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의 외적 인식의 원리는 하나님의 ‘특별 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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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외적 인식의 원리는 하나님의 ‘특별 계시’
  • 박찬호 교수(백석대학교 조직신학)
  • 승인 2024.01.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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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_43) 학문의 원리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신학자들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안 믿으니 성경을 온전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그 권위 앞에 순종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고, 신학자들이 기도하지 않으니 기도의 무릎을 꿇으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위기를 만나고 있다. 여러 가지 시대적인 환경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신학교육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학이 학문성만을 추구할 때 도리어 교회의 생명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서구의 기독교회가 여실히 보여주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배워야 한다. 배우기를 멈추면 영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신학이 학문이 아니니 신학생들이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한 대표적인 잘못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신학생 시절에 가장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일까? 물론 그것은 기도하고 말씀을 보는 일이다. 개인적인 경건이 무너지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그 어떤 일도 이것보다 우선할 수 없다. 하지만 기도하고 말씀 보는 일만 하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좋은 경건 서적도 읽어야 한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한 여러 가능한 이해 가운데 하나는 “신학은 다른 일반 학문과는 다른 학문이다”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학은 법학이나 자연과학이나 심리학과는 다른 학문이다. 즉 신학은 이런저런 일반 학문과는 다른 학문이기에 자체만의 독특한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벌코프 <조직신학>에도 잘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벌코프가 참조한 바빙크의 <개혁교의학>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벌코프는 학문을 크게 비신학적 학문들과 종교 또는 신학으로 대별하고 있다. 비신학적 학문들을 우리는 일반 학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 학문과 신학의 학문의 원리들은 서로 다르다. 물론 존재의 원리(principium essendi)는 일반 학문이나 신학이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동일하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지식의 원천이요 근원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이 존재의 원리이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신학적 지식의 존재 원리이실 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적 지식의 존재 원리이기도 하시다. 이 부분을 불신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반대하며 이원론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하나님이 존재의 원리인 것은 일반 학문이나 신학이나 동일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외적 인식의 원리와 내적 인식의 원리는 일반 학문과 신학이 서로 다르게 주장한다. 일반 학문에 있어서는 외적 인식의 원리는 하나님의 창조물인 세계다. 우리는 ‘자연에서의 하나님의 계시’라는 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세계는 그 전체가 하나님의 사상을 표현한 것이며, 바빙크의 말대로 “그분께서 크고 작은 글씨로 쓰신 책이며, 따라서 관념론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말을 써넣어야 하는 공책이 아니다.” 신적 지혜로 가득한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물은 모든 일반 학문들의 외적 인식의 원리이며, 하나님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외적 수단이다.

일반 학문에서 외적 인식의 원리가 세계라면 신학의 외적 인식의 원리는 하나님의 특별계시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자신에 관해 알게 하시기를 원하는 지식은 이제는 성경에 담겨진 계시를 통해 전달된다. 하나님은 자신 및 신적인 것들에 관한 지식을 발견하는 일을 인간에게 내맡겨 주시지 않고 자신의 자기 계시를 수단으로 하여 그 지식을 인간에게 능동적으로 또 분명하게 전달하신다.

마지막 남아 있는 학문의 원리는 내적 인식의 원리인데 일반 학문의 내적 인식의 원리는 인간의 이성이다. 하나님의 진리를 세상에 계시하시는 바로 그 로고스는 또한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참 빛이시다. 인식의 능력을 가진 인간의 이성은 로고스의 열매이고, 인간으로 하여금 그의 주위에 있는 세상에서 신적 지혜를 찾을 수 있게 해주며, 따라서 학문의 내적 인식의 원리이다. 이성을 통해 인간은 창조에 계시된 진리를 자기 것으로 한다. 그런가하면 신학의 내적 인식의 원리는 믿음이다. 이렇듯 신학은 외적 인식의 원리와 내적 인식의 원리에서 다른 일반 학문과 차별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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