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에 대한 확신 필요해요!” 청년들에게 ‘선교’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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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에 대한 확신 필요해요!” 청년들에게 ‘선교’를 묻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2.2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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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한국, 지난 15~17일 선교공청회 ‘청미선’ 개최
라운드 테이블 통해 청년들 생각 양적·질적 조사

7.98%. KWMA와 Krim에서 집계한 한국 선교사 22,204명 중 30대 이하 선교사의 비율이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선교사 허입 수치도 회복세를 되찾았지만 그중 젊은 선교사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생 집회에서 너도나도 손을 들고 선교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이제 과거의 흑백 필름으로 남게 됐다.

희망이 없지는 않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조사한 ‘청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기독 대학생 중 14.8%가 ‘해외 장기선교에 긍정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기독 대학생 인구에 대입해보면 약 6만명에 달하는 숫자다. 우려와는 달리 선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이 결코 적지는 않은 셈이다.

문제는 청년 세대와 기존 선교 현장 사이의 괴리다. 지난해 11월 열린 차세대 선교 동원 전략회의에서 송재흥 목사(기성 선교국장)는 “젊은 선교사가 없다고 울상짓지만 말고 젊은 선교사를 품을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선교 현장이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교의 다음세대의 대가 끊길 것이란 걱정이 무성한 것과는 달리 정작 젊은 선교사들이 의욕적으로 사역할 만한 환경은 제대로 조성돼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선교한국(사무총장:최욥 선교사)은 청년들에게 귀를 열었다. 선교에 관심 있는 전국 크리스천 청년 60여명을 초청해 작심하고 그들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지난 15~17일 열린 선교 공청회 ‘2024 선교한국 청미선’(청년, 미래, 선교)에서다. 선교에 대한 청년들의 깊은 고민이 오간 현장을 들여다봤다.

청년들의 선교에 대한 생각은?

“선교의 부르심에 헌신하는데 재정은 얼마만큼 부담스러우신가요? 솔직하게 이야기해봅시다.”

선교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조별로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청년들은 진지한 고민 끝에 스마트폰의 버튼을 눌렀다. 청년들의 생각은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강당 스크린에 집계됐다.

‘2024 선교한국 청미선’은 아래로부터 선교에 대한 생각을 듣는 ‘바텀업’ 방식의 공청회다. 그동안 일방적인 강의나 교육으로 기성세대의 생각을 청년들에게 가르치려고만 했던 ‘탑다운’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 청년들에게 선교에 대한 지식을 주입하기만 했던 기존의 방식은 더 이상 역동적인 선교 운동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선교한국 사무총장 최욥 선교사는 “언더우드가 조선에 왔을 때 나이가 불과 26살이었다. 그와 함께 온 아펜젤러 역시 27살 청년이었다. 하나님은 20대 청년들의 헌신을 통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복음의 씨앗을 심으셨다. 선교 역사는 하나님께 붙들린 청년들의 무모한 헌신에 의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청년들을 가르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있는 성령의 감동을 이끌어 선교의 주체가 되도록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청미선’에서는 5번의 워크숍을 통해 이 시대 청년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각각 ‘영적 각성’, ‘선교’, ‘부르심과 헌신’, ‘선교적 리더십’, ‘연합’을 주제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양적 조사를 통해 선교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가늠하고자 했다. 동시에 조별 토의를 통해 5가지 주제를 놓고 청년들이 생각과 고민을 나누며 앞으로의 선교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다.

‘부르심에 대한 헌신의 다음 스텝은 어떻게 이어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청년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교사가 되려면 당연히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신학공부’가 필요하다는 청년들은 소수에 그쳤다. 대신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인정’과 ‘체계적인 선교훈련’이 파송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정이라고 지목했다.

한번 파송 받으면 죽어 묻힐 때까지 선교지에서 헌신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에도 변화가 있었다. ‘부르심과 헌신의 분야는 변함없이 평생 이어지는가, 혹은 전환이 가능한가’를 묻는 질문에 ‘끝까지 선교사로 남아야 한다’고 답한 청년들은 24%에 그쳤다. 반대로 ‘경력 전환이 가능하다’고 답한 청년들은 7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5점 척도 질문으로 청년들의 생각을 파악해보기도 했다. ‘고난 중에도 하나님이 당신을 부르셨다는 확신을 유지하기 위해 체험적인 증거를 경험하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질문하고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수록 1점에 가깝게, ‘꿈과 환상 등 체험이 없으면 헌신할 수 없다’고 생각할수록 5점에 가깝게 답변하도록 했다. 결과는 2.8점. 환상적인 체험보다는 말씀에 의한 확신에 조금 더 손을 들어준 답변이었다.

