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언약공동체’가 미래 신학교육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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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언약공동체’가 미래 신학교육의 대안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11.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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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학회, 50주년 52차 학술대회에서 ‘신학교육의 방향’ 모색

1930년대 본회퍼의 지하신학교는 나치 제국의 그늘 아래, 종전 이후 새로운 유럽을 꿈꾸는 대안적 언약공동체였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깊은 신학적 탐구와 나눔을 펼쳤다. 중세의 수도원을 모델로 상호존중과 신뢰의 공동체를 이뤘으며, 지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삶을 공유했다.

현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과 위기 속에 이러한 ‘자유와 상생’의 언약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 미래 신학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기독교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가 ‘대전환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국기독교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가 ‘대전환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임성빈 박사)가 지난 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를 ‘대전환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이날 이학준 교수(풀러신학교)는 ‘대전환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을 주제로 주제강연을 펼쳤다. 그는 앞으로 신학교육이 제도적 교회를 위한 목회자 양성이라는 전통적 틀을 넘어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공동체 실험을 동반하는 유기적인 것이 되어야 하며, 이 실험은 자연스레 새로운 교회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언약적 상상력’에 근거한 대안 공동체로서의 신학교육은 역사적으로는 예수와 열두 제자와의 관계, 사도 바울, 중세시대의 수도원, 본회퍼의 핑켈발데 신학교 등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대하는 신학교육을 나름의 방식으로 실천해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현재 교회의 영적-도덕적 상상력이 신자유주의를 뛰어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에 적응하는데 급급해있다”며, 현재 교회의 모습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면, 세계가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 아래 성취욕과 생존 경쟁에 내몰려 좌절하는 현대인들이 종교, 특히 기독교가 가진 영성과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암묵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대전환기의 상황에서 신학교육은 신자유주의가 이끌고 가는 대전환 시대 자체를 영적-도덕적으로 전환하는데 초석을 놓는 새로운 상상력의 교육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새로운 교회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가 꿈꾸는 신학교육에 대한 성경적인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은 언약공동체, 즉 ‘상생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는 “언약적 신학교육은 크게는 인류와 자연의 새로운 엑소더스(exodus)를 기대하고 준비하는 신학”이라고 밝혔다. 신자유주의의 착취와 유혹에서 지구가 해방돼 하나님의 ‘자녀다움’의 자유와 상생을 누리는 공동체를 함께 꿈꾸는 신학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신학교육은 교육 현장을 ‘공동체’의 현장으로 바꾸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공동체는 살아있는 신앙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교회 탄생(ecclesiogenesis)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가 ‘대전환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국기독교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가 ‘대전환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교수는 “교수와 학생이 언약적 신뢰 가운데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공동체를 이룰 때 학생들도 같은 DNA를 가지고 새로운 교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학자들은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생산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삶을 나누며, 함께 신앙 내러티브(narrative)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가 되기 위한 산파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강연에 이어 ‘2023 학술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선정된 2개의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됐으며, 한국구약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조직신학회, 한국기독교윤리학회 등 14개 회원학회별 발표가 진행됐다. 이어진 정기총회에서는 서울신학대학교 황덕형 총장이 신임회장에 선출됐다.

한편 한국기독교학회는 1973년 발족해 산하에 모두 14개 회원학회가 있으며, 전국의 신학대학교 및 기독교대학의 교수들이 학문적 도전과 학술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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