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뼈를 묻겠다는 선교,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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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뼈를 묻겠다는 선교,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7.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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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KMQ, 지난 19일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선교’ 주제로 포럼
선교사 파송·훈련 위축… 국내 이주민·비거주·미디어 선교로 확장해야

사회 곳곳에 코로나19의 마수가 뻗지 않은 곳이 없다. 선교 분야도 그 중 하나다. 국경의 벽은 높아졌고 기존에 현지에서 사역을 펼치고 있던 선교사들마저도 쫓기듯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교회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국내 전도도 힘들어진 상황 속에 단기선교는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변화하는 시대 가운데 복음이라는 변함없는 가치를 담을 새로운 그릇을 찾기 위해 선교계가 머리를 맞댔다. 선교 전문 저널 한국선교KMQ(편집인:성남용)는 지난 19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선교를 주제로 2021 한국선교 KMQ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주사랑선교교회(담임:이여백 목사) 현장과 온라인(Zoom)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포럼은 세 개의 세션으로 구분돼 뉴노멀 시대의 변화와 단기선교, 캠퍼스 선교, 선교사 파송, 미디어 선교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아냈다. 각 세션을 이끌 사회자로는 송동호 선교사(나우미션), 김마가 선교사(지오선교회), 소영섭 선교사(바울선교회)가 나섰으며 세션 발제 이후엔 홍재훈 선교사, 김연수 선교사, 전은표 선교사가 참여한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총평은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이 맡았다.

기본충실하며 전환 모색

김종구 선교사(빌리온선교회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선교의 침체를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선교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선교사 파송 역시 감소하고 있었다는 것.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선교한국 대회의 참가자 대비 선교사 헌신비율과, KWMA가 파악한 선교사 파송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김 선교사는 코로나 팬데믹은 이미 큰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국선교에 더 시급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선교사를 보내는 한국교회, 현장으로 직접 가야 하는 선교사, 선교 현장의 사람들, 그리고 선교사를 동원하고 훈련하고 파송해야 하는 선교단체 모두에게 강력하게 패러다임 시프트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사태는 선교를 크게 위축시켰다. 김종구 선교사의 리서치에서 몇몇 선교단체들은 선교사 후보생과 훈련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선교사 훈련 참여 인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2021년 약 80명이 감소했다. 선교사 파송 역시 교단 선교부와 국제·국내 선교단체 모두에서 감소 양상을 보였다. 선교지의 이동 및 여행 제한으로 신임 선교사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파송 조건에도 변화가 있었다. 백신 접종자가 우선 파송 대상으로 올랐고 고령자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은 파송 불가 결정을 받기도 했다. 또 어려워진 현지 상황과 선교환경을 감안해 더 검증된 자원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단체들은 기본에 충실하며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구 선교사는 전문인 평신도 선교사 발굴, 특수 분야 경력자나 종사자의 선교 동원 등 동원과 파송에 있어 지평을 넓히려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면서 단체들도 이제 비대면을 피할 수 없고 대면과 더불어 하나의 접촉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많은 단체들이 비대면 상황에 대한 사역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규모 프로젝트나 대형 집회보다는 현지인의 제자화로 선교의 중심이 이동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몇몇 단체는 현지인 선교사 동원 훈련을 준비하고 그런 일을 위해 NGO 설립 등의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송의 개념도 달라진다. 김 선교사는 전통적인 파송개념도 당연히 유지된다. 하지만 비거주 선교사나 국내 이주민 사역도 선교지로 인정하고 선교사로 파송하는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면서 선교의 개념을 지리적 개념에서 벗어나 사역 영역별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단체는 기존의 선교지 외에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디지털 미디어 선교가 미래

함태경 본부장(CGN TV)은 해안선교, 내륙선교, 미전도종족·전방개척 선교를 잇는 4번째 선교 물결은 디지털 미디어 선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본부장이 정의하는 디지털 미디어 선교란 기독교 복음과 가치, 일반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기독교 영역과 용어라는 울타리에 가두지 않고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 등 모든 미디어 수단과 문법을 활용해 모든 곳(사람)에서 모든 곳(사람)까지전달하고 응답하는 선교를 말한다.

그는 한국교회가 메타버스(Metaverse) 기술 활용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유의미한 움직임이라며 디지털 미디어 선교는 기존 선교방식을 보완하는 창의적인 확장일 뿐 아니라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체제라는 점에서 하나님의 선교가 이 땅에서 이뤄지게 할 톨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복음 전파가 쉽지 않은 이슬람권 선교에도 디지털 미디어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슬람권 사용자들을 위한 기독교 방송도 이미 운영 중이고 온라인 사역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선교 단체들도 다양한 사역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다만 디지털 미디어가 가진 양면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함 본부장은 잘 활용할 경우 성경적 가치관을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지만 오남용할 경우 예기치 못한 악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특히 미디어가 만든 피조세계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면서 한국 교계에서 일반 사회와 호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미디어 사역자나 인플루언서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은 시급히 풀어야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계속해서 패러다임 시프트를 주문한 그는 앞으로의 선교 방향과 방법은 보다 더 수요자, 수혜자 중심이어야 한다. 공급자의 측면에서 벗어날 때 온전한 성육신적 사역이 가능해진다. 과거 당연했던 것이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조급증, 성과 지상주의를 버리고 선교지 환경과 상황을 존중해 과정과 범위, 속도와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 지역에서 뼈를 묻는 심정으로 사역하겠다는 것이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유용한 꿈이 아닐 수 있다. 동일한 전도·선교 대상을 하나의 국가·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크리스천, 특히 미디어 사역자들과 선교사들, 이들을 돕고 배출할 수 있는 모판인 교회는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4차 선교물결, 디지털 미디어 선교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로소 시작되고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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