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위기 속 찾아온 코로나…‘엎친데 덥친격’”
상태바
“주일학교 위기 속 찾아온 코로나…‘엎친데 덥친격’”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4.21 0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본 한국교회 과제(5) 무너진 주일학교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지 벌써 두 달째를 바라보고 있다. 부활절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세를 보이며 다시 현장 예배를 선택한 교회들도 꽤나 관찰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주일학교는 예외다. 현장 예배를 택한 교회들도 주일학교를 다시 여는 것은 아직 조심스럽다.

아이들은 교회를 그리워하지만 교회로선 마땅한 대책이 눈에 띄질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침체기에 빠졌던 주일학교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더 큰 위기를 맞을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코로나 사태 속 무너져가는 주일학교를 어떻게 일으켜야 할까.

 

해광교회의 드라이브 스루 심방 모습.
해광교회의 드라이브 스루 심방 모습.

 

주일하교 예배·목회 준비 부족

교회에서 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성실히 섬겼던 정현수 학생. 교회에 가지 못한지도 벌서 몇 주를 넘어가건만 교회에선 이렇다 할 연락이 없다. 처음이야 금방 지나가려니 싶었지만 방치가 계속되니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든다.

교회가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서일까. 다음세대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 박연훈 목사는 준비 부족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박 목사는 예배, 교육, 봉사, 교제가 교회의 네 기둥인데 그 중 교제가 무너져버렸다. 세상엔 비접촉 사회가 도래했는데 교회는 아직 주일학교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관리하고 케어할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예배마저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팻머스 문화선교회가 전국 주일학교 사역자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속 교회학교 예배 영상을 자체 제작하고 있는 곳은 24%에 불과했다. 55%는 기존에 제작된 유튜브 콘텐츠를 공유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부분의 주일학교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어른 예배를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예배 전환 이후 교회 재정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직격탄이 교육부서로 향하진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연훈 목사는 적지 않은 교회가 코로나 이후 긴축재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 가장 쉽게 손을 대는 것이 교육부서 예산이라면서 “2000년대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 교회학교 인구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를 이유로 교육부서의 예산마저 줄인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향후 다음세대 전도에 미칠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거란 관측도 있다. 마치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원인인 듯한 여론이 조성되면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교회에 보내기를 꺼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고리 심방을 아시나요

주일학교는 코로나 사태가 지나기만을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을까. 침체 속에서도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한 관심과 사랑을 전하려는 노력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늘사랑교회는 맛있는 간식과 코로나 사태 속 집에서 드릴 수 있는 어린이 기도문, 그리고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쓴 편지를 선물봉투에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얼굴은 보지 않은 채다. 감염 방지를 위해 조용히 문고리에 걸어놓고 깜짝 선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연락을 남긴다. 코로나 사태가 새롭게 만들어낸 심방 문화, 일명 문고리 심방이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드라이브 스루 식당에 이어 드라이브 스루 심방도 등장했다. 경남 창원 의창구에 있는 해광교회는 교회차량에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가득 실어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선물을 전달하고 안부를 묻는다. 짧은 만남이지만 아이들은 뛸 듯이 기쁘다.

해광교회 이지완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만남에도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도 아이를 넷 키우고 있는 부모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아이들이 집에만 있다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 부모로서 느껴졌다고 전했다.

해광교회는 드라이브 스루 심방으로 주일학교 학생들만 챙기는 것을 넘어 전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코로나 일상에 지친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찾아가 선물을 전달하고 위로를 전한 것이다. 선물 봉투에는 그 친구를 전도하고자 하는 학생의 이름을 새겼다.

이지완 목사는 코로나 사태는 일상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교회 역시 복음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풍성함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면서 세상에는 복음을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많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교회가 느꼈으면 한다. 기술이 없다고, 청년이 없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먼저 시도하면 하나님이 이루어 가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연훈 목사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교회에서 다음세대에 올인하겠다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학부모들의 필요에 맞고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다양한 전도 방식과 목회 도구들이 준비돼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코로나 사태를 맞아도 교회학교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