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어디로 가나-내부적 침체 더불어 외부적으로 '끝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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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어디로 가나-내부적 침체 더불어 외부적으로 '끝없는 추락'
  • 승인 200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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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보도,종교 선호도 3위 등 사회적 위상 갈수록 흔들--- 세상 향해 책임있는 모습 갖춰야

밖에서 보는 한국교회

지난해 12월 19일 밤 늦은 시각. 새 천년 첫 성탄절 준비에 들떠있던 한국교회에 또 한번의 충격이 가해졌다. 98년 부활절을 앞에 두고 어느 목회자의 도덕성을 고발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길 잃은 목자' 이후, 그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몇몇 대형교회의 세습문제와 갈등을 고발한 이날 MBC PD수첩의 ‘2000 한국교회 자화상'은 98년 부활절에 그랬던 것처럼 ‘선교적 타격'과 함께 새 밀레니엄의 첫 성탄절을 맞는 한국교회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PD수첩은 ‘목회세습'으로 불리는 담임목사직 승계 문제와 교회재산을 담보로 한 은행대출 문제 등을 통해 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방송을 접한 교계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하나는 상업방송이 ‘세속의 잣대'로 교회를 재단할 수 있냐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의 자화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것.

그러나 대다수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이같은 공중파 방송들의 보도행태가 교회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의도적이고 편파적인 내용만을 다뤄, 결국 교회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의 복음전파를 가로막는 ‘사탄적 음모'라고 보는 견해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왜 우리사회가 이처럼 교회를 ‘문제의 집단'으로 보는가 하는 것이다. 7,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교회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일정부분 인정하던 사회 분위기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서서히 비난의 대상으로 바뀌더니, 이젠 비난의 대상을 넘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리가 이곳저곳서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몇해전 한국갤럽이 종교를 갖지 않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선택 ‘선호도' 조사에서도 개신교는 가톨릭과 불교에 이어 3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현재의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의 ‘개종'을 묻는 질문에서도 교회는 가톨릭과 불교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등 실로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위상은 내부적 침체와 더불어 외부적으로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교회밖의 이같은 시선은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물신숭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웅장한 교회건물과 교인수와 헌금수입의 증가 등을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는 것과 더불어 샤머니즘적 기복주의와 분열주의·신비주의·권위주의·남성우월주의 등 끝없는 요소들이 한국교회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든다는 주장.

또 하나, 모든 교회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십일조와 감사헌금 등 각종 명목의 헌금이 한번 들어가면 다시 교회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교회 식구들의 인건비와 운영비로 쓰이고, 남은 돈은 또다른 건축을 위해 적립되고 마는 ‘자체 소비집단'이란 것이 밖에서 보는 모습이다. 여기에 웅장한 교회건물은 언제나 잠겨 있고, 이웃을 향해 열리지 않는 것 또한 같은 이유중에 하나로 꼽힌다.

이와관련 김동훈교수는 “새로운 21세기를 맞아 교회가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그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것. 경제수준에 비추어 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 현실에서 교회의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즉 교회가 말끝마다 거론하는 초대교회는 무엇보다 구제공동체였다는 것이 김교수의 주장이다.

김교수는 이에대해 교회헌금의 절반 이상을 구제사업에 쓰라는 것과 교회건축 역시 기존건물을 최대한 살려 사용하는 대신 영세민을 위한 탁아시설이나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운영 내지는 후원이라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 교회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화려한 성장사를 기록하며, 특히 민족·민중과 함께 한 소중한 유산을 지닌 한국교회가 이처럼 밖으로부터 계속적인 비난과 함께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쳐지는 것은 ‘하나님나라 확장'이라는 선교적 사명 감당외에, 대사회적 위상과 정체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세상을 향해 책임있는 모습을 갖추는 일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떤 명설교의 감동이나 아름다운 기도보다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흘리는 수고의 땀 한방울이 우리의 영혼을 더 정화하고, 이 사회를 천국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이끌 것이라는 한가닥 기대 때문이다.

장형준(hjja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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