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토론 - ‘기획 입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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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토론 - ‘기획 입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승인 200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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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4백68명이 지난달 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결쳐 기획 입국함으로써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대량 입국 사태에 한국교회가 적극적인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과, 기획 탈북을 비롯한 이런 류의 운동은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탈북민 구출·보호에 한국교회 적극 동참

김상철장로/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장

이번에 베트남으로부터 탈북민 4백68명이 일거에 귀국함으로써 탈북민 문제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이 이렇게 오기까지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컸고, 외교관들의 자국민 보호 사명감과 더불어 민간 단체 특히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CNKR)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CNKR 보호활동팀은 이미 2년 전부터 중국 남부지역으로부터의 베트남 행 탈출루트를 개척, 베트남으로의 잠입에 성공한 탈북민들의 숙식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 주도록 관계 당국에 요청해 실현시킴으로써 베트남 루트를 탈북민 구출의 대로(大路)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5월, 베트남 현지에 소병용 전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5명의 조사단을 파견해 실태 조사를 마친 후 정부의 관계 책임자를 만나 대책 강구를 요청한 바 있다. 그 결실이 이번에 맺어진 것이다.

CNKR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결성한 특별기구다. CNKR은 탈북난민보호 UN 청원운동을 발의한 후 2001년 5월 1,180만 명의 서명을 달성해 UN 본부에 전달했고, UN 난민 고등판무관(UNHCR) 북경 사무소에 길수 가족 탈북민 7명이 진입함으로써 세계 만방에 탈북민 문제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탈북민을 정치 난민이 아닌 불법 월경 경제 이주민으로 규정하려던 중국 정부나 이에 동조해오던 국내외 정부나 학계의 견해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국제법상 난민임이 국제 사회에서 공인되고 UNHCR도 이를 시인하게 됐다.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은 김정일 독재정권의 폭압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애노를 들으시며 한없이 안타까와 하신다. 그들을 구원하고자 교회와 사람을 부르신다. 이 부름에 따라 한국교회가 탈북민 보호와 북한 구원을 위해 애써왔고, 대대적인 구원 행동에 나서야 하겠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첫째, 탈북민을 구출해야 한다. 지난 3월1일 ‘공산 독재 종식 민족복음화 3ㆍ1절 목회자 금식 기도대성회’에 참석한 2천 명 목회자들의 결의에 따라 발족된 ‘북한구원운동’은 이번에 베트남이 아닌 제 3국에 탈북민 구출 루트와 시설을 ‘완비’했다. 경비만 지원되면 무제한에 가깝게 지속적으로 상당수 인원을 탈출시킬 수 있다.

탈북민 구출은 김정일 집단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북한 동족을 직접 지원하는 길이다. 또 그들이 국내에 정착하면 그들 수중의 모든 돈으로 북한에 남은 가족과 친척의 생계를 돕고 또 탈북을 시키며, 남한과 국제사회의 소식도 전한다.

둘째, 김정일 집단의 통제력이 지금은 북한의 민간 사회에 완전히 미치지 못한다. 북한의 민간 시장을 통해 라디오를 보낼 수 있고 아울러 은밀히 복음도 전파시킬 여지가 커졌다. 경비만 지원되면 이 일에 나설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교회가 큰 일들을 많이 하려면 통일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에게 통일은 자유민주통일이며, 이는 김정일 독재의 종식을 뜻한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간부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통해 김정일 정권에 금전 지원을 함으로써 하나님의 대적자 김정일을 돕는 죄악을 범하기를 중단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탈북민 보호와 구출, 북한에 라디오 보내기, 복음 들여보내기에 대대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이 일은 국내의 가난한 자 구제나 세계선교보다 더 화급한 일이다

놀랍게도 이번 9월 말 LA에서 ‘북한 인권을 위한 미주 한인교회 연합 결성대회’가 열리고, 1천여 한인교회가 여기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나님의 위대한 경륜에 찬양과 경배를 돌린다.

반대

기획 입국·난민청원 불필요한 긴장관계 조성

이근복목사/한민족평화연구소·새민족교회

지난 달 말 탈북자 4백68명이 정부의 송환 교섭으로 2차에 걸쳐 한국에 들어와 새로운 생활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예상한대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의 조평통은 이 사건은 반 민족적 행위이며 6.15 공동 선언에 대한 전문 위반이고 체제 적대 행위라고 성명서를 냈다. 또 북한의 국제적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이고 체제를 허물어 보려는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였다.

우리 정부가 동남아에서 수년 간 떠도는 탈북자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민감한 남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요란스럽게 추진한 감이 없지 않다. 이로 인하여 북한은 남북 장관급 회담 실무 협의에 불응하였고 광복절 남북 공동 행사와 남북 경제 협력 추진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번 송환으로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남북 관계가 훼손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므로 앞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남한이 북한의 자존심을 세워주지 않는다면 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북한은 중국 외에 기댈 곳이 없고, 또한 북한을 경제적으로 세워내지 않으면, 온 민족이 염원하는 통일의 그 날은 남북 모두에게 큰 시련이 될 수 있다.

최근 중국 국경 지대에서는 북한 동포들의 합법적인 월경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이 중국에 먼 친척이라도 있으면 도강증을 떼어주고, 그래서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에 정착하여 북한 가족에게 식량과 돈, 생필품을 넘겨주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탈북의 성격이 많이 바뀌어서 탈북이 체제에 대한 반발이나 극심한 기아 문제보다는 이주 노동자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탈북자가 대량으로 유입하는 시대가 되었으므로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정부는 대규모의 탈북 현상을 염두에 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탈북자들의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적응 훈련을 강화하고 동시에 탈북자를 삼류 인간 취급하는 우리 국민들을 교육해야 한다.

현재의 5천여 명의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어려운 점은 남한 사람들이 그들을 심하게 차별하고 동포로 받아주지 않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이 겪는 일과 똑같다.

탈북자에 대해 한국교회도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지나치게 탈북자들을 대상화하고 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예배에 출석하면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는 그들의 사회 적응 능력을 낮추는 일이다. 탈북자들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면, 교회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이들이 민족 화해의 전도사로 서게 될 것이다. 이런 원만한 교회 생활을 통하여 사회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한국교회가 탈북자들을 형제자매로 끌어안지 못하면서 민족 통일을 말하는 것은 허구이다. 현재의 탈북자들은 통일을 준비시키는 하나님의 선한 도구이다. 그런데 기획 입국이나 난민청원운동은 불필요한 긴장 관계를 조성하여 오히려 탈북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한국교회는 적극적인 북한돕기운동을 통하여 북한 동포들의 마음 밭을 옥토로 만들고, 무리한 북한교회 재건 운동 보다는 복지 선교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탈북자 돕기와 통일 운동의 참여는 민족사에 기여하는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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