 12%, 호주 5.0%, 미국 3.9%, 스웨덴 2.0%) 중에서도 한국의 보호대상 아동의 시설보호 비중은 58.7%로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은 100년 전부터 가정위탁을 강조해왔으며, 그룹홈이나 시설의 경우 청소년이나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입소한다.

오창화 대표는 “보건복지부도 ‘가정 보호’가 최우선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아이를 맡아 키울 가정이 없다 보니 시설로 보내지는 아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매년 시설에 맡겨지는 아동이 2,700명에 달한다. 이들은 평균 11년 이상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한 아동들은 보육원 퇴소 이후에도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높은 취업의 장벽으로 높은 빈곤율과 우울증에 노출된다는 진단이다.

“입양 감소 추세 계속…안전망 시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58년부터 2022년까지 65년간 17만 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국내 입양은 외국으로 보내는 아이들의 3분의 1 정도다. 장애아동의 경우 그 차이는 더욱 크다. 2017년 이후 5년 동안 해외로 입양된 장애아동은 총 588명이며, 국내에는 불과 143명만 입양됐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ISS)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입양 규모는 2020년을 기준으로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최저 출산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반면 국내 입양아의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국내외 입양현황>에 따르면, 2022년 국내외 입양아동은 전체 32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입양아 수는 2013년 686명, 2022년 182명으로 수치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로 태어나는 아동의 수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2020년 ‘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에 대한 부정적 사회적 인식 증가, 법적 절차의 어려움 등을 국내 입양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아동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면서 영아 유기가 급증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래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입양 동의서나 양육권 포기각서가 있으면 입양이 가능했지만,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친부모가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양육 포기에 동의해야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입양을 보낼 수 있다. 그로 인해 출생신고를 꺼리는 어린 미혼모 등이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동은 2011년 35명이었지만, 2012년 79명으로 2배가 증가했다. 법이 시행된 2013년에는 252명으로 올라 매년 25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찾아온 아동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위탁시설로 보내진다.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양자된 특권’을 사회에 나누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입양’이 될 수 있다.

“고아 돌봄은 크리스천의 사명”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혈연과 가문을 중시하는 유교문화로 서양에 비해 입양에 있어 개방적이거나 너그럽지 못했다.

특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의 혈연중심적 가족관과 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과거 대가 끊어지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입양을 고려하지 않는 소극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입양’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창화 대표는 “고아를 돌보는 일은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교회가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는 기쁨을 누리고, 입양과 위탁을 준비하는 가정모임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더욱 많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양이 부담이 된다면, 가정에서 아동을 위탁해 돌봄으로써 가정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다. ‘가정위탁보호’는 부모의 학대나 방임, 질병 등으로 친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일정 기간 위탁가정에서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아동복지서비스를 말한다.

위탁가정은 친자녀가 아닌 동거인의 자격으로 살게 되며, 단기보호(1년 미만)부터 장기보호까지 가능하다. 친부모의 친권이 유지되고 양육 능력이 회복되면 원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양과는 다르다.

입양은 그리스도인의 특별한 사명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보혈을 통해 하나님이 ‘양자’로 삼으신 자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신약성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죄와 사망으로부터 구속돼 그의 자녀로 부르심을 입은 이들을 일컬어 ‘하나님의 양자가 됐다’고 말한다.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양자된 특권’을 사회에 나누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입양’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 자들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교회 공동체는 ‘입양’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또 친부모라 할지라도 생명의 주관자가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모든 아이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며, 부모는 자녀를 위탁해 보호하는 청지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 점에서 모든 부모는 ‘입양 부모’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입양가정을 대상으로 돌봄 목회를 오랫동안 펼쳐온 김현철 목사(프로라이프 고문)는 “가족을 얻는 방법이 출산만이 아니다. 입양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도 선뜻 입양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혈연중심’의 가치관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사랑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을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교회가 먼저 자연스러운 입양문화의 풍토를 만들 것을 요청한 그는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칭할 때 그들의 관계를 ‘하나님의 가족(엡2:19)’이라 칭한다”면서 “개인이 입양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전 교회가 가족으로서 입양아를 키우는 일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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