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나님의 뜻인가, 당신의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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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나님의 뜻인가, 당신의 뜻인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11.22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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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은 크리스천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습관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내뱉을 때가 많았다. 답하기 애매한 질문 앞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해야죠”라며 말을 돌리는 식이다. 

매일매일 삶의 순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주로 선택의 순간 앞에서 급하게 하나님의 뜻을 물을 때가 많은 것이 현실인 듯하다. 

그나마도 진정 하나님의 뜻을 묻고 순종하려는 마음보다 내가 미리 선택지를 골라놓고 골치 아픈 결정권을 하나님께 이양하는 경우도 있음을 고백한다. 하나님의 뜻을 언급하는 데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함을 느낀다.

최근에는 ‘하나님의 뜻’이 교계를 넘어 일반 언론에서까지 오르내린다. 자기 생각에 하나님의 뜻을 덧씌운 몇몇 인사들 덕분이다. 

지난 16일 모 목사는 부흥회 자리에서 “종교인 과세 문다고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에다 세금을 내라 하느냐”고 발언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과세가 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두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한 교계 원로의 말처럼 지진에 고통당한 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자세일 듯싶다.

여기에 한 정치인의 발언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자유한국당 류여해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포항 지진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혹은 천심이라는 지적들이 나온다”고 발언했다. 카메라 앞에서 하나님이란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인가 당신의 뜻인가. 물론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다 헤아릴 순 없으나 적어도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린다고 뜬금없는 포항에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 그분의 뜻은 아닐 거라 믿는다. 하나님의 뜻은 이미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고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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