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했지만, 사명은 계속돼…후배 선교사 양성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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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했지만, 사명은 계속돼…후배 선교사 양성 꿈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4.0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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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은퇴 여선교사 보듬는 세빛자매회, 김화자 목사·김영자 선교사

강원도에 초교파 ‘해외독신여선교사 은퇴관’ 건립
평생 복음전파 힘쓴 여선교사를 위한 ‘첫 보금자리’

“한평생 복음을 위해 달려왔는데 행정적 은퇴를 했다고 어찌 선교사역마저 멈추겠는가. 평생을 선교에 헌신해온 선교사들에게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 앉아서 쉬라고 해도 당장 섬길 수 있는 일을 찾아 행할 것이다.”

선교 사명에 있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외치는 이들은 (사)세빛자매회 상임이사 김화자 목사(79)와 인도 선교사로 40년 넘게 사역해온 김영자 선교사(80)다. 복음의 황무지와 같은 척박한 타국에서 ‘오직 복음’을 향한 열정으로 청춘을 바치느라 어느새 번듯했던 얼굴에는 주름이 패고 까맣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버렸다. 하지만, 여느 청년 못지않게 뜨거운 마음과 열정으로 은퇴 후에도 평생 선교사로서 헌신하겠다는 강한 소명의식을 전했다.

(사)세빛자매회 상임이사 김화자 목사(우)와 인도 선교사로 40년 넘게 사역해온 김영자 선교사(좌)는 “일평생을 복음 전파를 위해 헌신한 독신 여선교사를 위한 은퇴관 운영을 위해 기도와 마음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사)세빛자매회 상임이사 김화자 목사(우)와 인도 선교사로 40년 넘게 사역해온 김영자 선교사(좌)는 “일평생을 복음 전파를 위해 헌신한 독신 여선교사를 위한 은퇴관 운영을 위해 기도와 마음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은퇴선교사’ 노후 대책 절실

지난달 30일 총회 5층 본지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지난해 11월 건립을 마치고 준공감사예배를 드린 ‘해외독신여선교사 은퇴관’을 향한 기대를 밝혔다. 은퇴관은 20년 이상 해외에서 선교사역을 한 60세 이상 독신 여선교사로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가 없는 독신 여선교사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김화자 목사는 “우리나라는 선교사 파송 규모가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선교 대국으로 1980년대 선교사 파송이 점점 늘어나 90년대에 들면서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 선교는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안타깝게도 파송된 선교사들 대부분이 은퇴 후 노후가 준비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선교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90년대에 파송된 1세대 선교사들의 은퇴가 향후 10년 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정작 한국교회는 이들을 위한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상황에서 (사)세빛자매회(이사장:주선애)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3786㎡(1145평)의 부지에 ‘해외독신여선교사 은퇴관’을 건립하고 평생을 복음 전파를 위해 헌신한 해외 여선교자들이 은퇴 후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됐다.

은퇴관 1호 입주자인 김영자 선교사는 “인도 선교사로 파송된 후 비자문제로 6개월이 지나면, 한국에 입국해 다시 나가야 했다. 선교지에서 고국에 오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친인척 집에 머물거나 찜질방을 전전해야 했다”며 독신 선교사로서 기거할 곳이 없어 겪었던 어려움을 고백했다. 그는 이어 “현지에 있을 때나 고국에 와서도 갈 곳이 없는 것이 은퇴 여선교사의 삶”이라며, “그런데 한국에서 머리를 누일 수 있는 따뜻한 집이 생겼다는 것에서 오는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전했다.

‘해외독신여선교관 은퇴관’ 건립

은퇴관의 첫 시작은 (사)세빛자매회 이사장 주선애 교수(장신대 명예)가 복음의 열정 하나만으로 먼 타국에서 선교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시작됐다. 이들이 선교사역을 끝내고 노후를 보낼 아무런 대책이 없음을 알고, 독신 여선교사들의 주거공간을 위해 자신의 노후 자금을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또 주 교수의 남편 故 김명식 장로가 교회 건축을 위해 부탁한 유산을 보태 총 4억 원을 종잣돈으로 은퇴관 건립을 추진했다.

