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국제 감각 갖춘 통일시대 주역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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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 국제 감각 갖춘 통일시대 주역으로 키운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11.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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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 통일시대 준비하는 두리하나국제학교

1999년 설립된 두리하나선교회에서 파생
코로나로 탈북 줄면서 학생 구성 큰 변화
신앙 교육은 기본…영어와 해외 경험 강조
두리하나선교회 대표이자 두리하나국제학교 교장으로 섬기고 있는 천기원 목사.
두리하나선교회 대표이자 두리하나국제학교 교장으로 섬기고 있는 천기원 목사.

중국의 조중 변방을 돌아보다 인권을 유린 당하고 학대 당하며 굶주림과 북송의 위협에 처한 북한 동포들과 유리방황하는 어린 청소년(일명 꽃제비)들의 참상을 바라보던 25명의 사역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눈물로 기도 모임을 하던 것이 시초가 되어 지난 1999년 여름 두리하나선교회가 설립됐다. 이후 ‘두리하나 교회’와 ‘두리하나 국제학교’, ‘와글와글 합창단’, ‘두리하나 공동체’라는 산하 단체도 잇따라 생겨났다.

선교회가 자리하고 있는 서울시 관악구 은천로는 도로명 주소를 쓰기 전엔 ‘봉천동’으로 불렸다. 받들 ‘봉(奉)’에 하늘 ‘천(天)’. 하늘을 섬긴다는 뜻의 이 동네에 탈북 청소년들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세우는 ‘두리하나 국제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방배동 카페골목에 터를 잡고 10여 년을 지내왔지만, 지역 재개발 문제로 3년 전 지금의 자리로 내몰리듯 이사를 왔다. 이 학교 교장이자 선교회 대표인 천기원 목사(예장 백석 경남노회)는 “처음에는 불만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선교회를 시작한 지 23년, 학교를 시작한 지 18년이 된 지금, 천 목사가 느끼는 탈북 청소년 사역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들어봤다.

 

북한 안 밟아본 탈북 자녀 급증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수는 총 3만여 명. 2009년 2,914명으로 연간 유입 수의 정점을 찍었고, 이후 점차 감소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발생 후 1,000명대였던 탈북자 수가 두 자릿수(2020년 63명)로 급감했다. 이같은 변화는 탈북자 관련 사역 단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천 목사는 “올해도 탈북자 수가 30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탈북 학생들을 유치해야 하는 학교들 가운데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더라”고 전반적인 탈북자 사역 단체들의 상황을 소개했다. 

두리하나의 경우 80여 명이던 전체 학생 수가 현재 50명 수준으로 줄었다. 그나마도 다른 학교들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 이미 4~5년 전부터 입학생 모집 대상을 북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닌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위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 아이들 또한 ‘탈북 청소년’이다. 천 목사는 “탈북 여성들이 중국 등 제3국의 남자와 만나 낳은 아이들인데, 대부분이 인신매매나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태어나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곤 한다”며 “이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보호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근 두리하나선교회의 주요 사역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아이들은 현재 국내법상 ‘탈북자’ 지위를 얻지 못해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천 목사는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는 북한에서 온 아이들만을 지원하게 되어 있다”면서 “탈북자 엄마가 중국에서 낳았거나, 북에서 임신했지만 남한에서 낳았다면 역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천 목사는 이 아이들에 대해서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미 2015년에 제3국 출생 수가 북한 출생을 앞질렀다”며 “어쩌면 북한에서 온 아이들보다 언어나 문화의 측면에서 남한사회와 더 큰 괴리가 있는데도, 제도 개선은커녕 사회가 이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두리하나국제학교는 집중적인 영어 교육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다수의 해외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는 이를 통해 탈북 청소년들이 국제감각을 갖춘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은 올해 여름 진행한 미국 연수 모습.
두리하나국제학교는 집중적인 영어 교육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다수의 해외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는 이를 통해 탈북 청소년들이 국제감각을 갖춘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은 올해 여름 진행한 미국 연수 모습.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학생 구성의 변화에 발맞춰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도 교육과정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 교육과정에 따라가는 것을 우선시했다면, 이제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기초 소양으로 언어를 강조합니다. 북에서 온 아이들의 경우 6개월이면 남한의 언어에 적응했는데, 이제는 2년이 지나도 못 배우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선 억지로라도 한국어를 쓰지만, 기숙사에 들어가면 자기들 편한 중국어를 써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일단 한국어 교육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뒤부터는 ‘영어’ 교육에 집중한다. 두리하나국제학교는 학교 이름에 들어가는 ‘국제’라는 단어에 걸맞게 학생들의 ‘글로벌 감각’을 키워주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춘다. 방학이면 유럽과 미국으로 탐방을 가고 대학 진학도 주로 국내보다는 해외를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천 목사는 “성경의 모세가 강에서 건짐을 받았듯이 우리 아이들도 어린 시절 고통받고 두만강과 메콩강을 건너 건짐을 받았다”며 “또 성경 속 다니엘이 헬라어와 유대어를 다 사용했듯이 우리 아이들도 올바른 신앙을 전제로 중국어와 한국어, 영어에 능통하게 되면 모세와 다니엘처럼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고 학업 못지않게 신앙훈련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검정고시와 대입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우리가 아무리 정성을 기울이고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학생 스스로 열매 맺지 못하면 그만인데, 기적처럼 아이들이 잘 해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올해도 8명의 아이가 국내외 대학에 합격했고, 두리하나는 돕는 손길을 통해 아이들의 등록금을 지원했다. 천 목사는 “교회들이 탈북 청소년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다”며 “북한 선교라는 것이 나중에 통일된 후에 교회 짓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이미 와 있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잘 키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북한선교”라고 말했다. 

천 목사는 끝으로 “우리에게 통일의 연습으로 삼아 탈북자들을 보내주셨다”며 “이미 온 3만 명도 못 품으면서 북한의 2,500만 명을 품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핀란드 연수.
핀란드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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