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짜장면이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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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짜장면이 아까워?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0.04.2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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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교회가 그리웠어요!”

일산에 사는 박현우 권안나 집사 부부가 애들 셋을 데리고, 지난 주 목요일 교회에 와서 제게 하는 말입니다. 

교회 본당 천정 페인트 칠을 새로 했고, 이젠 청소를 하고, 의자들도 제자리에 옮겨야 해서 우리 교회 몇몇 성도들에게 “시간 되시는 분들은 오후 6시까지 오셔서 함께 일해 주세요~”하고 이상호 부목사가 연락을 했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 참에 부부는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교회에 왔구요.

두어 달 가까이 코로나19 때문에 교회에 오지 못하는 동안, 올해 4학년짜리 큰 아들 신혁이, 6살 쌍둥이 남매 신율이와 신효는 부쩍 큰 것 같구요. 교회는 금방 전처럼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도 저리 좋을까요? 마냥 교회 마당을 뛰기도, 서로 술래잡기도, 뭐가 좋은지 서로 얼굴만 보고도 깔깔거리고 웃습니다. 교회가 익숙한 아이들에게 교회는 정겨운 놀이터입니다.

“왜 목사님에게 인사 안 해?” 하자, 남매 쌍둥이 신효는 제게 조심히 다가와 인사하는데, 아들놈은 ‘흥~~’ 하고 이리저리 혼자 뛰기만 합니다. 녀석들을 붙잡아 한번씩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교회 건축 10년이 넘어가니까 이리 저리 손 볼 데가 많이 보이네요~ 여기를 손보면 저기가 보이고, 저기를 손보면 또 손 볼 데가 보이고~ 이번 코로나로 교회가 잠시 쉬는 동안, 교회는 계속 여기저기 공사를 했습니다.

요즘 사람 쓰는 게 돈이라며 백철용 장로님은 벌써 20일째 매일 오후에 퇴근하곤 브라더스(우리 교회 어려운 일 돕는 팀) 회원들과 교회에서 밤 9시 넘어까지 일하고, 아내 되는 김은주 권사님은 저녁 밥 해대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옥상 방수 문제로 백철용 장로님과 이말 저말을 하던 중 건축 하시는 박영식 집사님이 생각나 전화 드렸더니 한걸음에 달려 오셨습니다.

목사님~~ 제가 오늘 저녁 사면 안 되겠습니까?” 박영식 집사님이 말씀하셔서 간짜장 11그릇을 시켰구요, 짜장면을 받곤 박현우 권안나 집사가 식사비를 계산한 모양입니다,

박영식 집사님은 제가 사드리려고 했는데, 말만 한 게 됐네요~~” 하시구요.

우리 모두 행복한 짜장면 파티 시간~~

 

저녁이 조금 늦어질 것 같고, 또 일산까지 가려면 시간도 필요한 것 같기도 해서 “오늘은 본당 청소하고 의자도 옮겼고, 옥상 문제도 의논했으니 여기까지 하고 내일 합시다~!” 했습니다.
6살 신효에게 짜장면을 먹이고 있던 박현우 집사는 마음이 급했는지, 신효에게 조금 많이 입에 넣어 주었구요, 그 짜장면을 병아리처럼 받아먹고 있던 신효가 아빠에게~~

“아빠~ 아빠는 짜장면이 아까워?” 하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뜻하지 않은 신효의 말에 ‘멘붕~~’

그 말에 쩔쩔매는 아빠 박현우 집사~~ 그 앞에 저랑 같이 있던 백철용 장로님이~~

“신효야~~ 짜장면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우리 신효가 예뻐서 많이 주는거야~” 하셨구요.

요즘 애들 무섭습니다. 어른들 정신 차려야 하겠더라구요.

짜장면이 아깝냐 말했던 신효도 이제 어른이 되겠죠? 언젠가 이 글을 우리 신효가 다시 읽으며 그 옛날 자기 아빠가 짜장면 먹여주던 일을 다시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봅니다.
/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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