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중심된 ‘애즈베리 부흥’ … 한국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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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 중심된 ‘애즈베리 부흥’ … 한국도 가능할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4.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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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부터 애즈베리대학서 뜨거운 부흥 운동 이어져
일회성 집회로 끝나선 안 돼, 지속적인 제자훈련이 중요
다음세대 사역 사실상 ‘제로베이스’ 전문 사역자 육성돼야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채플시간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드려지는, 신학교 채플도 아닌 일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드려진 작은 예배였다. 28일 드려진 채플에서 평소와 다른 점은 단 하나였다. 은혜를 갈망한 19명의 학생들이 예배가 끝난 후에도 예배당에 남아 기도의 무릎을 꿇었다. 그 작은 날갯짓은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까지 확산된 애즈베리 부흥 운동이라는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냈다.

자발적으로 이어진 기도는 주최자도 인도자도 없이 밤새 이어졌다. 기도 중에 성령의 임재를 경험한 학생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털어놨고 놀라운 은혜를 경험했다. 학생들의 기도로 시작된 부흥회는 지역사회를 시작으로 미 전역으로 퍼졌고 매일 15천여명이 애즈베리대학이 있는 작은 소도시 월모어로 몰려들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다름 아닌 한국교회가 코로나19를 앓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사회의 모진 비판과 떠나가는 성도들을 바라보며 끙끙 앓고 있는 교회의 모습은 흡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바다 건너에서 들려온 놀라운 부흥의 소식은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다. 주목해야 할 것은 목회자나 교수가 주도한 것이 아닌 Z세대 학생들이 중심이 됐다는 점. 다음세대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특히나 고무적인 대목이다.

부활의 기쁨과 영광 직전에는 돌무덤에서의 3일이 있었다. 돌무덤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시기를 보내는 한국교회에게도 부활의 기쁨이 필요한 때다. 때마침 올해는 코로나19 시대에 사실상 종결을 고하는 해다. 2023년 부활절은 한국교회에도 회복과 부흥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특히 하락폭이 심했던 다음세대의 회복과 부흥을 갈망하며 애즈베리 부흥운동과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부흥운동을 조명해봤다.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놀라운 부흥 운동은 다음세대가 주도했다. 한국교회에서도 다음세대의 부흥이 일어나려면 지속적인 신앙교육과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 육성이 필요하다. (사진:류응렬 목사 SNS)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놀라운 부흥 운동은 다음세대가 주도했다. 한국교회에서도 다음세대의 부흥이 일어나려면 지속적인 신앙교육과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 육성이 필요하다. (사진:류응렬 목사 SNS)

 

학생들 중심으로 일어난 부흥

28일 학생들의 뜨거운 기도는 총장과 학생들의 SNS를 통해 지역사회로 퍼져나갔다. 그 다음 날부터 더 많은 학생들이 강당에 남아 부흥의 열기를 이어갔고 3일차에는 일반 시민들까지 찾아와 강당을 채웠다.

언론도 이 기이하고 놀라운 현상을 주목했다. CNN을 포함한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애즈베리 부흥운동은 미 전역에 알려졌다. 4일차부터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강당 주변에서 수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223일 대학생 기도의 날에 맞춰 캠퍼스 내의 예배는 마무리 지었지만 애즈베리대학 밖에서도 부흥의 불길은 이어졌다.

사실 애즈베리대학의 부흥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대학 설립 초창기인 1900년대 초부터 1970년과 21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몇 번의 부흥을 경험했다. 하지만 올해의 부흥 운동은 이전의 부흥 운동을 감안해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Z세대 학생들이 중심이 됐다는 점이다. 청교도의 나라로 시작된 미국이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빠르게 탈종교 현상이 관찰된다. 그런데 미국 역사상 가장 비종교적인 세대로 평가받는 Z세대가 스스로 기도의 무릎을 꿇었고 부흥의 중심이 됐다. 영향력 있는 리더가 주도한 부흥 운동이 아니라는 점도 독특하다.

직접 애즈베리대학교를 방문해 집회에 참석하고 SNS로 현장 분위기를 전한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 류응렬 목사는 이번 부흥 운동의 다섯 가지 특징을 하나님의 역사로 일어난 부흥 많은 기도를 통해 일어난 부흥 회개와 삶의 변화가 일어난 부흥 신속하고 강력하게 파급된 부흥 하나님의 이름만 높이는 부흥으로 정의했다.

