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폭염 속 홀로 계신 부모님, 더위 참다 열사병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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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폭염 속 홀로 계신 부모님, 더위 참다 열사병 위험
  • 송태호 원장(송내과)
  • 승인 2023.07.27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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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불안 3대 요소를 대비하라 (1) 건강 - 노인을 위한 여름철 열성질환 예방과 대처

주변에 혼자 사는 어르신 있다면 자주 심방
체온의 급격한 상승, 뇌와 장기에 손상입혀


내가 하남에서 환자들을 진료할 때였다. 하남은 독특하게도 아파트와 농지가 뒤섞여 있는 도농 지역으로서 나이가 많으신 만성질환 환자들 중 일부는 아파트에 거주하시면서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키우고 계셨는데 그분들 중 몇 분이 한여름 뙤약볕 속에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시다가 그만 열사병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나중에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황망했는지 모른다. 젊은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 고온다습한 환경 속에서 일하시다가 변을 당하신 환자들에게 의사로서 조금 더 여름철에 주의해야 할 일들을 진료 도중 강조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여름 무더위가 심상치 않다. 무더운 날씨에 더위를 참거나 논밭에 나가는 분들도 있다. 열사병은 뇌를 망가뜨리는 치명적 질환이기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여름 무더위가 심상치 않다. 무더운 날씨에 더위를 참거나 논밭에 나가는 분들도 있다. 열사병은 뇌를 망가뜨리는 치명적 질환이기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열왕기상 19장에 보면 선지자 엘리야가 실의에 빠져 로뎀나무 아래에서 하나님께 데려가 달라고 간구하는 장면이 있다. 의사인 나는 이 장면을 광야에서 온열질환에 걸린 선지자 엘리야를 하나님이 떡과 물을 주어 치료한 예로 보고 있다.

여름은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계절로, 노인들에게는 열성질환에 대한 더욱 신경 써야할 시기이나 사실 특별하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열성질환은 몸 안의 열이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증가된 체열이 땀 등의 체온 조절을 통해 배출되지 못하여 체온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건 없건 어르신들은 더위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열질환은 증상이 가벼운 열피로에서부터 생명을 앗아가는 열사병까지 다양한 임상병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열피로(Heat Exhaustion)는 열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체내 수분과 염분이 손실되는 상태로, 두통, 어지럼증, 구토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에 즉시 무리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며 수분섭취를 한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회복이 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고 계속 열에 노출되게 되면 열탈진(Dehydration)이 오게 되는데 열탈진은 흔히 일사병이라고 부르며 어지럼증과 두통을 동반하게 되고 체표면이 아닌 심부의 체온이 37도에서 40도까지 올라가며 오심과 구토 복통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의식의 변화가 없는 것이 열사병과의 가장 큰 차이다.

이때까지는 열에 의한 내부장기의 손상까지는 없기 때문에 빨리 서늘한 곳으로 옮겨 옷을 벗기고 젖은 수건이나 찬물로 체온을 내리는 마사지를 해야 하며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시게 해야 하는데 오심이나 구토가 심한 경우라면 환자가 음료를 마시다가 흡인성 폐렴에 걸릴 수 있으므로 정맥주사가 가능한 곳으로 옮겨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흔히 일사병 후 입원을 권유하는 의료진의 조언을 귓등으로 듣는 경우가 있는데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곁으로 보아 정상으로 보여도 체내 전해질이나 산염기 균형이 깨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2~3일 입원하여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사병은 가장 심각한 열성질환으로서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급격히 상승하면서 뇌뿐 아니라 우리 몸의 여러 장기에 열성 손상을 일으켜 빨리 발견하여 치료하는 경우에는 장기적 합병증이 거의 없는 반면 오랜 후에 발견하면 치료가 되었다고 해도 장기의 손상으로 치매나 간부전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남게 된다. 사실 매년 전 세계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을 수십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어떤 해는 그 해에만 6만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하는 아주 무서운 질병이다. 대개 체심부온도 40도 이상, 중추신경계의 이상, 땀이 나지 않는 무한증의 3가지 증상이 나타나면 열사병으로 진단하게 되는데 장기 중에 특히 소뇌가 취약하여 중심이 안 잡히거나 쓰러지고 극심한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체온이 높다면 열사병으로 생각하고 빨리 구급차를 불러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심부체온은 고막체온이나 구강체온이 아니라 식도나 직장의 온도를 측정해야 하기에 일반인들은 심부체온과 상관없이 사람의 의식이 변한다면 열사병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발견 즉시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체온을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시행해야 하며 빨리 체온을 떨어뜨릴수록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다.

대개 혼자 생활하는 노인이나 에어컨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가정, 시설에 거주하는 노약자가 열 관련 질환에 취약하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평소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도 열사병에 노출되기 쉽다. 환자가 열사병이 의심되면 빨리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벗긴 뒤,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덮고 선풍기 등을 이용해 시원한 바람을 쐬도록 해주며, 의식저하 등이 동반되지 않았더라도 어르신의 경우에는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한다.

이런 온열질환의 예방을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이 온열질환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생을 일해오신 어르신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하던 일들을 계속하려는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말려줄 사람이 없는 환경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햇볕을 피하기위해 통풍이 안 될 정도로 옷을 입는다거나 정해놓은 작업량을 끝내기 위해 휴식도 없이 무리하게 일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피로를 풀기 위해 알코올이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은 우리 몸의 수분이 더욱 부족해지는 행동이므로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을 느끼면 작업 도중에도 곧바로 응달로 자리를 옮겨 시원한 음료와 함께 바람을 쐬어 체온을 낮추는 것만이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시골 교회의 성도들이 자녀와 떨어져 살면서 여름철 농사일을 하기 때문에 온열질환의 잠재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목회자나 교역자들은 여러 가지로 힘들겠지만 돌봐줄 사람들이 없는 성도들을 자주 심방하여 성도의 건강을 살피고 병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며 예방법을 권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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