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모임은 온라인으로…안 믿는 신입생 전도는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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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모임은 온라인으로…안 믿는 신입생 전도는 난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3.1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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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CC, 기존 사역 온라인으로 적극 대체…성경읽기 캠페인도
전도 경계심 커진 비기독학생들, 새로운 전도 방법 개발은 과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국 대부분 대학교들이 개강을 연기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수업을 시작한 학교들도 온라인으로 꾸역꾸역 수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평소대로라면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들의 설렘과 생기로 가득했어야할 3. 하지만 20학번 신입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는커녕 친구들의 얼굴조차 보지도 못한 채 3월의 절반을 지나고 있다.

벽에 부딪힌 것은 비단 대학교 수업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대학생 선교를 책임지는 캠퍼스 선교단체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채플과 모임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신입생을 만날 수 없어 전도와 새로운 피 수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오프라인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새로운 사역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캠퍼스 선교단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대학이 개강을 연기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캠퍼스 사역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한국CCC는 이런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대학이 개강을 연기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캠퍼스 사역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한국CCC는 이런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교회·카페 대신 영상으로 만나요

절반이 넘는 전국 개신교회들이 주일 예배를 온라인예배나 가정예배로 대체했다고 전해진다. 오프라인 예배가 어려워진 것은 캠퍼스 선교단체들 역시 마찬가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캠퍼스 선교단체로 꼽히는 한국대학생선교회(대표:박성민 목사·CCC) 역시 각 지구 채플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CCC 한국성서대 아가페(의료선교부)를 섬기고 있는 김성국 간사는 온라인 채플을 도맡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일도 김 간사는 목요일마다 있는 채플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예배당에는 김 간사를 비롯, 온라인 중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이 자리한 채 설교가 울려 퍼졌다.

김성국 간사는 시청자 수를 확인해 보면 평소 오프라인 채플에 참석하던 인원의 3분의 2 정도가 온라인 채플에 함께하는 것 같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의지를 들여 온라인으로 채플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함께 예배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기특하고 감사하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가 오랜 기간 모이지 못하다보니 모임과 나눔에 대한 갈증이 학생들에게도 있는 듯하다. 공동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온라인 채플 참석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채플도 채플이지만 캠퍼스 사역엔 말씀과 삶 나눔, 성경공부를 위한 모임도 빼놓을 수 없다. 바깥에서의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요즘은 이런 소규모 모임마저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 나눔이 이뤄지겠거니 어렴풋이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CCC 부산지구 동아대캠퍼스를 섬기고 있는 조철호 간사는 평소 학생들을 만났던 시간에 맞춰 외출복을 차려입는 대신 성경책과 휴대폰을 챙겨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고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학생들을 만나 삶에 대해 나누고 말씀을 전한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이렇게라도 만나는 학생들의 얼굴이 반갑기만 하다.

CCC에서 매일 아침 이뤄지는 QT 시간인 ‘BM(Bible Meeting)’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조철호 간사는 부산지구에선 일주일치 큐티를 한 번에 찍고 제작해 매일 아침 한 편씩 영상 큐티를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영상을 보게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매일 10~11시 영상통화를 통해 말씀을 나누는 시간도 가진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학생들의 신앙을 일깨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의 시간을 공동체를 리빌딩하는 시간으로 삼으려는 노력도 있다. 한국CCC 본부는 3월 첫째 주부터 매일 저녁 성경읽기 캠페인 주만 바라봅니다를 진행했다. 각 지구 캠퍼스들도 감사제목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CCC 내 소그룹의 명칭)’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새기는 등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CCC 서울 아가페 지부에서 펼치고 있는 온라인 사역 모습.
CCC 서울 아가페 지부에서 펼치고 있는 온라인 사역 모습.

기독 학생 증가-비기독 학생 감소

기존에 참여하던 학생들의 경우 조금은 아쉬움이 남더라도 온라인으로 만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신입생들을 만나 단체를 소개하는 일이다. CCC에 대해 미리 알고 먼저 찾아오는 고마운 학생들도 간간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나 비기독교인 학생들을 만나는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서울 CCC 아가페는 SNS를 적극 활용하며 신입생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학과생활 꿀팁과 같은 신입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CCC 인스타 계정에 공유하는 한편, ‘선배 인터뷰같은 새로운 콘텐츠도 개발해 함께 게재하는 모습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는 플러스 친구계정을 개설해 캠퍼스 생활이나 CCC에 대해 궁금한 것을 답변해준다. 제대로 된 OT(오리엔테이션)조차 치르지 못한 20학번 신입생을 위해 '온라인 OT' PPT를 제작해 동아리 활동 내용과 가입 방법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CCC 본부에서 제작한 미션 허브어플도 신입생들을 만날 수 없는 요즘 빛을 발하고 있다. 미션 허브는 이번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지인이 있다면, 지인의 동의 하에 어느 대학에 입학했는지 정보를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정보를 받은 해당 캠퍼스 간사는 소개를 받았음을 밝히고 신입생에게 연락을 취해 CCC를 소개한다.

한편, 이번 사태로 신천지 집단의 실상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건강한 선교단체들의 캠퍼스 전도에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대부분 캠퍼스 선교단체들이 진행했던 일명 랜덤 전도’(설문지를 통해 신앙 여부와 관심도를 파악한 후 연락을 취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조철호 간사는 이번 사태는 안타깝지만 새로운 길이 열리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동안 선교단체들이 해왔던 설문지 전도는 이단들도 동일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 터라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을 고민하지 않아 설문지 전도를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신입생들을 만나 설문지를 나눠주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춰 진작 전도방법을 혁신하고 개발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번 사태가 계기가 됐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간사들 사이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 발굴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수한 상황 속에 올해 선교단체를 구성하는 신입생들의 구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조 간사는 신천지가 부각되면서 기존 교회나 크리스천 부모들이 믿고 맡길만한 선교단체를 직접 나서서 찾아보고 신입생들에게 소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에 신앙이 있는 신입생들이 선교단체로 먼저 찾아오는 사례는 더 많아질 거라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믿지 않는 친구들의 전도에 대한 경계심은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선교단체들의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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