류 목사는 애즈베리대학이 위치한 월모어는 인구 6천명의 작은 도시다. 게다가 부흥이 시작된 28일 설교를 맡았던 잭 미어크립스 목사는 채플을 마치고 아내에게 설교를 잘 못한 것 같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19명의 학생들이 남아 뜨겁게 기도했다. 특별한 설교자나 찬양 인도자가 있지도 않았다. 학교 당국에서 특별한 준비를 한 것도 당연히 아니었다.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와 성령의 강력한 임재로 불이 붙은 부흥이지만 그 배경에는 부흥을 갈망하는 이들의 기도가 있었다. 류 목사는 이전에 애즈베리대학에서 경험한 부흥이 다시 찾아오게 해달라고 오랜 기간 기도한 사람들이 있었다. 애즈베리대학 람 림 교수는 부흥의 원동력을 묻자 자신들이 어떻게 기도해왔는지 간증했다. 팀 테넌트 총장 역시 기도의 힘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단순히 며칠간의 열정적인 집회로 그친다면 이는 부흥(Revival)이 아닌 각성(Awakening)에 가깝다. 하지만 현장에선 뜨거운 회개와 함께 삶의 변화가 일어났다. 에즈배리대학교에 재학하면서 집회 현장에 참여한 김하진 목사는 수많은 회심이 있었다. 어떤 학생 한 명이 음란물 중독의 죄를 털어놓자 다른 이들도 각자 게임, 미디어, 약물중독의 죄를 고백했다. 부흥회가 끝나고 나서도 회복과 기쁨이 이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부흥의 불을 일상에서도

한국에서도 애즈베리대학과 같은 뜨거운 부흥과 회복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부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성화 봉송 주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부산 포도원교회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 in 부산에는 2,500여명의 청년들이 운집해 뜨겁게 기도했다. 학교 안 예배를 세우는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대표:최새롬 목사)웨이크업 운동(Wake up movement)’을 통해 교회학교를 살리고 있다.

다행히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청소년과 청년층의 교회 이탈이 상당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은 이들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예전에는 교회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본인이 마주할 일이 크게 없던 청소년·청년들이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교회에 대한 비판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믿는 신앙이 어떤 것인지 존재론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동안 모여서 예배를 드리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갈급함도 적지 않았다.

다음세대 사역자 고은식 목사(The Way 미래세대 트레이닝센터 대표)최근 강원도 교회 연합수련회에 가서 말씀을 전하게 됐다. 아이들이 너무 뜨겁기에 놀라서 이 연합모임이 원래 지속되어왔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코로나 이전에는 연합 하려고 해도 안 되다가 코로나 이후 간절함과 위기의식을 느껴 하나로 뭉치게 됐다고 대답하셨다. 코로나를 겪으며 이제는 각개전투론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코로나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잠들어 있던 영성을 깨울 열정적인 집회도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실 한국교회 역시 뜨거운 부흥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한국교회 폭발적인 성장의 바탕에는 부흥회로 대표되는 열정적인 부흥운동이 있었다. 선교한국 대회에는 수만 명의 청년이 몰려 열방을 향한 복음의 일꾼으로 헌신할 것을 다짐했었다. 하지만 당시의 열정적인 집회들이 오늘날 다음세대의 영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핵심은 집회와 수련회에서 받은 뜨거운 은혜가 아이들의 삶 속에서 이어지도록 하는 것. 교회와 가정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고은식 목사는 그동안 부모들이 자녀들을 너무 교회에만 맡기고 방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일주일 중 단 몇 시간을 교회에 맡기는 것으로 아이들이 신앙을 이어나가기 힘든 시대가 됐다면서 교회와 학부모가 프로그램으로 엮여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으로 긴밀해져야 한다. 교회와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친밀하게 연계를 이어나간다면 수련회에서 뜨거워졌다가 학교와 사회에서 꺼지는 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세대를 위한 체계적인 신앙훈련도 필요하다. 고 목사는 수련회와 집회를 통해 뜨거워진 아이들을 위한 제자양육이 마련돼야 한다.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정말 깊이 있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사실 부흥이라는 것은 뜨거울 때도 있고 식을 때도 있다. 언제나 뜨겁게 살아갈 수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대표 최새롬 목사는 다음세대를 지도할 전문성 있는 사역자가 양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 한국교회는 신학교에 다니고 있는 전도사나 젊은 교역자에게 교육부서를 맡긴다. 그러다 2~3년이 지나면 다른 부서로 옮겨가고 그 자리는 다시 더 젊은 교역자에게 맡겨진다. 사실상 다음세대 사역에 전문성이 쌓일 수가 없는 구조다.

최 목사는 신학교에서도 담임목사가 되기 위한 교육은 받지만 다음세대를 세우기 위한 교육은 받지 않는다. 교육부서를 맡게 되는 젊은 교역자들은 학자금을 갚느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사역에 제대로 집중하기 힘든 현실이다. 보통 10년은 해야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데 이런 구조에선 다음세대 사역 전문가가 육성될 수가 없다다음세대를 위해 헌신된 사역자가 사역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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