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접경지역 선교사 위협, 신중한 사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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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접경지역 선교사 위협, 신중한 사역 필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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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식당종업원, 집단 탈북 이후 테러 위협 커, 중국 당국 선교사 추방 증가
▲ 북중접경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어 사역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단동에서 바라본 압록강철교 모습.

북중 접경지역에서 사역하는 우리나라 선교사들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탈북민들을 돕고 있는 사역 현장들도 공안 당국에 의해 해체 위기를 겪고 있어 이 같은 동향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단동, 연길, 백두산 등을 잇는 비전트립이나 특정지역에 머무는 단기선교 사역을 준비하고 있는 교회들은 각별한 주의와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선교 전문가들은 가급적 이 지역에 대한 방문은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선교사 안전문제와 맞물려 얼마 전에는 북중접경지역 선교사 다수가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추방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6월 사이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선교사 등 활동가 수십명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국을 떠나도록 사실상 추방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사역의 터전을 빼앗기는 일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북중접경지역 선교사들은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돕고 자립기반을 찾아주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역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사역현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의 조치는 북한측의 요구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통상 공안들은 선교사들의 활동을 파악하고 있으며, 서신이나 통신검열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는 지켜보다가 당국의 용인 수준을 넘어서거나 정책적 판단에서 따라 일정 인원을 추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많은 인원들이 추방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선교사들은 공안당국의 동향에 대해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조치도 필요하다. 실제 단동에서 사역했던 한 사역자는 “공안들이 우리 가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욕심 부리지 않고 접경지역 후방으로 나와 선교사역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탈북민들을 도울 수 있고, 때가 되면 다시 그 지역에서 사역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으로부터 위협도 극대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전에도 위협은 있었지만 최근 급증한 것은 지난 4월 중국 저장성 닝보시 소재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13명의 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한 이후부터다. 북한은 우리 국민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사해왔다.

집단탈북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지린성 칭바이현에서 탈북민들을 돕던 조선족 출신의 한충렬 목사(장백교회)가 괴한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접경지역의 선교사 사이의 분위기는 여전히 흉흉하다.

아직까지 범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장백교회 교인들은 평소 탈북자 구호활동을 펼쳐온 한충렬 목사를 북한이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북한 보위부원 3명이 한 목사가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자를 통해 유인해서 살해한 후 북으로 돌아갔다는 정황이 발표되기도 했다.

북중 접경 지역 사역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역자들은 북한에 의한 범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실제 2014년에는 장백교회 교인 한명이 북한에 의해 납치됐던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김정은의 지시로 랴오닝성 단동과 선양, 지린성 연길 등에 북한 보위부 요원 3백여명을 급파해 남한 주민들을 납치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북한전문매체 보도도 나왔다. 주로 남한 주민들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주요 납치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이 중국 내 북한 선교활동가와 인도적 지원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은 선교사들의 사역을 수년간 지켜보며 동향을 파악하다 납치 등 범죄를 벌이고 있는 만큼 사역자들이 안전문제에 더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래목회포럼(대표:이상대 목사)은 “여전히 수많은 선교사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태이며, 선교사들의 신변보호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게 요청된다”면서 “특히 청년 대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전교육 등 총체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조일래 목사)에 공문을 보내 “북한이 보복 수단으로 중국 내 체류 중인 국내 선교사를 납치 테러해 위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방문과 선교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바도 있다.

한교연도 지난 6월 29일 회원교단 선교책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어 북중접경지역 사역에 주의를 당부하고 교단과 단체의 유기적 대응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20년 가까이 북중접경지역 사역을 하고 있는 선교단체 한 관계자는 “매년 방학기간 진행해온 청년 비전트립을 올해는 취소했다. 더 많은 단체와 교회들이 계획하던 일정을 취소하고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예정된 일정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라며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기독NGO 한 곳도 두만강과 압록강 일대를 투어하는 일정을 매년 진행해왔지만, 최근에는 다른 방식의 사역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더미션로드 대표 김창범 목사는 “북한 근로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많게는 8백명의 보위부원들이 파견됐다는 소식에 현지 선교사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선교사들이 탈북민을 돕는 사역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안전문제가 제기되는 분위기라면 한국교회에서 파송하는 단기선교팀은 당분간 자제하는 것도 지혜로워 보인다”면서 “혹시라도 북한에 의해 납치 또는 테러가 일어난다면 파장이 엄청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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