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공공성 회복…선교적 교회로 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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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공공성 회복…선교적 교회로 가는 지름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6.25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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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 200만명…탈교회 시대 가속화
사회적 책임 회복하고 약자 포용해야
교회의 공공성 회복, 선교적 교회로 가는 지름길
▲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이 탈교회 시대 선교적 교회'를 주제로 '2018 미래 교회 콘퍼런스'를 열었다.

"한국교회의 잔치는 끝났다. 한국교회는 성장이 잠시 주춤한 것이 아니라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갱신하지 않고는 2040년경 교인수가 300만 명대로 줄어들 수 있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자신의 저서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를 통해 향후 20년을 이렇게 내다봤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한국교회는 이미 빠른 속도로 그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주일성수·십일조·선교 등을 포기하는 교회 안 N포세대가 증가했고 이는 곧 가나안 성도 200만 명 시대라는 암울한 성적표를 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신학자들 사이에선 한국교회가 소생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는 희망적 외침도 나온다. 이들은 "교회를 떠났다고 하나님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여전히 마음 아파하실, 떠난 자들을 염두에 둔 목회가 절실하다"며 '선교적 교회와 목회'를 새로운 과제로 제시한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이 지난 25일부터 양일간 '탈교회 시대 선교적 교회'를 주제로 진행한 '2018 미래 교회 콘퍼런스'에서도 바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참된 신앙인 감소가 탈교회 부추겨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날 돌파구로 선교적 교회의 의미를 살피기 전에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오늘날 심각한 탈교회 현상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원인분석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선교적 목회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발제한 장신대 임성빈 총장은 "탈교회 시대 교세의 양적감소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 약화'가 가장 치명적"이라고 꼬집었다. 기독교인들부터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유일신·종말론 등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이자 기본적인 교리조차 수용하지 않고 이혼·낙태·음주·흡연·혼전 성관계 등 사회 이슈에 대해 비윤리적 태도를 취한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사회 내 교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것 역시 탈교회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목회자들마저 교회의 양적 팽창과 외형에 치중하고 사리사욕 또는 부도덕함을 보이자 그리스도인들의 말과 행동 사이에 큰 괴리감을 느껴 떠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실제로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문제상담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접수된 상담 중에는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재정 운영방식 등의 교회 전횡 문제'가 가장 많았으며(25%) 인사 및 행정 전횡(18.5%)과 세습 문제(15%)가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더해 임성빈 총장은 "기존 이단들의 포교활동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안티기독교 커뮤니티를 새롭게 개설해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세력까지 더해져 교회의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풀이했다. 

한국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교회역할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눈여겨볼만하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출산율·고령화·노인 빈곤률·자살률 등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차적으로 국가의 문제지만 정의와 생명이라는 기독교 본연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방치한 교회의 책임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임성빈 총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교회는 더 이상 전통적인 전도방식으로 살아날 수 없다"며 "청지기적 사명을 가진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공적 영역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일궈가는 선교적 교회의 도입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교회, 사회 공공선(善)에 기여해야
선교적 교회는 말 그대로 교회의 정체성과 본질을 선교로 여기는 것이다. 즉, 선교의 주체를 하나님으로 보고 교회는 지역사회 일원으로 파송돼 마을주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필요에 헌신하는 목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매력적인 교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사람과 자원이 모여드는 곳이다. 반면 선교적 교회란 교회 밖으로 사람들과 자원이 투입되는 것"이라며 "교회는 앉아서 기다리는 곳이 아닌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 세상으로 내보내는 곳으로써 선교적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선교적 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소통과 연대 △고비용 구조로부터의 탈피 △사회적 책임 회복 등이 꼽혔다. 임성빈 교수는 "특히 대형교회들은 화려한 건물이나 이벤트로 매력적인 성전을 만들어 교인들을 끌어 모으는데 힘을 쏟고 있는지, 아니면 진정한 제자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아직 신앙이 깊지 않은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영적인 존재, 즉 그리스도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다움을 되찾을 때 비로소 한 교회의 좋은 교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적인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도모하는 시민이 될 수 있다"며 선교적 교회의 모델을 제시했다.

아울러 공공선(善) 실현을 위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으로 불법이주민·난민·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포용과 환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강남순 교수는 "최근 대두된 사회문제는 교회 안에만 머무르며 예수의 이름으로 심판과 혐오를 실천하는 기독교인들의 무책임한 자세와 연결된다"며 "교회는 개인의 물질적 성공과 번영만을 추구하는 곳이 아닌 언제나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어야 한다. 기독교인들의 실천적 자세가 예수를 사랑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탈교회 시대 교회의 존재론적 의미는 예수의 환대를 이 땅에서 다차원적으로 실천할 때 이뤄진다는 것이다. 

박명림 교수는 "한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아픈 사람들, 우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병든 사회요 무너진 공동체"라며 "교회의 현실참여는 이들을 위한 연대의 손길이자 영적 울림이며 세상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 구원의 도구"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을이 붙잡는 교회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미래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선교적 교회를 일찌감치 한 발 앞서 실천하고 있는 현장 목회자들의 생생한 사례도 소개됐다. 

"교회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교회는 목사가 개척했다고 목회자의 것도, 성도들의 헌금으로 만들었다고 성도들의 것도 아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써 마을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장소가 돼야 한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더불어숲동산교회 이도영 목사는 자신의 목회철학을 이렇게 밝힌다.

그의 사역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교회의 공공성과 공동체성 회복'이다. 도서관과 카페가 어우러져 마을 사랑방으로 불리는 '페어라이프 센터'를 지어 공정무역 커피와 먹거리를 판매하고 6개월 과정의 공정무역 교실을 운영해 전문가를 양성하기도 한다. 교회가 제3세계 커피노동자를 착취하는 부당한 무역에 맞서 주민들의 일상 속 소비 인식과 패러다임을 바꾼 것. 그 결과 지역 4개 교회들이 공정무역 운동에 동참하고 경기도 5개 도시가 공정무역 도시를 선포하는 열매를 거뒀다. 이 밖에도 수시로 벼룩시장을 열어 형편이 어려운 지역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이도영 목사는 "마을 만들기를 전도 수단으로 여겨 주민들을 모두 우리 교회로 나오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 보다는 낮은 자세로 협력해 주민들이 우리교회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게 더 우선"이라며 "선교적 교회는 '교회가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주민들이 얼마나 붙잡을까?'란 물음에서 시작한다. 진정한 선교적 교회는 지역이 교회를 붙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아프리카 우물파기 사역 등 교회 밖에서 물심양면으로 세상을 섬기는 제천세인교회 이강덕 목사 역시 "선교적 교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의 리그'가 돼야 한다.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사명을 감당하는 이타적 교회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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