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경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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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경의 모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7.0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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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천안에 위치한 공원묘원에서 특별한 예배가 열렸다. 1981년도에 방배동 총회신학교 학장을 역임한 고 김준삼 목사의 유해를 15년 만에 한국으로 모셔온 날이었다. 멀리 미국에서 생을 마감한 스승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던 제자들은 그의 귀국 길을 환영하며 천안 공원묘원에 모여 감사의 예배를 드렸다. 믿는 자들로서 김준삼 목사의 영혼이 천국에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까운 곳에서 스승을 추억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모습이었다.

김준삼 목사는 신조학을 가르친 교수였다. 방배 총신 학장으로, 백석대 이사장으로 헌신했다.

많은 제자들은 그와의 추억을 고백했다. 땀 흘려 운동하던 추억, 강의 시간에 야단맞던 기억, 고집스럽게 지켜온 신학사상까지 김준삼 목사는 제자들에게 많은 것을 남긴 좋은 스승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이날 천국 가신 김준삼 목사보다, 평생을 아버지처럼 섬기고 섬기다가 돌아가신 후에도 아들 노릇을 하며 머나먼 타국에 남겨진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온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가 보여준 공경의 모습이 훨씬 깊이 가슴에 남았다.

김준삼 목사는 자녀 없이 사모와 한 평생을 살았는데 미국 덴버에서 마지막을 맞으면서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사모도 나이가 들어 남편의 묘소를 찾기 어려운 때가 되자 장종현 목사가 물었다고 한다. “어머니, 어머니는 돌아가시면 미국에 목사님 곁으로 가실래요?” 그러자 사모는 “싫다, 내가 왜 미국까지 가냐”고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장 목사는 부부가 한 곳에서 안식할 수 있도록 김준삼 목사의 유해를 모셔오기로 했다. 자녀가 없는 목사님 부부를 위해 한국에서 영구히 묘소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곧바로 실천했고, 그렇게 김준삼 목사는 1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장종현 목사의 어른 공경은 유명하다. 한번 모신 어른은 돌아가실 때까지 섬긴다. 사비를 털어 장례를 치르고 고인의 가족들까지 살뜰히 보살피는 간증 같은 일화들이 꽤 많다.

희생과 봉사가 사라져가는 시대, 효와 공경의 본을 찾기 힘든 시대, 공경의 모범을 보았다. 불볕더위 속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안장예배는 가슴 뭉클한 감동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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