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요? 제가요?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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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요? 제가요? 왜요?”
  • 이찬용 목사 (부천성만교회)
  • 승인 2023.09.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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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기업뿐 아니라 요즘 공직사회에서도 이른바 ‘3요 주의보’가 불고 있다고 합니다.
업무를 지시했을 때 “이걸요? 제가요? 왜요?”와 같은 반응부터 나오는 공무원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지요.

한 국장급 간부는 “3요가 MZ세대만의 문제로 여겼지만, 요즘 그렇지도 않다”며 공직사회 사기가 떨어져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이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나요.

사실 이런 현상은 공직사회뿐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교회 식당에 주일 봉사할 성도가 없어서 외부 회사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성도들과 교회가 얼마씩 재정을 부담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구요. 겨울의 반 양식이라고 하는 김장도 우리는 1,000포기 넘게 뚝딱 해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젠 하려고 하는 성도가 없어 회사에서 주문해 사 먹는 교회들이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성가대 가운 세탁비도 성가대원 한명 한명이 청구하기도, 복사 몇 장 했다고 그 돈을 교회에 청구하기도 한다네요.

교회학교 부서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들도 100% 교회에 청구하기도, 예전 우리가 교사할 때 주머니 털어 아이들 간식 사주고, 선물해주고 했던 일은 이제 추억이 되어 가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교회에 불이 군데군데 켜져 있어 뭔가 하고 봤더니 이종수 집사가 교회 지하 주차장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백철용 장로님은 2층 보일러실 배관 접속 부분 문제가 있다고 실리콘 작업을 하고 계셨구요. 본당에서 기도 소리가 들려 잠깐 봤더니 정순애 전도사님과 이동숙 권사님이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성도들은 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교회에는 밤 9시부터 기도하고 철야 하는 성도들이 거의 매일 있기도 합니다.

이런 걸 누가 시킨다고 하겠습니까?
괜히 마음 한쪽이 고맙고, 미안하고, 주님께 죄송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월급 받고 일하면서, 아무 조건이나 보수 없이 저렇게 마음을 다해 헌신하는 모습이 바래지진 않았나 스스로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나를 주목하며 보는 이가 하나도 없어도, 그저 이게 내가 할 일이지 하는 마음이 들면 묵묵히 그 길을 걷는 성도들이 부럽기도 하고 말입니다.

신앙생활은 ‘홀로 또 함께’ 가는 길이라는데요. 분명 화요일 저녁 우리 교회 성도들은 그 길을 걷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돈이 최고라 하고, 이기적이고, 손해 보지 않으려 하고, 희생하고 섬기는 게 낯설어 보이는 이 시대에서도 분명 흰 옷 입은 몇몇 성도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기꺼이 손해 볼 수 있는 마음을 제게도 달라며 진실한 기도를 주님께 나직하게 드려봤습니다. 그리고 긍휼히 여겨 달라는 기도도 함께 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성도님 신앙은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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