‘선교의 부르심에 헌신하는데 재정적인 부담은 당신에게 얼마나 부담으로 다가오는가’에 대해서도 물었다. ‘재정적인 부담 때문에 선교 못한다’면 1점, ‘돈 따위는 조금도 염려가 안 된다’면 5점에 가깝게 답변하도록 했다. 결과는 2.6점으로 단순히 믿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 또한 중요하게 고민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르심은 일회성 아닌 과정

‘청미선’은 그저 청년들의 생각을 듣기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청년들의 생각을 잘 이해하는 멘토들과 강사들을 초청해 선교 헌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포도나무교회 최현기 목사가 ‘영적각성’, SFC 대표 허태영 목사가 ‘선교’, HOPE 부대표 김토기 선교사가 ‘부르심과 헌신’, 아이자야씩스티원 조성민 간사가 ‘선교적 리더십’, CCC 해외선교팀장 김장생 선교사가 ‘연합’ 주제를 맡아 청년들의 토의를 이끌었다. 아침묵상은 학원복음화협의회 대표 김태구 목사, 저녁 집회는 청년사역연구소장이자 산본교회 담임 이상갑 목사가 맡았다.

‘부르심과 헌신’ 영역을 담당한 김토기 선교사는 청년들이 선교에 헌신하는 데 있어 가장 깊은 고민거리인 ‘부르심’을 ‘평생에 걸친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선교 훈련을 받는데 결혼 이야기가 나와 고민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청년은 결혼은 세상적인 것이고 그 결혼이 선교로의 헌신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이야기를 들으며 청년들이 선교 헌신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에 대한 오해도 더불어 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떠밀려 가는 것이 선교가 아니다. 그런 선교사를 통해서 진정한 선교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존 파이퍼는 ‘선교는 기쁨의 폭발’이라고 정의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부르심의 과정을 설명한 김 선교사는 “PK로 자란 저는 사역은 절대 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 때 기독교 공동체를 만나 생각이 달라졌고 학생선교단체 간사로 헌신했다. 그런데 단기선교를 경험한 이후 중국 장기선교사로 사역했고 코로나로 인해 돌아온 이후에는 본부 사역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다음 부르심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부르심은 인생에 유일하고 단회적인 것이 아니다. 부르심의 모양은 너무도 다양하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이 우리 인생을 주관하심을 믿으며 설렘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소명을 확인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고 담대하게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먼저 선교에 헌신한 선배들에게 가감 없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청년들은 패널로 나선 허태영 목사, 김태구 목사, 이승목 선교사(SIM), 이나무 선교사(프론티어스)에게 선교 헌신을 놓고 고민하던 주제들을 털어놨다.

‘선교에 쓰임 받고 싶은데 어떤 나라, 종족으로 갈지 막연하다.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태구 목사는 “시위를 당긴 화살에 궤적이 있듯 우리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왔던 삶과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며 경험한 것들을 되돌아보며 사역지를 좁혀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면했다.

‘장기 선교사로 살아가며 재정적인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승목 선교사는 “우리 세대는 하나님이 채워주실 것을 믿으며 살았다. 하나님은 그 믿음에 신실하게 응답하셨다.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은 일하시고 믿음대로 역사하신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허태영 목사는 “후원 편지 작성과 모금도 사역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재정을 절약하는 연습도 해야하고 펀드레이징에 대해서도 훈련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르심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김태구 목사가 “구원의 확신도 그렇듯 언제나 확신으로 가득차 있지는 않다. 이런 집회에 오면 확신이 충만하다가도 집에 가서 죄 가운데 뒹굴면 확신이 흐려지기 마련”이라며 “오히려 이런 확신에 너무 집착하거나 방점을 두지 말라고 권면하고 싶다. 우리는 개인의 확신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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