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알에 담긴 창조질서 회복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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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 알에 담긴 창조질서 회복의 꿈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7.06.05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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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에 닭의 수난을 생각한다…킹스파머스 여기혁 대표

살충제 달걀 여파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미 예견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양계를 실천하는 '킹스마퍼스 대표' 여기혁 목사의 지난 6월 기사를 다시 조명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닭의 해에 닭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난데없는 초여름 AI 소식으로 벌써부터 축산농가와 닭 관련 업체는 뒤숭숭하다. 소비자들도 걱정스럽긴 매한가지. 지난 겨울, AI로 수많은 닭들이 폐사됐다. 사실 닭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 그 여파로 국민 먹거리인 계란이 한동안 식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또 다시 시작이다. 이건 ‘닭의 역습’, 아니 ‘닭의 복수’다.

이것이 포항에 있는 ‘킹스파머스’ 여기혁 대표가 자연 순환 유기농 계란을 생산하는 이유다. 농장 출하 가격이 보통 100원인 계란에 비해서 여 대표의 계란은 1000원이다. 무려 10배가 되는 계란 값, 그래도 이것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닭의 일생’을 한번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목이 많다. 

▲ 목회자인 여기혁 킹스파머스 대표는 가업인 아버지의 양계장을 이어 받아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기존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 자연순환유기농법으로 좋은 계란을 만들고 더 나아가 좋은 기독교 공동체를 부화하는 꿈을 꾸고 있다.

닭의 일생을 얼마나 아십니까?
“소비자들이 세 가지를 아셔야 합니다. 환경, 먹이, 유통과정입니다. 먼저 환경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닭은 99%가 공장식 축산입니다. A4용지만한 좁은 공간인 배터리케이지에서 두 마리가 사는데, 닭의 체온이 40도가 넘습니다. 게다가 털옷을 입고 있죠. 닭은 땀샘이 없어 날개를 들어서 열을 식혀야 하는데 날개를 들 공간이 없습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보통 15년까지 사는 닭이 1, 2년 안에 폐사됩니다. 그 스트레스가 계란에 그대로 들어갑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못 견디는 닭들은 부리로 서로 상대방의 항문을 쫀다. 나중엔 항문이 없어지고 내장이 밖으로 흘러나와 죽는다. ‘카니발리즘’이라는 병이다. 이걸 막기 위해 병아리 때부터 부리자르기를 한다. 신경이 부리에 다 있는 병아리를 마취도 없이 부리를 자르면 그 고통은 엄청나다. ‘코르티졸호르몬’이라고 하는 스트레스가 그대로 계란에서 검출된다. 

“요즘 계사는 무창계사라고, 창이 없는 좁은 공간 속에 닭들을 넣어 두고 전등을 켜두면 눈이 나쁜 닭들은 낮인 줄 알고 계속 먹이를 먹습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아서 닭이 잠을 안자고 계속 먹이를 먹게 해서 계란을 많이 낳게 하죠. 죽을 때까지 닭은 햇볕을 못보는 겁니다. 돈벌이 때문에 그렇게 닭을 학대하는 거죠.”

먹이 또한 계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닭은 소나 돼지에 비해 단순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먹는 게 그대로 계란에 들어간다고 한다. 대부분의 닭들은 유전자 변형(GMO) 옥수수를 먹는다. 농약에 반응하지 않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이다. 

“세포를 두르고 있는 지방산은 오메가3과 오메가6가 1대 1이 되어야 좋습니다. 그런데 옥수수는 오메가6만 많아요. 닭들이 먹은 이것이 계란에 들어가고 그걸 사람이 먹으니 우리 몸에 좋을 리가 없죠. 최근 한국인에게 성인병이 급증한 이유가 바로 짐승들이 먹는 이 GMO 옥수수 사료 때문이라는 겁니다. 세포가 노화되고 피가 더러워지고 암이 생기고.”

더 큰 문제는 계란 속에서 살충제가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닭들은 흙 목욕을 좋아한다. 흙 목욕을 통해 자기 몸에 붙은 이를 제거하는데, 좁은 케이지에서 이건 불가능하다. 결국 살충제를 뿌리는데 그것을 닭이 먹게 되고 계란에서도 발견될 수밖에 없다는 보도가 나왔다.
 

