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선교사 자가격리 공간 찾아 삼만리…지역교회 협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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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선교사 자가격리 공간 찾아 삼만리…지역교회 협조 절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6.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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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해 한국 온 선교사, 갈 곳이 없다

코로나 사태의 종착지가 보이지 않는다. 종식만을 남겨놓고 있는 줄 알았던 국내 상황은 여기저기서 집단감염이 속출하며 다시 그래프가 치솟는 모양새다. 감염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우리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을이 되면 다시 세계적 대유행이 일어날 것이란 암담한 소식도 들려온다.

해외에 머물던 선교사들의 사정도 달라졌다. 기존 방침은 앞으로의 사역을 고려해 최대한 선교지에 머무는 것이었지만,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임시귀국으로 방향을 트는 선교사들이 많아졌다. 선교지의 코로나 확산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져 선택의 여지없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선교사들도 적지 않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총무 김휴성 선교사는 “4월 말 교단과 선교단체 등에 문의했을 때 코로나로 귀국한 선교사가 약 490명 정도로 집계됐다. 그 이후 최근엔 공식 집계된 자료가 없지만 아마 그때보다 두 배 이상의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어림잡아 천 명 안팎의 선교사들이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자가격리 장소다. 원래 선교사들이 사역보고나 치료, 혹은 휴식을 위해 한국에 방문하게 되면 주로 선교관이나 부모님의 집, 혹은 친인척의 집을 찾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입국 절차는 기존과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인천공항에 입국하면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고 인증을 받은 후 일일 자가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별검역신고서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고 증상이 보이면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종도 임시격리 시설에서 최대 24시간까지 대기해야 한다.

선교사들이 곤혹을 치르는 것은 그 다음이다. 41일 이후 증상이 없더라도 해외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한국을 떠나 사실상 재외국민으로 살아왔던 이들에게 자기 집이 있을 리 만무하다. 평소 이용해왔던 선교관을 방문하려 해도 대부분 자가격리를 마친 후에야 이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실제 전국 선교관 예약 플랫폼인 갓러브하우스는 자가격리 기간엔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교계 차원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KWMA는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부터 발 빠르게 자가격리 선교사 수용을 위한 공간을 강화도에 마련했다. 곤경을 치르던 선교사 가정 여럿이 강화도 선교관 덕분에 자가격리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 자가격리 시설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휴성 선교사는 강화도에 자가격리 공간이 있다는 것을 지역주민들이 알게 되자 거센 항의가 있었다. 결국 지자체와 협의해서 자가격리는 하지 않고 대신 자가격리를 끝낸 선교사들이 머물 곳이 필요하면 이용하는 쪽으로 얘기를 끝냈다면서 지금은 경기도 모처에 아주 소수의 선교사 가정이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준 것이 전부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자가격리 장소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하루에 10만 원씩 계산돼 2주면 14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만약 4인 선교사 가정이 함께 귀국한 경우라면 비용은 5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지자체에 따라 자가격리 비용에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후원을 받아 생계와 사역을 이어가는 대부분 선교사들에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다.

자가격리만해도 앞길이 막막한데 그 다음이라고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와 같은 한국 방문이었다면 약 2주 기간의 선교관을 이용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언제 선교지로 복귀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 친족의 집 등 마땅한 거주지를 찾지 못한 선교사들은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2주마다 거처를 옮기며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을 떠났어야 하는데 떠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선교사들도 있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선교지로 파송 받을 예정이라 거주지를 정리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며 출국이 미뤄진 경우다. 이들 역시도 예상치 못한 사태로 거주지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 정용구 선교사는 교회가 운영하는 수양관, 훈련센터, 선교센터, 숙박 시설 등이 해외 선교사들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남이 아닌 모두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실질적이고 분명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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