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침몰하는 ‘유람선’ 아닌 한 영혼 붙잡고 기도하는 ‘구조선’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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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침몰하는 ‘유람선’ 아닌 한 영혼 붙잡고 기도하는 ‘구조선’ 돼야”
  • 대담=이현주 국장, 정리=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1.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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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임석웅 목사(기성 총회장)

꿩을 잡는 것이 매의 일이라면 전도하는 것이 교회의 일
다음세대 전도 안 된다고 하지만 아직 잃은 영혼 많아
결속력 강한 기성교단, 한국교회 연합에도 역할 다할 것

수많은 과제를 떠안고 ‘2024호’가 힘겹게 출항했다.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과 사회 갈등, 세계로 시선을 돌리면 전쟁과 기후 위기,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교회 안을 보더라도 교단 분열과 신뢰도 하락, 코로나 이후 다음 세대 이탈 문제가 심상치 않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장종현 목사)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한교총은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예장 백석)를 중심으로 공동대표회장 오정호 목사(예장 합동), 김의식 목사(예장 통합), 이철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임석웅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함께 리더십 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한국교회와 대사회 현안을 책임 있게 해결할 예정이다. 특별히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는 한교총 창립 이후 최초로 ‘공동 대표회장 분야별 책임제’를 도입해 전문성을 대폭 강화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지는 한교총 대표회장단 릴레이 신년대담을 준비하고 이번 주엔 기성 총회장 임석웅 목사를 만나 한국교회 회복의 길을 들었다.

-총회장 임기를 시작하시며 ‘한 성도, 한 영혼 주께로’라는 표어를 제창하셨다. 화려하고 거창한 사업에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닌 교회 본연의 사명인 전도운동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총회장이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저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기보다는 교단의 상황과 부름에 의해 총회장 직임을 맡게 됐기에 기도를 많이 했다. 그때 주신 말씀이 디모데전서 2장 4절과 마태복음 1장 38절이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데 이르기를 원하신다”는 말씀과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고 하신 말씀이 가슴을 울렸다.

교회와 교단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영혼 구원이다. 더군다나 우리 성결교단은 전도로 시작됐다. 한국인 전도자 정빈과 김상준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복음을 전하며 교단의 씨앗을 뿌렸다. 병원이나 학교를 세우는 간접 전도 방식이 아니라 길거리에 나가 ‘예수 믿고 구원을 받으라’고 외쳤다.

사실 처음엔 교단 표어가 아니라 교회 표어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꿩을 잡는 것이 매”라고 답했다. 교회 본연의 역할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전도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개 교회에도 이 표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교회들이 꽤 있다. 잘 와닿고 적용하기 좋았고, 무엇보다 전도의 중요성에 공감해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전도 운동을 시작하며 공약을 하나 내걸었다. 서울, 수도권, 광역시, 기타 도서 등 4개 권역에서 가장 많이 전도한 사람 5명을 선정해 20명을 성지순례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성도 본인뿐 아니라 담임목회자도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조금 유치해보이는 이벤트일 수 있지만 성도들이 재밌어했다. 담임목사님 성지순례 보내드리자며 전도에 열심을 냈다. 전도에 불을 붙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공약이었다고 본다.

 

-총회장님께서 목회하고 계시는 부산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예배의 중요성, 전도의 중요성이 많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많다. 총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셨을 텐데 교회가 다시 단단히 세워질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요즘 ‘회복’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하지만 회복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고 본다. 회복을 넘어서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코로나19는 위기이기도 했지만 신앙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는 역할도 했다. 예배보다 코로나가 더 무서웠던 사람들은 교회를 떠났고 남아 있는 이들의 신앙은 더 단단해졌다.

전도 운동도 성도들에게 하나의 계기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알곡 신앙인으로 성장한 이들을 위한 촉진제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다. 실제로 일선 교회들을 살펴도 헌금이 거의 줄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성도들이 예배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이미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탄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세대가 ‘멸종 위기종’이 되고 있다. 교회학교는 사라져 가고 청년들도 찾아 보기 힘든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목회 현장에서 실제로 저출산 문제가 실감이 되는지 궁금하다. 총회장님은 다음세대 부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셨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일까?