주선애 교수는 ‘사단법인 문막선교원’이라는 발기모임을 갖고, 은퇴관 건립을 위해 2019년 사단법인 세빛자매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은퇴관 건립은 황영일 장로(포이에마교회)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위치한 부지 3786㎡(1145평)을 기증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세빛자매회 상임이사를 맡은 김화자 목사는 “당시 저는 통합총회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총무로 일하며 은퇴여교역자 교육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과 총괄 책임을 맡았다. 때마침 이 일을 끝낸 저에게 주선애 교수가 제안을 하면서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빛’은 세상의 빛이라는 뜻이다. 악하고 어두운 세상에서 기독교의 빛이 없이는 바른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기독교의 사명을 감당하길 바라는 ‘세빛자매회’라고 칭했다”고 전했다.

40년의 ‘선교 노하우’ 전수 기대

한평생 독신 여선교사로 헌신한 삶의 여정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1982년 통합총회에서 인도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김영자 선교사는 혈혈단신 여성의 몸으로 인도에서 보육원을 설립하고, 힌두이즘에 물든 학생들을 복음으로 깨우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다.

김 선교사는 “뼛속까지 힌두이즘의 다신교 사상에 물든 이들에게 기독교의 유일신 개념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세대별로 전도하다가 3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니 그제야 제대로 복음이 들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4세 미만의 유아 39명과 함께 학교 겸 고아원을 시작했고, 지역사회에 입소문이 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로 규모가 커졌다. 현재 김 선교사가 세운 미션스쿨은 유치원부터 12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1700 여명의 재학생이 다니는 트리니티 학교로 성장했다.

독신 여선교사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너무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느낀다. 저는 매달려야 하는 가정이 없기 때문에 온전히 모든 선교사역을 하나님께 맡기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퇴 후 귀국한 여선교사들을 위한 교단 차원의 대책이 없는 것에 대해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교회에 선교관이 있는 곳도 있지만 1~2주 단기만 머무를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친인척 집에 방문을 해도 민망함에 하루 이틀 머무르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은퇴관이 생겨 영적으로나 육신적으로 안정적인 마음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선교의 부픈 꿈을 안고 타국에 갔을 때 가장 크게 경험하는 것은 언어적 장벽과 낯선 문화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현지에서 3~40년의 선교 경험을 가진 은퇴선교사들이 모여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한다면 후대 선교사들의 선교사역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선교사는 “나이가 여든이지만, 제게는 선교를 위해 남은 소명이 있고 여전히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다.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선교지에 간다”면서, “은퇴관에서 우리가 가진 언어 능력과 선교 경험으로 다음세대 선교사들을 위해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섬김의 손길 계속 이어지길”

김화자 목사는 대부분의 은퇴 선교사들이 국민연금을 비롯해 충분한 노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현실적 문제를 짚었다. 김 목사는 “교단 차원에서 선교사들의 노후에 대한 대비가 없다. 더욱이 여선교사들에 대한 관심이 미비한 상황에서 독신 여선교사들을 위한 안식처가 마련됐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은퇴관은 통합총회 인사들을 중심으로 설립됐지만, 교단을 초월해 20년 이상 해외에서 선교한 60세 이상 독신 여선교사라면, 누구나 입주가 가능하다”면서 “많은 은퇴선교사들이 은퇴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입주를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해외독신여선교사은퇴관’은 선교사 개인이 거주할 수 있는 23㎡(7평) 넓이의 개인숙소(1인1실) 26개, 다목적실, 사무실, 의무실, 식당, 카페, 체육관, 독서실, 덕주채플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입주를 원할 경우 입주금 3천만 원에 매달 3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은퇴관 건립에는 4억이라는 초기비용으로 50억이 넘는 건축물이 건립되기까지 다양한 교회와 단체, 개인의 십시일반 후원이 있었지만, 여전히 10억의 빚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는 “기적적으로 하나님이 이 일을 해주셨는데, 선전하는 것은 매스컴을 통해 가능한 일일 것”이라며 “빚도 갚아야 하지만, 은퇴관 운영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평생 선교사명으로 헌신한 은퇴 여선교사들을 위해 기도와 마음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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