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죽고 싶어요!”… 목사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태바
“저 죽고 싶어요!”… 목사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8.25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목회자를 위한 자살예방 가이드 (상)

2018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3,670명으로 2017년보다 12,207명 증가했다. 2019년에는 13,799명으로 역시 전년보다 0.9% 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자살자 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난 시기에는 자살자가 일시적으로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우울감, 경제난 등이 뒤따르면서 또다시 아까운 목숨이 희생될까 걱정이 앞선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가 지난 6월 통합총회상담학교에서 목회자와 사모를 대상으로 생명보듬이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라이프호프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가 지난 6월 통합총회상담학교에서 목회자와 사모를 대상으로 생명보듬이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라이프호프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을 파괴하는 자살은 분명한 죄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도 자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돌봄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살을 예방해야 하는 책무가 목회자들에게 있다. 그러면 목회자는 자살예방과 상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조성돈)가 발간한 ‘교회와 목회자를 위한 자살예방과 정신건강 상담가이드’를 바탕으로 막연한 자살예방과 상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자살예방, 경청부터
교인 중 목회자에게 목숨을 끊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이 말을 한 교인이 왜 죽고 싶을 만큼 힘든 것인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다. 다른 상담보다 시간을 더 들여서 들어주고, 목회자가 반드시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 도와주어야 한다. 

목회자 중에는 자살 상담을 피하고 싶은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막연한 두려움이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자살에 대해 공부한다면 목회자들은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담을 위해서는 목회자와 교인 사이 신뢰가 존재해야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상담이 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충분히 상담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상담을 진행하기보다 고민을 이야기하는 교인과 미리 약속을 해 시간을 조정하고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수 있도록 환기, 조명, 장소까지 고려하고, 상담이 진행되는 중에 외부인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조치해두면 더욱 좋다. 상담내용을 기록하면서 듣는다면 상담내용을 기억하기 쉽고 도움이 될 수 있는 후속조치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상담을 하는 목회자의 태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고압적이거나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태도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경청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상담하는 목적을 기억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상담하는 교인에게 집중해야 한다. 자살로 고민하는 당사자야말로 그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임을 잊지 말자.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한 인격체라고 존중받을 때 교인의 마음이 열린다”면서 “목회자는 문제보다 교인의 마음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해답을 찾아 실천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살 관련 상담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회자가 자살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 자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고 헷갈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가 정리하고 있는 ‘자살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자. 
“자살하려는지 묻는 것이 자살을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그럴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누군가 진심으로 걱정하며 자살하려고 하는지 물어봐 준다면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목회자가 자살을 직접 언급해 묻는다면 오히려 신뢰감을 갖고 본인의 내밀한 고민들을 내어놓게 된다.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명확한 의도를 갖고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혼란스럽다. 더욱이 죽음은 두렵다. 죽는 것 외에 고통에서 벗어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도와줄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자살 생각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위급한 신호다. 다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도록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 

간혹 “자살하려는 사람은 관심을 받고 싶어서 자살하고 싶다고 말한다”는 언급을 듣는다. 그러나 자살 시도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만약 목회자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도움을 받지 못한 이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목회자가 준비돼야 예방 가능
특히 목회자들은 교인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살자가 아무런 징후도 없이 자살을 감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직접적으로 자살을 하겠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자살을 암시하거나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한다. 어쩌면 자살을 생각하는 교인이 가장 많은 예비 신호를 목회자에게 보냈을 수 있다. 

목회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직접 상담하고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상담이나 정신건강 서비스로 연결시켜줄 수도 있다. 교인에게 동의를 받고, 상담센터나 전문기관에 동행해준다면 교인에게 큰 격려가 될 것이다.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장애 등은 전문가와 연계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조성돈 대표는 “자살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로서 목회자는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자살예방을 위한 신학, 심리학, 상담 등 관련 공부를 하고 생명신학, 돌봄과 섬김의 영성훈련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살 관련 안전 네트워크를 미리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전국 시군구 24시간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한국생명의전화(1588/112)
•라이프호프 사전예약 상담
   (070-8749-211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