실제로 그렇다. 저출산 문제는 현실이 되고 있는 사회 문제이기에 교회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출산 인구절벽이라고, 그래서 교회가 부흥이 안 된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전도할 사람이 없던가. 그렇지 않다. 믿지 않는 아이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다음세대에 온 교회가 마음을 쏟고 노력해서 부흥하는 교회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는 다니지 않는데도 아이들을 유아부에 보내는 부모도 있다. 우리 교회는 그런 부모들에게 접근해 복음을 전한다. 교회 시설도 본당 중심 예배가 아니라 다음세대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세대의 영을 깨우는 것이다. 신앙생활은 원래 영적인 일이고 예배에서는 영적인 경험을 해야 한다. 영적으로 정서적으로 주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가는 것이 바로 예배다. 한국교회가 종교예식을 강조하다 보니 인위적인 것이 늘었다. 성찬에서도 사람들이 조작하고 인위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반면 예수님의 성찬은 단순하고 담백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영적인 울림이 있었다. 다음세대 역시 강력한 성령의 임재로 인한 영적 경험을 해야 한다. 표현할 수 없는데 하나님이 믿어지고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 평안과 위로, 나아가 신유의 능력까지 경험해야 한다. 이것이 예배이고 신앙생활이다. 중고등부 시절부터 강력한 영적 체험을 통해 부르심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돕는 것이 기성세대와 교단의 역할이다.

 

-성결교단은 ‘장감성’이라 불리며 한국교회의 한 기둥을 맡고 있다. 2027년엔 역사적인 교단 설립 120주년을 맞게 된다. 오늘날 성결교단의 위치와 역할을 대한 진단을 부탁드린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강점은 결속력이다. 교단 신학교가 단 하나뿐이기에 모든 목사들이 선후배나 다름없다. 질서가 있고 친밀하며 교단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싸우더라도 다시 뭉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교회 내에서 성결교단은 그동안 링크 역할, 윤활유 역할을 맡아왔다. 앞으로도 한국교회 내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하나 되도록 하는 역할을 계속 감당하고자 한다.

요즘은 교단들의 색깔이 점점 융합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예장 고신 진주노회에 연합기도회 강사로 간 적이 있다. 굉장히 보수적인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가자마자 박수를 크게 치며 예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우스갯소리로 “오순절 고신 교단”이냐고 물어본 기억이 있다. 보수적인 교단도 부흥을 향한 열망으로 인해 성령 사역을 부르짖는다. 부흥을 향한 열망, 복음 전파를 위한 사명감만 있다면 한국교회는 하나 될 수 있다.

한교총도 한기총과의 연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장종현 대표회장님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가장 걸림돌이 됐던 이단 문제도 어느 정도 걸러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거룩한 자들이 연합하지 않으면 악한 자들이 활개를 친다. 맑은 물이 나가면 탁류만 남는 원리다. 연합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다만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운영 규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득권을 챙기려 틈이 있는 규정을 만들거나 즉흥적인 규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완벽에 가까운 정관을 만들고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기 위해 건강하게 목회하는 분들이 더 많이 함께해 주시기를 소망한다.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가운데 ‘미디어 소통과 140주년 기념사업 등 홍보 및 기록분과’를 맡게 되셨다. 기독교 140주년을 기리는 동시에 추락하고 있는 한국교회 신뢰도를 끌어올릴 복안이 있다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근대화 과정에 한국교회가 기여했던 사실을 정확히 알려야 하지 않을까. 교회의 사역이 너무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의료, 교육, 스포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교회가 해온 역할이 정말 많다. 일반인들도 이런 일을 교회가 했다고 알 수 있도록 전문가들을 모아 제대로 정리하고 알려야 한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이전에는 교회가 문화를 선도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시대마다 교회가 해야 하는 역할, 교회에 맡겨진 역할이 다르다고 본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계몽과 생계 해결이 필요했고 문화 기반이 약했을 때는 교회가 문화를 선도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사회, 한국문화는 너무도 눈부시게 발전해있다. 지금도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이제 교회는 영혼 구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도리어 더욱 성결해져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지금 시대의 교회에 맡겨진 역할이다. 그곳에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길도 있다고 믿는다.

 

-새해를 맞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해 희망과 당부의 말씀 부탁드린다.

최근 서울지역 남전도연합회 신년하례회를 다녀왔다. 보통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를 하는데 조금 글자를 바꿔서 ‘새해 복음 많이 전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셨다. 그 말씀이 참 인상 깊게 남았다.

교회는 더 이상 희희낙락하는 유람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구조선이 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다. 한 영혼 구원에 대한 절박함으로 한국교회가 일어선다면 우리나라와 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교회 성도 1명이 1년에 단 1명만 전도한다고 상상해보라. 그것만큼 쉽고 강력한 변화의 길이 없다. 새해에는 영혼 구원의 본질로 교회와 성도들이 돌아가기를 기원하며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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