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자? 근로자? … 부교역자 법적분쟁 근원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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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자? 근로자? … 부교역자 법적분쟁 근원부터 살펴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11.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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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역자 지위, 대법원 판결이 다른 이유는?

한국교회법학회, 지난 23일 사랑의교회서 학술세미나 개최
“부목사=사역자, 전임전도사=근로자, 종속관계·임금 여부로”

분쟁 막으려면 ‘청빙계약' 필요, 학회 '표준계약서' 공개
“부교역자는 담임목사 동역자, 부교역자 인식개선 요청”
한국교회법학회, 지난 23일 사랑의교회서 학술세미나 개최<br>“부목사=사역자, 전임전도사=근로자, 종속관계·임금 여부로”<br>분쟁 막으려면 ‘표준계약서’ 체결, 학회 모범안 제시<br>“부교역자는 담임목사 동역자, 부교역자 인식 개선도”
한국교회법학회는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교회 부교역자의 지위와 역할'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 A 부목사는 연임 청원을 받지 못했다. 3년간 근무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1년 만에 해고 통지를 받은 것. A 부목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에 의해 서면으로 1개월 전에 해고를 통지해야 하는데, 교회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A 부목사는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 반면, B 전도사는 올해 9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B 전도사는 2012년 춘천 소재 교회가 개척될 때부터 2018년까지 월 110~140만원을 받았다. 교회는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는 직장가입자로 가입돼 있었다. B 전도사는 시간 외 근로수당과 휴일수당 약7,600만원, 퇴직금 약 1,700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담임목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담임목사는 벌금 700만원 유죄를 선고받아 전과자가 됐다.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부목사와 전임전도사는 교회에서 시무하는 부교역자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있어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무엇일까.

B 전도사의 판결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역 교회에서는 재판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법학회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교회 부교역자의 지위와 역할’을 학술세미나 주제로 정하고,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중앙대 서헌제 명예교수는 “부교역자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의 기준은 2가지이다. 하나는 부교역자가 담임목사와 근로관계에서 종속되어 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부교역자의 사례비가 근로 대가로 주어지는 임금인지 여부”라며 “대법원은 부목사의 경우 종속관계가 없는 성직자이며 사례비를 생활보조금 성격으로 보았고, 전도사는 담임목사와 실질적 종속관계에서 교회 일을 하고 보수는 임금 성격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기동교회 진지훈 목사(총신대 신대원 강사)는 “지금 논란의 초점은 사역자나 근로자 중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부교역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데 있어야 한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 또 법원이 교회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채 부교역자들을 기업의 근로자처럼 여기는 것도 문제다. 이는 사역자들의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목사는 본인이 소속된 합동총회 헌법을 기준으로 “장로교회 헌법에서 전도사를 규정할 때 ‘유급 교역자’라고 명시해놓은 것은 전도사 사역이 급여를 받는 걸 전제하기 때문이다. 임금으로 보는 것이 옳다”면서 “사역자로 인정되려면 강제성이 없고 자발적 헌신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돼야 하지만 교회 필요에 따라 소모품처럼 활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진 목사는 성경 속 동역모델 가운데 ‘모세와 아론’, ‘모세와 여호수아’, ‘모세와 방백들’ 관계를 모범 모델로, ‘사울과 다윗’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모델로 제시하면서,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조력자의 위치에 있음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와 담임목회자가 부교역자들을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앙대 서헌제 명예교수는 법적 분쟁을 막고 안정적 사역을 위해 '청빙계약'이 필요하며, 학회 차원에서 마련한 표준계약서를 공개했다.  
중앙대 서헌제 명예교수는 법적 분쟁을 막고 안정적 사역을 위해 '청빙계약'이 필요하며, 학회 차원에서 마련한 표준계약서를 공개했다.  

서헌제 명예교수는 교회 현장에서 부교역자 관련 소송을 예방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 교회와 부교역자 간 '청빙계약'을 체결해 분쟁의 소지를 예방하고, 부교역자들이 안정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서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교회법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투입돼 만든 ‘표준계약서’를 공개했다.

서 명예교수는 “법원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교회와 부교역자 간 어떤 합의를 했는지 여부이다. 그래서 청빙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교회들은 부교역자를 청빙할 때 어떤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계약서가 없기 때문에 법원은 다른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게 된다. 모든 교회들이 청빙할 때 표준계약서를 쓰기를 제안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회법학회 ‘표준계약서’는 2016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부교역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했던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을 기본으로 삼았다.

서 명예교수는 “위임계약으로 할지, 고용계약으로 할지 챙겨야 한다. B 전도사가 소송에서 약 9천만원을 요구했는데, 당시 함께 근무했던 다른 3명의 전도사까지 청구했다면 교회는 거의 4억원이 필요하다. 크지 않은 교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런 어려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 체결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목회 현장에서 부교역자의 역할과 계발에 대해 발표한 새전주중앙교회 서승룡 목사(한국실천신학회장)는 “개인적으로 17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부교역자 논쟁에 참여했던 기억이 있는데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근본적으로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교인 간 관계가 안정적이고 평등한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승룡 목사는 “부교역자는 담임목사의 목회 파트너이며 헬퍼이자 참모, 코치이다. 하지만 목회자로서 대접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목회보다 잡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부교역자들도 단독 목회를 위한 수순으로 인식하고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다른 목회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현실의 한계를 지적했다.

서 목사는 “담임목사와 관계발전을 위해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을 이해하고 담임목사와 교인 간 가교역할을 책임감 있게 감당해야 한다. 교인들과 관계에 있어서도 목회자와 전문가로서 대하고, 파당을 짓지 않도록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담임목사 편에 서는 부교역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 목사는 “부교역자 재신임재 대신해 3년 정도 사역을 보장하고, 부교역자 명칭을 ‘동사목사’로 바꾸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저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전임사역자가 많다면 시간제 교역자로 바꿔야 한다. 부교역자에 대한 담임목사의 인식개선 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교회법학회는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교회 부교역자의 지위와 역할'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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