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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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는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입니다”
  • 김찬현
  • 승인 2005.12.0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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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대구정착 돕는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 한재흥 목사
 지난 11월 13일, 대구에 있는 한 결혼식장에는 특별한 결혼식이 치러졌다. 바로 북한에서 생사의 길을 넘어 이곳 남한 대구에 정착한 탈북자 커플 한쌍이 감격의 결혼식을 올린 것.

결혼식을 올린 이 커플처럼 북한에서 생사의 길을 넘어와 이제 남한, 특히 대구에 정착하고 있는 150여명의 북한 탈북자들의 곁에는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 한재흥목사가 있다. 원래 평범한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는 한목사의 이력에는 남다른 점이 많다.


장신대를 다니던 신학생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학교에서 제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었지만,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빈민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1989년에는 그의 제2의 고향인 대구에서 장애인과 도시빈민사역을 위해 여명교회라는 교회를 개척함으로 본격적인 빈민사역을 시작했다.

교회를 개척한지 6년의 시간이 흘러 자신의 달란트가 목회보다는 사회선교 쪽이라고 판단한 한목사는 사회선교를 위해 세상 속으로 몸을 던지기로 결심했다.

“사실 제가 빈민사역이나 사회선교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한용택목사(합동정통 증경총회장)의 영향이 컸습니다. 평생동안 도시빈민들을 위해 묵묵히 몸바쳐온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빈곤과 가난의 문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 것이죠.”


주위환경덕분에 빈민사역을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었던 한목사는 요즘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돕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IMF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노숙자와 쪽방을 전전하는 사람들을 다시 건강한 사회인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앞장서던 그가 북한탈북자들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2003년, 탈북자들과 관련해 논문을 쓰고 있던 사람이 대구지역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관련된 자료조사차 한목사를 찾아온 것.

사실 이전에는 탈북자들이 그가 있는 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었던 한목사는 자료조사를 도우면서 대구에 정착한 탈북자가 100여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들 역시 한목사가 돕고 있는 쪽방사람들만큼이나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탈북자들 대부분이 자신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드러내기를 꺼려합니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숨기는 것이죠. 평생을 공산주의체제하에서 살아온 그들이 이곳에 정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목사의 말처럼 평생을 이곳 남한과는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온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것은 어려웠다.

“전국에 7천여명, 대구에는 300여명의 탈북자들이 정착했지만 사실 이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의 경우 정부에서 남한정착을 위해 제공하는 정착금이나 주택을 브로커들에게 빼앗기기도 하고, 공산주의체제 속에 평생을 살아온 탓에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해 사기를 당하기도 하는 등 문제는 비일비재합니다.”


또 한목사가 한 중년 여자탈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탈북에 성공했지만 브로커에게 줄 돈이 없어 일단 두 자녀는 중국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온 뒤 정부에서 제공한 임대아파트를 반납한 돈으로 중국으로 다시 건너가 두 아이를 만났지만 현지의 가스폭발로 두 자녀 모두 죽고 본인 역시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탈북자라고 드러나는 것조차 싫어한다고 한목사는 귀뜸한다. 탈북자라고 밝히면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틀려진다는게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북한이 싫어서 목숨을 걸고 도망쳐나왔지만 이곳 남한에서도 당당히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목사는 만나는 탈북자들에게 언제나 증오보다는 사랑을 강조하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위해 노력한다.


한목사는 무엇보다도 통일시대를 위한 준비를 위해 한국교회가 가장 빨리 해결해야 되는 문제로 탈북자문제를 꼽는다.


“언젠가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되기전 교회가 가장 시급히 준비해야하는 것은 바로 북한에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하는 방법입니다. 통일이 되면 두말 않고 나서서 북한을 복음화할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요. 고향에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탈북자들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주소는 너무나 냉혹합니다. 탈북자문제가 외국인노동자문제보다도 더 낮게 취급되는 것을 느낄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끼죠. 무엇보다도 한국교회가 먼저 탈북자들을 위해 나서야합니다. 탈북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복음의 전도자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합니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3명 중 한명 꼴은 기독교인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받아준다면 이들이 남과 북의 단절을 이어주는 화해자가 될 것입니다.”


살기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몇 번의 생사의 고비를 넘어 남한까지 넘어왔지만 탈북자들은 또다른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탈북자 문제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어두운 단면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한목사.


그는 낯선 곳에서 방황하는 탈북자들에게 ‘나도 당신들과 같은 민족’이라는 동포애와 사랑을 가슴으로 전하고 있었다. 곤경에 처한 탈북자를 괴롭히는 브로커도, 얼마 안되는 정착금을 착복하는 사기꾼도, ‘이방인’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도 모두 사라지는 나라, 그것이 한목사가 꿈꾸는 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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