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4차 대회, ‘선교의 총체성’ 명확히 하고 ‘한반도 상황’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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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 4차 대회, ‘선교의 총체성’ 명확히 하고 ‘한반도 상황’ 반영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2.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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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의 총체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복음주의자들’ 15일 기자회견 열고 입장문 발표
“최대 2천달러 달하는 참가비 사용계획 밝혀달라” 국제 로잔위에 공개 질의도
인터서브코리아 대표 조샘 선교사가 입장문 발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터서브코리아 대표 조샘 선교사가 입장문 발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잔 4차 대회가 단순히 외형주의 대형행사로 끝나지 않고 한국교회의 회복과 부흥의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역사적인 로잔 4차 대회를 앞두고 한국교회와 선교계의 복음주의자들이 모여 로잔운동을 향한 제언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구교형 목사(성서한국 이사장), 김종호 목사(IFES 동아시아 부총무), 문지웅 목사(청년신학아카데미), 이강일 소장(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 조샘 선교사(인터서브코리아 대표) 등이 주축이 된 ‘로잔의 총체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15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입장문에는 총체적 선교의 기틀을 마련했던 로잔운동이 다시 근본주의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총체적 선교의 완성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 단순히 교회 개척과 직접적 복음 제시만이 선교라고 여겼던 1974년 당시,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이 모두 중요함을 강조했던 로잔운동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것.

입장문 발표 과정에 대해 소개한 조샘 선교사는 “로잔운동의 건강성을 이야기할 때 남미 신학자들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당시 남미는 극단적인 이념 경쟁으로 신음하고 있었고 이를 바라본 남미 신학자들은 단순한 복음 제시뿐 아니라 구조적 악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후 직접 남미에 가서 현장을 경험한 존 스토트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로잔운동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는 강수를 두며 로잔운동에 총체적 선교 정신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1차 로잔대회를 통해 구체화된 총체적 선교 정신은 2차 대회인 마닐라 대회에서 위기를 겪었다.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복음 전도가 우선’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3차 대회인 케이프타운 대회에서 다시금 선교의 총체성을 강조하며 제자리를 찾았다는 평가다.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케이프타운 서약에서 천명한 선교의 총체성이 4차 대회에서 다시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학적 배경을 설명한 오형국 목사(청년신학아카데미)는 “한국교회에서 총체성이라는 단어 자체는 익숙하게 사용됐지만 이해의 깊이는 얕았다. 구두 전도와 사회적 실천을 분리된 것이라 생각하거나 즉각 전도의 결실이 나타나지 않는 사역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그 방증”이라며 “100여년 전 한반도에 온 선교사들은 총체적 선교를 추구했음에도 지금 한국교회는 복음전도의 우선성만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있다. 시대의 영적, 신학적 전환에 필요한 답변을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이 모여 모색하는 것이 로잔 4차 대회의 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로잔 4차 대회가 개최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상황과 영적 필요가 로잔대회에 반영돼야 한다고도 요청했다. 조샘 선교사는 “마닐라 대회에서는 필리핀의 현지 상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케이프타운 대회 당시에는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관련 내용이 문서에는 담겼지만 메인 트랙에서 논의되지는 않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동아시아는 대결과 전쟁의 위기에 직면해있고 한국은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복음은 이런 사회 현실을 떠나서 이야기될 수 없다. 현장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로잔의 주된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제로잔위원회를 향해서는 공개 질의를 통해 참가비 및 재정 운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번 로잔 4차 대회 참가자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기부금이라는 명목의 참가비를 적게는 5백달러에서 많게는 2천달러까지 내야 한다. 이름은 기부금이지만 사실상 참가비와 다름없다”면서 “문제는 이번 대회의 운영비는 한국교회의 모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참가비에는 교통비와 숙박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이 참가비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관련 내용을 이미 지난해 11월 29일 국제로잔위에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로잔대회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반드시 내야 하는 참가비가 맞다. 하지만 ‘등록비’(Registration fee)라고 하지 않고 ‘기부금’(Contribution fee)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이 혼선을 주고 있다. 한국준비위에서도 이런 용어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제로잔위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다소 느슨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이번 입장문이 로잔운동에 대한 반대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조샘 선교사는 “서로 잘 알지 못하던 우리가 모인 것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로잔대회가 건강하게 개최되어 총체적 선교 정신을 이어가길 바라는 단 한 가지 소망밖에 없다. 한국로잔운영위에서도 ‘복음의 총체성’과 ‘한반도 상황 반영’이라는 입장문의 방향에 공감을 보내왔다”면서 “로잔운동은 태생부터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됐다. 이번 입장문은 결코 로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모여 로잔운동을 더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들어가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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