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참된 의미, 개혁주의 신학의 회복”
상태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참된 의미, 개혁주의 신학의 회복”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10.31 2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TS 한국교회를 논하다 //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선언 20주년 특집

사변화된 신학교육 지켜보며 나온 장종현 박사의 탄식
“지성 중심의 신학교육, 목회할 수 없는 후보생 길러내”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박사는 2003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언을 발표했다. 장종현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잃어버린 채 학문이라는 틀에 갇혀버린 신학교육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사변화 되어 버린 한국교회 신학교육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처음에는 학문을 배격하는 반지성주의가 아니냐는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2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서는 진정한 신학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장종현 박사의 진심은 한국교회 안에서 공감대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CTS기독교TV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이 발표된 지 20주년을 맞아 특집 좌담을 마련했다. 백석대 박찬호 교수(조직신학)가 진행하는 가운데 대구 동신교회 권성수 원로목사(웨스트민스터신학교 특훈교수), 백석대 신학부총장 장동민 교수, 기획산학부총장 이경직 교수가 패널로 나서 “신학이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의 흐름과 진정한 의미를 되짚었다. 

애통하는 심정에서 나온 선언
“처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저런 선언을 용기 있게 할까. 보통 사람들은 할 수 없거든요. 마음 속에 큰 탄식이 터져 나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저 역시 이 문제를 가지고 고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반갑고 시원했습니다.”

권성수 목사는 20년 전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학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목회하면서까지 품었던 고민을 관통하는 해법 같았다.

장동민 교수와 이경직 교수는 장종현 박사가 선언할 당시 학술대회 현장에 있었다. 보통 학술대회 폐회예배는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이날은 달랐다. 장동민 교수는 국내외 약 400여명의 저명한 신학자들이 모인 학술대회로 기억했다. 

장동민 교수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은 신학자들의 놀이터에 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신학교는 성령이 가장 강력하게 일하시는 장소가 돼야 하는데, 신학자들의 지성적 놀이터가 되었고, 지성을 자랑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성령님께서 장종현 목사님을 통해 신학의 본질이 주체가 되도록 하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이 당시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경직 교수는 “한국의 신학교육은 성경 중심의 교육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40여년 전 교육부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해외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강단에 서게 됐고, 신학이론 중심의 강의가 전해졌다. 과거에는 목회를 위한 신학교육이었다면 이후에는 학문으로 신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학교를 설립해 운영해온 주체로서 장종현 박사가 신학교육의 문제를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박사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고 외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애통하는 마음이 컸다.

“신학이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이 나온 더 구체적인 배경도 좌담에서 논의됐다. 

권성수 목사는 “장종현 설립자님의 절박한 마음을 목회 현장에서 실제로 느꼈다. 젊은 목회자들이 교회에 들어오는데 이렇게 해서 목회가 될까 하는 염려를 많이 했다”며 “지성 위주의 학문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목회를 감당할 수 없는 목회자 후보자들이 배출됐던 것이 현실이었다”고 지적했다.

장동민 교수는 “신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학문적인 작업이 진행되는데 왜 학문이 아니라고 했는지 궁금해 하는 분도 있었다. 학문을 무시하는 반지성주의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20년 동안 일관되게 외치신 신학이 학문이 아니라는 선언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금에 와선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성수 목사는 다만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을 표면적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선언의 참된 의미는 개혁주의 신학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반지성주의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성만 가지고 하는 신학이 아니라 지·정·의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참지성주의 신학이어야 한다는 선언입니다. 학문도 살려내고 동시에 목회도 살려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 20년 세월
지난 20년 동안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은 신학교육과 목회 현장에 적용되어 왔다. 선언을 근간으로 개혁주의생명신학회와 개혁주의생명신학포럼이 만들어졌고, 성경적 배경과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도록 했다. 

장종현 박사는 꾸준히 관련 글을 발표하고 설교를 전하면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목회 현장에 적용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주었다. 

이경직 교수는 “성령에 의지하는 강력한 말씀 선포를 통해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의미를 밝혀왔다. 그 결과 개혁주의생명신학은 백석학원과 백석총회의 신학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됐고, 개혁주의생명신학 7대 실천운동까지 나오게 됐다”며, “국내 신학자들은 선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됐고 해외 석학들도 공감하고 협력하게 됐다”고 변화와 발전 과정을 언급했다.

장동민 교수는 “백석학원 내 교수진들도 대부분 찬동하고 연구에 적용해가는 정도로 확산되어 왔다”면서 “교수를 선발하고 교과과정을 운영할 때도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핵심을 반영했다. 성경이 진짜 하나님의 말씀으로 쓰여 있고 우리가 어떻게 받아야 되는가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았다”며 내부의 긍정적 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목회적 관점에서 조명한 권성수 목사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도전을 받으면서 목회에 대한 반성이 시작됐다. 예수님께서 하신 사역, 본질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목회 현장에서 안심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또 목회자들에게 좋은 콘텐츠까지 제공하고 있다. 신대원 지원자가 감소하는 현실을 접한 신학교 총장들이 이제는 관심을 갖게 됐다. 백석 출신들은 안심하고 교회에서 쓸 수 있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경직 교수는 “신학교육의 변화가 이뤄져서 강단에서 말씀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 긍정적 변화”라고 이야기했고, 장동민 교수는 “개척을 두려워하지 않는 백석대 신대원 졸업식의 도전정신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고 도전했다. 

그렇다면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이 나온지 20주년을 넘어, 앞으로 어떤 변화와 노력은 필요할까. 권성수 목사는 “성경 중심, 현장 중심으로 신학교의 커리큘럼이 바뀌어야 한다. 백석대 신대원에서 하는 것처럼 신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변화가 일어났으면 한다”면서 “목회자들을 위한 재교육을 실시할 때에도 이런 관점에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권 목사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을 해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영어자료가 많아져야 한다. 교회에서 훈련할 수 있는 교재도 확보될 뿐 아니라 단계별 과정을 만들어 교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면 한다”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