싼 계란이 왜 싼지 알아야
또 하나 문제는 유통과정이다. 킹스파머스는 일반 마트에 계란을 내놓지 않는다. 회원제로 그날 아침에 낳은 계란을 오후에 소비자들에게 배송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농장에서 낳은 계란이 집하장에 모여, 산란 날짜가 아닌 포장날짜를 찍기까지 며칠이 걸린다. 법으로 정한 유통기한이 상온에서 일주일인데, 마트에 나오기도 전에 상당부분 지나가버린 셈이다.

이렇게 현재 우리가 먹는 계란의 대다수가 이런 염려스러운 환경, 먹이, 유통과정을 겪는다. 그래서 100원이라는 싼 값이 형성된다. 그러나 싼 만큼 우리 몸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 몸에 좋으려고 먹는 계란이 되레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보고와 뉴스가 끊이지 않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저희는 자연통풍이 가능한 넓은 곳에서 닭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계사를 만들었어요. 먹이도 유전자변형 옥수수 사료 대신에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된 18가지 곡물 천연재료를 발효과정을 거쳐 먹입니다. 미네랄을 품은 산야초를 30% 이상 섞여 먹이고요. 물도 토착 미생물로 배양한 것을 고집합니다. 그 좋은 먹이가 계란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대개 양계농장들이 닭똥 냄새 때문에 골치 앓는데 비해 여 대표의 농장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이걸 자연 순환형 유기농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먹이를 먹고 자란 여 대표의 닭들은 건강할 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 그렇게 심각했던 AI에도 그의 닭들은 아무 탈이 없었다. 결국 최근 나날이 기승을 부리는 AI의 고통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짐승들을 착취하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부메랑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순환유기농으로 하는 곳은 전체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1천 마리 이상 키우는 규모의 농장은 다섯 개 정도. 그의 농장은 1만 마리 이상 되니, 그 다음으로 가장 큰 농장 2천오백 마리에 비하면 월등히 큰 규모다. 그의 제품이 워낙 좋아 완판이 되고 협력업체들이 많이 생겨 앞으로 전망이 밝다. 

“처음엔 힘들었죠. 가격이 1000원인 이유가 다 핸드메이드거든요. 결국 인건비죠. 기존 방식으로 수십 년 해오셨던 아버지와 갈등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AI 때에도 우리 닭들은 멀쩡한 걸 보고 아버지도 많이 놀라셨죠. 힘든 만큼 이건 사명감이 없으면 못합니다.”

▲ 킹스파머스 매장 모습


새로운 목회 새로운 공동체
여 대표는 사실 예장 통합측 목사이기도 하다. 원래는 성악을 전공해서 음악 교사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혀 교회와 연관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성악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그는 늘 하나님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지만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노우호 목사님의 에스라하우스에서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공부하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했고 결국 교사를 그만 두고 목회자가 됐습니다. 그러다 제가 장남이라서 양계장을 크게 하시던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여 대표는 이것을 그의 꿈을 이룰 기회로 삼았다. 일반 목회를 하면서 늘 갈증이 있었다. 일주일에 그저 한번 교회에 모여 드리는 예배로 참된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살 수 없다는 아쉬움이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양계장을 하면서 그 동안 품어왔던 새로운 목회와 공동체의 비전이 부화됐다.

“말씀을 의미하는 ‘로고스’가 그 원래 뜻이 모든 사물을 운행하는 법칙이더라고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 ‘로고스’대로 살고 세상을 다스리라고 했는데 인간이 그 법칙을 깨뜨렸습니다. 지금은 양계에서 하나님의 법칙인 로고스를 실천하고 있지만 나중엔 6천평 농장에서 각종 농사를 로고스대로 지을 겁니다. 만물을 잘 관리하고 다스리라는 창조원리대로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하나님의 농부로서 말입니다. 이곳에 와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원합니다.”


‘킹스파머스’는 왕이신 하나님의 농부들이라는 뜻과, 소비자들은 왕처럼 섬긴다는 뜻이 담겨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 10명은 모두 크리스천으로 이중 상당수가 취약계층이기도 하다.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한 이유도 여기 있다. 

겨자씨 하나가 자라서 많은 새들이 깃들여 쉴 만큼 큰 나무로 성장하듯이 그의 농장에 어려운 이들이 더 많이 찾아와 생활이 해결되고 같은 마음으로 ‘천국’을 일궈가는 ‘킹스파머스’가 되기를 오늘도 그는 작은 계란 하나를 소중히 만지며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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