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봄의 출연을 알리는 꽃봉오리가 맺히는 4월 초, 기독교 미술작가들의 아름다운 봄 향연이 펼쳐졌다. 2022 신춘기획으로 ‘필그림(Pilgrim)’ 전시회가 지난달 30일부터 4월 5일 인사동 올갤러리에서 열렸다.
‘필그림’ 전시회는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고 읽혀지는 것을 목표로, 기독 미술의 비전을 가진 작가들이 참여하는 참여형 비정기적 전시회다. 이번이 세 번째 전시회로 7인의 기독교 미술 작가가 참여해 창조주 하나님을 드러내고 생명의 말씀을 묵상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작품 그려
전시회를 기획한 신미선 작가(이화기독미술인회 회장)는 “기독교 미술작가들은 미술이라는 달란트를 활용해 복음 메시지를 전하는 소명을 가진 문화사역자들”이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땅 위의 삶은 나그네 여정이다. 순례자의 사명을 가진 이들이 복음에 빚진 자 되어 작품을 통해 생명의 조형언어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다양한 가치가 혼재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쏟아지는 시대 속에 무분별하게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영적으로 우울해지거나 혼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다”며 분별력을 갖고 미술작품을 관람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는 “이렇듯 문화와 시각적인 영향력이 큰 시대에 복음 메시지가 담긴 기독교 미술이 가진 힘과 생명력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신미선 작가를 비롯해 권민진, 김경은, 박혜성, 백승숙 작가 등 총 7인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총 45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봄에 열린 기획전답게 자연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과 밝은 색감을 활용한 에너지 넘치는 작품들이 돋보였다.
신 작가는 “순례자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고 작기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신기하게도 작품 분위기가 밝고 따뜻한 색감이 묘한 조화를 이뤘다. 전시회에 오가는 이들도 작품을 통해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감상평을 전한다”고 밝혔다.
신미선 작가는 ‘7GATE_G’를 비롯해 ‘로고스 시리즈’ 등 다섯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은 꽃을 의인화함으로써 한 사람의 일생을 표현했으며 꽃 안의 7개의 문은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넘어야 할 과정, 관문으로 표현했다. 그림의 한쪽에 자리를 잡은 나무 세 그루는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상징한다.
신 작가는 “성경에서 7은 거룩한 숫자다. 꽃이 7개의 문을 넘어가 마지막에 영생의 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로고스 작품시리즈는 요한복음 21장 말씀을 모티브로 색을 21번 덧대어 칠하면서 말씀을 묵상하며 작업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작가들은 작은 터치 하나에도 작가의 세계관을 담아 작업한다. 기독 미술작품들을 관심을 갖고 보면, 더욱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해 겨울’이라는 작품을 전시한 백승숙 작가는 “코로나로 예배를 드리기로 힘들었던 시기를 그해 겨울로 묘사했다. 하지만 작품에는 암울한 현실 속에도 이겨낼 희망이 있다는 점을 빛을 통해 새겨 넣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나무는 세상에 뿌리를 내린 우리의 모습이라면, 하늘로 뻗은 가지는 그리스도를 향한 소망”이라며, “우리의 마음 속에 늘 놓치지 않아야 할 생명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림으로 복음 담아내기를”
이화기독미술인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미선 작가는 기독 미술을 통해 복음을 구현하고 선교적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하길 기대했다. 신 작가는 “현대미술은 ‘나’를 극대화하고 알리는 길이라면, 신앙은 예수님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작가가 은혜를 받았다면, 작품을 통해 관람자도 하나님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성도들이 주일날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은혜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설교의 은혜보다 그림 한 점이 삶의 의미를 찾고 말씀을 묵상할 수 있는 귀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기독 미술작가로서 작품에 대한 고민과 함께 향후 기독 미술에 대한 방향도 전했다. 기독 작가는 ‘영성’과 ‘예술성’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 신미선 작가는 “창세기에서는 세상에 나가 땅을 정복하라고 한다. 기독 작가들이 기독교 단체에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일반 단체작가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고 그 안에서 복음의 정체성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