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구절이 많아도 성경은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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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 구절이 많아도 성경은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 말씀’
  • 박찬호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 승인 2023.12.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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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_37) 영감의 범위
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영감의 성격과 관련하여 우리는 유기적 영감이 칼빈을 비롯한 개혁주의신학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이른바 구술설 또는 기계적 영감은 성경을 기록하는 과정 가운데 인간 저자의 역할을 부정하는 극단적인 주장이기에 피해야 할 입장이며 성경의 현상과도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계적 영감은 예수님의 생애와 관련하여 사복음서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 저자들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셨다. 다만 그들의 글 쓰는 일에 있어서 죄의 영향을 억누르시고 그들이 언어를 선택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일을 유기적인 방법으로 인도하셨다는 것이 유기적 영감의 주장이다.

영감의 성격과 관련하여 유기적 영감의 입장을 취하는 개혁주의신학은 영감의 범위와 관련하여 축자(Verbal) 영감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일단 축자 영감이라는 표현이 너무 문자적이라고 하여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성경의 일부분만 영감되었다거나 성경의 언어가 아니라 사상만 영감되었다는 입장은 그 결론적인 귀결이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게 만드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 전체가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었다는 것이 축자 영감의 의미라면 축자 영감에 대한 반론은 상당부분 누그러질 것이다.

존 스토트는 <리더십의 진실>이라는 책에서 고전 2장 6~16절에 대해 강해하며 축자 영감이란 “성령께서 성경 저자들을 통해 말씀하신 것(그것의 문학 장르에 따라, 명백하고 자연스러운 의미에 따라, 인간 저자의 의도에 따라, 각 전후 문맥에 따라 이해된)이 오류가 없이 참이라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축자 영감에 대해 3가지 오해를 소개하고 있다. 1. 축자 영감이란 “성경의 모든 단어가 문자적으로 사실이다”(사전적 정의)라는 의미가 아니다. 2. 축자 영감은 문자 그대로 받아 썼다는 의미가 아니다. 3. 축자 영감은 성경의 모든 본문이 전후 문맥과 분리되어도 참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스토트가 지적하고 있는 이러한 축자 영감에 대한 3가지 오해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의미로 축자 영감을 이해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의 모든 부분이 영감되어 있다고 믿으면서도 축자 영감이라는 말은 쓰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축자 영감이라는 말이 하나님께서 구술하신 것을 제2차적 저자들이 기록했다는 기계적인 개념을 암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완전(plenary) 영감”이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 축자 영감이라는 용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용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용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부분(Partial) 영감은 말 그대로 성경의 어떤 부분은 영감으로 기록되었지만 또 어떤 부분은 영감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성경의 교리적인 부분들은 영감으로 기록되었지만 역사적인 부분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성경의 초자연성이 배제된 부분에 있어서는 영감 개념을 받아들였는데 그들에 따르면 성경의 기록자들은 단순히 특별한 영적 계몽 및 인도만을 누렸을 뿐이며, 그것은 온갖 종류의 역사적, 시대적, 고고학적, 과학적 오류를 막는 아무런 보장이 되지 못하고, 저자들로 하여금 도덕적이고 영적 문제들에 대해서만 믿을만한 증인이 되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 영감의 가장 큰 문제는 성경의 어떤 부분은 영감되었고 또 어떤 부분은 영감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결정을 사람이 한다는 점이다.

사상(Thought) 영감은 언어의 영감이 아닌 사상의 영감을 주장하였다. 성경의 사상은 분명히 신적으로 영감되었으나 그 사상이 옷 입은 언어는 인간 저자들이 하나님의 인도 없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사상과 언어가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상 영감은 부분 영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부분 영감이나 사상 영감은 그 주장하는 바를 따라가면 성경의 권위가 확립되지 못하는 난점이 있다. 성경은 우리의 신앙과 삶의 유일한 기준이기는 고사하고 그 권위를 우리의 판단에 의존하는 하나의 문서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영감의 범위와 관련하여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축자 영감 또는 완전 영감 밖에는 없다. 성경 전체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다는 말은 그렇다고 우리가 성경 전체를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우리의 지각으로는 다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난해 구절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성경은 전체가 다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이 성경관과 관련한 우리의 결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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