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랑함은 일만 악의 뿌리…청지기적 사명으로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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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함은 일만 악의 뿌리…청지기적 사명으로 관리해야”
  •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장)
  • 승인 2021.08.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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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⑬ 교회의 재정운용과 감독

담임목사 재정 유용은 ‘내가 곧 교회’라는 잘못된 권위의식
정관 추가하면 교인 요청으로 재정 장부 열람할 수 있어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돈의 유혹 때문에 결국 스승인 예수님을 파는 큰 죄를 범하게 된 사실은 교회에서 돈을 다루는 사역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돈의 유혹 때문에 결국 스승인 예수님을 파는 큰 죄를 범하게 된 사실은 교회에서 돈을 다루는 사역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재정투명성 요구
교회에 대한 세인들의 가장 큰 불신은 불투명한 재정운용과 그로 인한 재정유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대형교회는 그 재정규모만 해도 일 년에 수백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운영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제대로 되는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안티기독교 단체에서는 종교법인법을 제정해서라도 교회에 대한 국가의 교회재정 감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교분리원칙에 어긋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각 교회별로 정관에 재정운용원칙을 세우고 이를 제대로 시행해서 교회 스스로 이러한 불신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교회표준정관은 “교회재정은 청지기적 사명을 바탕으로 균형성·투명성·건전성 등의 원칙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청지기적 사명을 구체화하는 상세한 정관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청지기적 사명  
교회는 기업과 달리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또 수입도 교인들의 헌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교회재정과 회계는 교인들이 드리는 헌금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담임목사와 당회 등 재정운용의 주체들은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피로 값 주고 사신 교인들을 맡아 관리하는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인한 재정수입이 얼마이고, 교회 본연의 사명인 예배, 선교, 봉사, 교육을 위해 어떻게 재정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사용되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상세히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재정이 투명하게 집행되도록 감독해야 할 것이다. 

담임목사의 재정유용
그러나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몇몇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이러한 청지기적 사명을 망각하고 교회재정을 유용해서 형사처벌까지 받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도 알만한 초대형교회인 K교회 담임목사가 교회 회계장부를 조작해 만든 2억3천여만 원을 감독회장 선거자금에 쓰고, 교회공금 5억5천만 원을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영’ 저지를 위한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쓰는 등 1995년∼2003년 사이 총 32억여 원의 교회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담임목사는 교회공금 사용을 당회(장로교의 공동의회에 해당)에 보고하였고, 기획위원회의 결의 등을 거쳤다는 이유로, 교인들의 의사에 부합하는 사용이므로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담임목사의 횡령행위와 재산문제, 감독회장 부정선거, 여자문제 등 개인비리나 부정을 무마하거나 처리하기 위해 교회공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임무 위배행위이며 교인들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유죄를 인정하였다. 

또 다른 대형교회인 J교회 담임목사는 교회 소속 축구선교단 선교자금 명목으로 교회자금 33억 원을 빼돌려 유용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법원은 “정관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한 채 교회자금을 교회의 유지와 운영을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임의로 지출한 것”으로 판단하여 횡령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두 사건 모두 담임목사가 주님의 청지기임을 잊고 ‘내가 곧 교회다’라는 잘못된 권위의식에 빠져 교회공금을 자신의 사적 목적으로 유용한 잘못에 대한 국가법의 단죄이다.    

교인들의 재정감독  
정교분리원칙상 교회의 재정수립과 운용에 대한 외부적 감독은 차단되기 때문에 그것은 오롯이 교인들의 몫이다. 교인의 재정에 대한 감독은 교인의 대표자인 장로와 집사로 구성되는 당회와 제직회를 통하기도 하지만 가장 직접적으로는 교인총회의 예결산 심사와 승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문제는 교인총회의 예결산 심사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교인총회에 제출되는 결산서는 교회의 수입과 지출의 결론 부분만 간략하게 작성한 서류이고 감사보고서도 대부분 형식적인 ‘적정의견’으로 기재된다. 교회재정운용에 비리의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는 예결산서만으로는 부족하여 교인들이 교회를 상대로 재정장부 열람을 청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재정장부 열람
재정장부 또는 회계장부란 결산서 작성에 기초가 되는 서류와 장부 등을 말한다. 가령 교회건축의 경우에는 건설회사와 체결한 ‘도급계약서’라든가 교회의 재정지출시 주고받는 ‘영수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재정장부는 교회의 재산 및 재정상황과 운용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에 공개되어서는 안 될 기밀자료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교회의 정관에는 재정장부열람에 관한 규정이 없거나 있는 경우에도 “정기공동의회에서 결산안이 승인된 이후에는 재정장부를 열람할 수 없으며 다만 출석회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재정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고 정하는 등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교인총회는 개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출석교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재정장부 열람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관 규정이 효력이 있는지 문제 된다. 

앞서 본 J교회 사건에서 법원은 “담임목사가 재정유용으로 형사고발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교인들은 교회의 재정의혹을 밝히기 위해 재정장부 열람등사 청구권이 있다”고 결정하였다. 즉 교회정관에 재정 열람에 관한 규정이 없거나 열람을 제한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재정유용의혹이 있는 경우에는 교인들에게 재정장부 열람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정장부 열람의 법적 근거
재정장부 열람에 관한 실정법적 근거는 상법 제466조(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와 민법 제683조(수임인의 보고의무)이다. 위 J교회 사건에서 법원은 “교인에게 교회의 회계장부를 일반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법률상 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교회의 정관에 의하면 교인총회가 교회의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예산 편성, 결산 및 감사보고의 인준 등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바, 교인은 교인총회의 구성원 지위에서 교인총회에 부여된 위 예산 및 결산 승인권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교회의 회계처리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회계장부 등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교인들은 정관의 규정과 상관없이 민법에 따라 교회장부 열람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교회정관에 정면으로 열람청구의 요건과 제한을 설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교회표준정관은 “① 교회의 재정운용에 부정이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재적교인 1/10 이상의 교인들은 이를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여 교회의 재정장부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② 교회는 전항의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한 때에는 교회재정장부 열람·복사를 거절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재정장부 열람제한 
최근 신천지 등 이단들이 교회에 침투하여 교인들을 선동하고 재정장부 열람을 청구하고 꼬투리를 잡아 교회를 어지럽히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무작정 모든 교인들에게 재정장부를 공개할 수는 없으므로 적어도 10%의 교인들의 청구가 있는 때 허용하고, 교회가 재정장부 열람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한 때에는 거절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재정장부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는, 가령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교인별 헌금내역이라든지 북한선교나 이슬람권 선교 비용과 같이 내용과 장부가 공개되면 선교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선교사와 관련 사역자들의 생명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 사안 등이 될 것이다. 

돈을 사랑하지 말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사도바울의 권면이나 돈궤를 맡아 관리하던 가룟 유다가 돈의 유혹 때문에 결국 스승인 예수님을 파는 큰 죄를 범하게 된 사실은 교회에서 돈을 다루는 사역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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