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자사고 취소 논란 가속화…“교육과정의 다양성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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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자사고 취소 논란 가속화…“교육과정의 다양성 훼손 우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7.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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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이대로 괜찮나?

산상고 이어 동산고…잇단 자사고 지정 취소
장기적으로 자사고 존폐여부에도 영향 예상돼

잇단 자사고 지정 취소로 인한 사회 갈등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전북교육청(교육감:김승환)은 전주 상산고를, 경기도교육청(교육감:이재정)은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부산 유일 자립형 사립학교(자사고)인 해운대 고등학교 역시 지난 27일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자사고는 5년을 주기로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재지정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른 자사고는 전체 자사고(42곳)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24곳이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의 하나인 ‘자사고 폐지’의 추진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도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는 장기적으로 자사고 존폐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안산 동산고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자사고 잇단 폐지…형평성 문제 제기

이번 평가로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자사고들은 평가기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이 실시한 자사고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 못하며, 커트라인의 기준도 지역별로 달라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자사고 지정취소 평가를 받은 미션스쿨인 안산 동산고는 경기도교육청 기준 전체 70점 만점에서 최종점수 62.06점을 받았다. 동산고는 정량평가 항목 88점 만점에서 69.03점을 받았으며, 재량평가 항목 중 교육청 역점 사업영역 12점 만점 중 5.03점을 받아 74.06점을 받았다. 그러나 총점에서 최대 12점이 감점될 수 있는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인 ‘감사 등 지적 사항'에서 12점이 모두 감점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지정 통과 커트라인을 80점으로 높인 전북교육청의 평가를 받은 전북 상산고는 79.61점을 받아 재지정에 실패했다. 겨우 0.39차이로 재지정이 취소된 성산고는 사회통합 대상자의 선발노력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4점 만점 가운데 1.6점의 낮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러나 1세대 자사고로 처음 설립돼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사고로 전환된 상산고는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 신입생을 선발할 의무가 없다. 그렇기에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산 동산고 인남희 학부모회장은 “교육청 재량으로 평가한 점수에서 -12점이 나온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평과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가항목 중 교직원과 학부모 만족도는 8점 만점에서 8점을 받았다. 안산 동산고는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 만족하며 다니는 학교”라며, “이러한 평가를 받은데 있어 학부모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7월 8일 청문회를 거쳐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후에도 자사고 폐지가 결정된다면 학부모회측은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 안산 동산고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은?

그러나 상당수 자사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다시 자사고 지위를 얻는다고 해도 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주체인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기조가 견고하고 여러 시민단체도 엄정한 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

사교육걱정없는세상(대표:송인수․윤지희)은 성명서를 통해, “고유 목적을 상실해 지정, 취소되는 자사고는 다시 일반고로 전환되는 상황”이라며, “재학생 학부모들이 재지정 취소에 결사반대 하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인수 대표는 “‘교육과정의 차별화’는 허울일 뿐 사실상 자사고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배타적인 사회경제적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을 철저히 분리해 교육하는 기제로 왜곡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자사고 존립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자사고가 교육과정의 다양성 추구라는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실제 자사고 학생들의 선발기준이 ‘성적’인 것만은 아니다. 단체의 주장처럼 자사고 학생 선발방식이 일방적인 성적순 줄 세우기가 아니라 면접을 비롯해 학생의 인․적성 평가 등 통합적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서울 내 자사고는 추첨과 면접(교과질문 금지)으로 지방 내 자사고는 면접(교과질문 금지)와 내신성적(절대평가로 산출)으로 선발한다.

실제로 자사고에 다니는 고2 자녀를 둔 A학무모도 “내 아들은 중학교 성적이 크게 좋지 못했지만 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당시 인성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합격했고 지금은 다양한 교육적 기회를 주는 학교의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웅 변호사(법학박사)는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교육환경이 우수해 중학교 성적 우수자들이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일 뿐이며, 이것마저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자사고 제도를 전면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 변호사는 “평준화교육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즉 교육 기회의 실질적 불평등 발생,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침해, 교육의 획일화 등의 부작용에 대한 개선과 보안조치로 자사고 확대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질 높은 사립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고 교육의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자사고 제도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48조에서는 ‘고등학교의 교과 및 교육과정은 학생이 개인적 필요/적성 및 능력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4월에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 받아야

이들 자사고의 재지정 결과는 적어도 오는 8월까지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7월 초까지는 모든 시·도교육청이 평가 결과를 해당 학교에 통보해야 하고, 이후 청문 절차와 교육부 장관의 동의과정을 거쳐 재지정 승인 여부가 확정되므로 자사고 재지정에 대한 최종 절차는 7월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자사고를 포함해 12월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후기고들은 대부분 3개월 전인 8월까지는 최종 입학전형을 공고해야 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 자사고 재평가가 유독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가 기준점에 미달한 경우라도 ‘2년 유예 및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기존 자사고 평가와 달리 2019년 시도 교육부지침에서는 ‘2년 유예 및 재평가 금지’라고 못을 박았다. 이번에 탈락할 경우 다시 소명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는 장기적으로 자사고 존폐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자사고의 무조건적 폐지를 주장하기 보다는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받고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경쟁을 통한 양방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요청된다.

이성호 교수(중앙대 교육학과)는 “사립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등록금이 비싼 ‘부자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다. 오히려 사립학교 활성화를 통해 공교육체제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 수 있으며,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의 경쟁과 협력으로 국가교육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학생의 진로 혹은 지역적 특수성, 학생의 특색 있는 수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자사고의 출현도 바람직하다”며, “자사고를 그 목적이나 기능 면에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사회적 혜택에 대해 소외된 계층에는 보상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저소득계층 학생들의 학력을 증진시키는 방안이 보충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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