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꿈꾼다면 당신은 아직 청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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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꿈꾼다면 당신은 아직 청춘입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3.16 0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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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나이에 석사학위 취득한 김주원 원로목사

13년 전 목회 일선에서 은퇴…‘제2의 인생’ 개척
“해외에서 한국어 가르치며 예수 전하는 것이 꿈”

김주원 목사가 시무했던 대전 중부교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목사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인터뷰 내내 힘찬 음성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하루에 ‘만 보 걷기’를 꾸준히 하는 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김주원 목사가 시무했던 대전 중부교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목사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인터뷰 내내 힘찬 음성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하루에 ‘만 보 걷기’를 꾸준히 하는 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달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남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전공 석사 학위를 취득한 김주원 목사. 김 목사는 올해 83세의 만학도다. 대전 가양동의 중부교회를 마지막으로 40여 년의 목회를 마치고 은퇴했지만,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살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도전해 당당히 학위를 거머쥐었다. 

83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김 목사를 만나기 위해 그가 시무했던 대전 중부교회로 직접 찾아가봤다.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너희의 자녀들은 환상을 보고 청년들은 예언을 하고,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는 사도행전 2장 말씀은 김 목사가 청년 시절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도록 길을 열어준 성경 구절이다. 

제주도 태생인 그는 중학생 시절 ‘4.3사건’을 피해 어머니와 단둘이 연고도 없는 대전에 정착했다. 돈이 없어 어머니는 남의 집 식모살이를 했고, 그 자신은 학비를 벌기 위해 완행열차에 무임승차해 연필을 팔았다. 지독하게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때 처음 손을 내밀어준 곳이 바로 대전 중부교회였다. 그곳에서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청년, 집사 시절을 거쳐 신학까지 하게 됐다. 김 목사는 자신을 목회자의 길로 인도했던 성경 말씀 사도행전 2장을 소개하면서 “당시에는 자녀들과 청년들이 환상을 보고 예언을 한다는 말씀이 나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꿈을 꾸는 늙은이로서 말씀이 새롭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학창시절을 보낸 친정 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하고 은퇴까지 한 보기 드문 사역자로 꼽힌다. 지금의 교회 건물도 김 목사 시무 시절 지었다. 그러나 정작 김 목사가 자랑스럽게 꼽은 건 ‘건축’이 아닌 ‘선교’였다. “아마도 대전 시내에서 해외 선교사 파송으로는 대전 중부교회가 가장 선두를 달리지 않겠는가”라며 “선교에 열정을 가진 청년들을 우리 교회로 많이 보내주셨다. 그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교의 비전을 품게 됐다”고 회상했다. 

인터뷰 동안 김 목사는 특히 ‘해외 선교’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 말씀 속에 ‘(가까운)유다와 (먼)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돼라’는 구절을 내세워 국내 선교를 먼저 하고 해외 선교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말은 틀렸습니다. 헬라어 성경을 보면 유다와 사마리아를 ‘카이’라는 단어로 연결하는데 이 말은 ‘동시에’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어디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일 국내선교를 한 다음에 해외를 해야 한다면 불가능할겁니다. 대전을 언제 다 (선교)하겠어요. 교회가 있는 가양동도 다 못하는데.”

 

김주원 목사는 지난 2월 열린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왼쪽은 그의 반려자인 조수희 사모.
김주원 목사는 지난 2월 열린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왼쪽은 그의 반려자인 조수희 사모.

공부에 만기가 어디 있나요

김 목사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전공으로 택한 것도 선교의 비전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과정을 나오면 주어지는 교원 자격증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김 목사는 이 자격증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말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자신이 믿는 하나님을 증거하는 도구로 삼는다는 각오다. 

처음에는 주변으로부터 “늦은 나이에 왜?”라며 의아해하는 질문과 눈길을 받아야 했다. 김 목사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호서대 창립자가 쓴 ‘어느 95세 노인의 수기’라는 책을 읽게 됐다. 저자가 65세에 은퇴한 뒤 마음껏 즐겼는데 30년 후 95세 생일에서 지나온 30년을 너무 헛되게 보냈음을 후회하며, 이제라도 남은 인생을 위해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 수기의 요지였다. 

김 목사는 책을 본 뒤로 아직 늦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용기를 내서 세 군데 학교에 원서를 냈고 세 곳 모두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세 곳 가운데 가장  환대해준 학교에 등록했고 공부를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 전공 공부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청각이 좋지 않아, 교수들의 강의를 한 번에 습득하기가 어려웠다. 강의 후에 옆 사람에게 물어 다시 정리하거나 교수를 다시 찾아가 질문해야 할 경우도 많았다. 젊은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도 매번 어려웠다. 특히 ‘파워포인트’ 작업은 전공 공부보다 더 높은 벽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공부를 시작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에, 허무에 빠져서 후회하는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어디 초대하는 곳은 없을까 생각하면서 아주 비굴하게 됐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했고, 성취를 얻었습니다. 누군가는 ‘너무 늦게 왔다’고도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자긍심으로 가득하고, 정신적으로도 아주 맑아졌습니다. 게다가 등하교 시간 왕복 2시간씩 매일 걸었더니 몸도 더 튼튼해졌어요.”

지난 학위수여식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고향인 제주를 주제로 쓴 ‘제주 민요의 문학적 특성과 언어 문화적 가치 연구’ 논문으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삶

김 목사는 80대가 된 지금 청년 시절과 비교해 신앙적으로도 더욱 깊어짐을 체험하고 있다. 질풍노도 같던 청년기에는 유혹도 많고, 쓸데없는 생각들도 많았다. 그런데 노년에 와서는 감정의 흐름이 완만해지고 주어진 역할에 대해 더욱 충실해졌다. 기도의 내용도 “주세요”보다는 감사와 회개가 늘었다. 무엇보다 성경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창세기 1장에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왜 날이 바뀔 때, ‘아침에서 저녁’이 아니라 ‘저녁에서 아침’으로 향하는지 별 생각 없이 지나쳤었어요. 담임으로 시무할 때에는 그냥 지나갔던 대목인데, 은퇴 후에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주석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부분인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 제게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성경이 ‘저녁에서 아침으로’ 쓴 것은 희망을 주기 위함이구나 하고요. 저녁이 되면 아무 것도 못하고 기회가 없는 거죠. 그런데 아침은 희망입니다. 아침이 밝아오니까 다시 기회가 있다는 말이죠. 이것은 노인들에게도 큰 희망이에요.”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서는 것에 대한 생각이 날이 갈수록 커졌다. 김 목사는 “지금 하나님이 부르시더라도 웃으며 갈 수 있도록, 확실한 내세관이 필요하다”며 “어제보다 오늘 조금씩이라도 많이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고, 세상에 있을 때 마지막까지 멋지게 도전하며 살아야겠다는 각오”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준비한 대로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에 나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자신을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공부도 계속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에는 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문예창작’을 도전해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젊은이들을 향해 도전의 메시지를 남겼다.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도 지금 나이가 83세이지만, 계속 도전해서 미래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성경의 예레미아 29장 10절에 보면 ‘장래에 너희를 위한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처럼 희망을 잃지 말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러분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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