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고백’ 입 뗀 조용기 목사 등 지도자들 ‘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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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고백’ 입 뗀 조용기 목사 등 지도자들 ‘숙연’
  • 윤영호
  • 승인 2005.04.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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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 8일 교계 지도자 초청 참회 고백
 



‘참회고백’ 입 뗀 조용기 목사 등 지도자들 ‘숙연’

교회 지도자들의 참회는 엄숙했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이들 지도자들은 시간의 덧없음을 고백하며 준엄한 하나님의 명령대로 살지 못한 자신들의 인생을 찌그러진 모양 그대로 공개했다.


지난 8일 오전 7시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를 가득 채운 4백여 목회자들은 매우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 엄숙한 죄책고백을 아픈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구원받은 하나님의 시민으로 살지 않았던 자신들의 생(生)을 함께 회개하고 있었다.


참석자와 함께 한 엄숙한 참회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김명혁 목사)가 마련한 기독교 지도자들의 공개 참회 현장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무거운 입을 연 김창인 목사(충현교회 원로), 강원용 목사(경동교회 원로),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의 참회 고백이 신선한 감동을 주며 눈물을 솟구치게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창인 목사는 신사 참배에 굴복한 교회와 목사들을 정죄하며 재건파에 참여했던 자신의 감추어진 과거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한편 교회 후계자 문제로 합동총회와 갈등을 일으킨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해방된 직후 신사 참배한 교회들을 비난하면서 천막 교회로 시작한 재건파 시절은 신앙을 빙자한 교만의 시작이었다”고 회고하고, “나의 신앙이 내 열정과 헌신의 결과로만 생각했을 뿐 하나님의 은혜로는 생각하지 못한 죄가 있다”고 털어놨다.


“정죄하던 교만한 입술이 부끄럽다”

“귀신을 섬겼던 교회들과 함께 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난도 하고 심지어 밥도 함께 먹지 않을 정도로 그들에 대한 미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신앙을 드러내려는 교만이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김창인 목사는 이어 교회 후계자 문제로 교단과 갈등을 일으킨 것 역시 교만의 죄라고 고백했다. “미국서 공부하던 총명한 후배가 있어 교회 후임자로 총회와 의논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생각을 거부하더라구요. 몹시 화가 나서 교단에 행정 보류 선언을 했죠. 관계를 끊으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제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입을 열어 저주한 죄로 고민하던 중 이같은 자리에서 고백하니 감사합니다.”


뒤를 이은
강원용 목사는 개인적 참회보다는 공적인 활동에 대한 반성을 주로 하면서 찢겨진 교파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화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만을 위해 사역한 좁은 안목” 반성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일일이 다 말하면 책 몇 권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며 “말로 한다고 해도 5시간은 필요하다”고 서두를 꺼냈다.

강 목사는 지금까지 활동한 모든 것을 되돌아보니 하나님 중심의 일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일’을 하는 데 집중했다고 반성하면서 “이제부터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온전해 지는 일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비교적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천주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들과 대화운동을 하는 데 열심을 내다보니 기독교 안에서의 대화는 소홀히 했다면서 대화 단절이 곧 분열의 심화만을 보여 마음이 아프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생명운동에 열심을 낼 것이라고 밝힌 강 목사는 복음이 소개된 지 불과 20~30년 3.1운동 때의 기독교 힘을 대단했었지만, 그보다 몇 배 성장한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여서 매우 허탈하다고 최근의 교계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조용기 목사는 “썩어지는 구습을 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고백한다”고 입을 뗀 후, 자신의 삶을 본 훼퍼의 값싼 은혜에 비유하며 사회구원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으며 마이크를 잡은 조용기 목사는 이중표 목사가 강조하던 ‘별세신앙’을 따라 살지도 못했던 점, 현실에 만족하며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점, 교리적으로 흠없이 살았지만 결국 사람 사랑과 사회 사랑을 외면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지 않은 점 등을 비교적 소상히 짚어가며 자신의 죄책감을 털어 놓았다.

“70평생 살아온 뒤를 보니 남은 것은 죄 뿐”

조용기 목사는 최근 자신이 준비하는 것으로 밝힌 사회 구원 사역을 집중적으로 말하면서 “70평생 살아온 후 뒤를 돌아보니 남은 것은 죄 뿐, 아무 것도 밝힐 것이 없는 실정”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하나님의 사랑 범위를 인간의 영혼에만 국한했다”는 조 목사는 “사회악에 대해 침묵한 죄, 사회가 고통을 호소할 때 외면한 죄, 자연의 고통을 무시했던 죄 등을 고백한다”면서 “값싼 은혜 속에 안주하는 것을 청산하도록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회 고백은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의 사회로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김성영 총장(성결대),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등이 참회의 기도를 했으며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가 ‘마땅히 맺힐 열매’(마 3:7)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날 참회고백을 마련한 김명혁 목사는 “특별히 김창인 원로 목사의 고백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했다”면서 “4백 명이 넘는 분들이 이른 시각에 참석해서 합심 기도하며 회개하는 헌신 때문에 반드시 부흥의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발표회 자리에는 윤남중 목사(새순교회 원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한명수 목사(합동총회 증경총회장, 창훈대교회 원로), 김경래 장로 등 이목을 끄는 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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