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에 취해 자만하고 안일해진 것 ‘교만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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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에 취해 자만하고 안일해진 것 ‘교만의 죄’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3.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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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여호와의 일을 게을리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요” (렘 48:10)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메샤 비문’에는 모압인들이 자신들의 수호신 그모스를 의지하여 이스라엘을 물리치고 승리했다는 내용이 있어 시선을 끕니다. “나는 그모스의 아들, 모압의 왕, 디본 사람 메샤이다… 나는 카르호에 그모스를 위한 산당을 세웠다. 내가 이 성소를 세운 것은 그모스께서 나를 모든 왕들에게서 구원해 주시고, 그들을 제압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모스가 그 땅에 진노를 품었으므로 이스라엘 왕 오므리가 모압을 오랫동안 압제하였다. 그를 이은 그 아들 역시 모압을 지배하리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가 호언장담을 했지만 나는 왕으로 있는 동안 그와 그 집안을 무찔렀으며, 이스라엘은 폐허가 되었다…” 구약역사서의 기록을 뒷받침하는 최상의 성서외적 자료인 이 비문은 이스라엘과의 대결구도를 묘사하면서도 당시 메샤(메사)가 막대한 양의 양털을 이스라엘에 조공으로 바쳐야 했던 것은 편리하게도 생략하고 있습니다(왕하 3:4 참조). 열왕기하의 전쟁기록에 의하면 이스라엘과 유다의 연합군이 모압을 물리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혼돈시켜 자충수를 두게 하셨기 때문이니 모압 왕 메샤의 당혹감을 짐작할만합니다.

모압은 자신들이 누리는 번영과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교만해졌습니다. “네가 네 업적과 보물을 의뢰하므로 너도 정복을 당할 것이요”(렘 48:7상). 외적의 침입을 별로 받지 않은 것은 지정학적 요인이 큰데도 모압은 자신들의 능력을 한껏 자랑했습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말하기를 우리는 용사요 능란한 전사라 하느냐”(14절). 열방을 꾸짖는 일련의 예언들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부와 권력에 취해 자만하고 안일해진 마음입니다. 휘황찬란한 문명을 자랑했던 이집트도, 온 세상이 두려워 떠는 무력의 소유자 바벨론도, 생활수준과 문화적 성취에서 나름의 자부심이 탄탄했던 모압도, 모두 교만의 죄를 지적받습니다.

그 교만을 다스리지 못한 대가는 굴욕과 파탄입니다. 메샤가 자랑하던 그들의 신 그모스의 앞날은 어떻습니까? “그모스는 그의 제사장들과 고관들과 함께 포로되어 갈 것이라”(렘 48:7하). 이스라엘을 짓밟았다고 비석을 세웠던 모압은 자신이 초토화될 처지가 되고 맙니다. “[파괴의 천사들이] 각 성읍에 이를 것인즉 한 성읍도 면하지 못할 것이며 골짜기가 멸망하였으며 평지는 파멸되어 여호와의 말씀과 같으리로다”(8절). 하나님의 뜻은 강고합니다. 모압은 벌을 받아야하고, 그 일을 집행하는 것도 ‘여호와의 일’이니 그 심판의 일조차 게을리 하는 자가 있다면 형벌을 피하지 못합니다: “여호와의 일을 게을리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요 자기 칼을 금하여 피를 흘리지 아니하는 자도 저주를 받을 것이로다”(10절). 살면서 “너를 치는 것이 여호와의 일이다”라는 말씀을 듣는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사실 모압은 혈통상 이스라엘의 친족과도 같았지만 일찍이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방해했으며, 모압 왕 발락은 점술가 발람을 고용해 이스라엘을 저주하고 음행의 죄를 짓도록 유혹했던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바벨론 침공으로 고통당할 때 이스라엘을 조롱하는 죄를 지었습니다(렘 48:27). 그모스 신을 위해 어린 아이들을 불에 태워 제사하는 만행 역시 하나님의 진노를 부른 크나큰 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열방을 향한 예언은 이스라엘을 향한 예언과 마찬가지로 하나님 백성을 위한 말씀입니다. 예레미야를 비롯한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을 위해 헌신했지만 예언의 선포를 이스라엘에게만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아버지이시자 만군의 주님이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온 세계를 다스리시고 인류 역사를 주재하십니다. 우리의 마음과 눈도 그 하나님께 맞춰 활짝 열려야 하겠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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