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 속에서 깨닫는 가족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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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 속에서 깨닫는 가족의 소중함
  • 현승미
  • 승인 2005.03.09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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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다녀왔습니다’

가장 소중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 소홀히 하기 쉬운 사람들, 가족. 그 가족의 모습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연극 ‘다녀왔습니다’가 어느덧 탄생 10주년을 맞아, 오는 27일까지 발렌타인 극장에서 기념공연을 선보인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80년대를 살았던 한 가족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정된 직장 없이 그날그날 일자리를 찾아 발품을 파는 50대 중반의 아버지. 직장에 다니는 큰 딸 성희와 대학생 둘째 딸 경희, 고등학생인 막내 딸 소희. 그리고 매일 가족들을 위해 새벽기도회에 나가는 어머니. 겉보기에 평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이지만, 그들 각자는 나름대로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산다.


자신이 벌어 온 돈을 고스란히 생활비에 보태야 하는 큰 딸 성희는 남자친구의 결혼제의를 선뜻 받아드리지 못한다. 대학생인 경희는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지만, 자신의 몸치장하는데 여념이 없다. 사춘기 소녀 소희는 자신의 방 하나 없이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치이고,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에서 창피를 당하는 자신의 삶이 너무 피곤하기만 하다.


“책임지지도 못 할 거면서 뭐 하러 날 낳았어?”

소희는 맘에도 없는 말을 내뱉어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사실 이 가족이야기는 어느 신출내기 작가가 쓰고 있는 작품이다. 이제 작가는 ‘어머니’를 꼭 닮은 막내 소희가 우연히 가족사진을 발견하면서 추억에 잠기는 장면으로 작품의 끝을 맺으려 한다. 그러나 갑자기 작품 속 인물인 소희가 작가에게 말을 걸어온다. 딱 한번만 그 시절로 돌려보내 달라고.


“맞아 맞아, 나도 저 때 흰 우유 정말 먹기 싫었는데..”

“웬일, 저 청바지며, 안경, 머리 모양은 어떻고..”

무대에서 극이 진행되는 동안 공연장 여기저기에서 맞장구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관객들은 소박한 이야기와 작은 숨소리조차 느낄 수 있는 소극장 무대만의 감성을 통해 어느새 추억의 앨범을 펼쳐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 것이다.

가족에 대한 추억에 빠져있는 관객들을 향해 작가가 또 한 가지 특별한 선물을 한다.


“이 공연장을 나가실 때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고 나가세요. 그리고 밖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보세요. 집에 들어갈 때 부모님께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쳐보세요. 가족들을 위해 작은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들어가 보세요.”  

80년대를 훌쩍 지나 2천 년대가 된 지금에도 여전히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우리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범함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기분 좋은 소품 같은 연극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



 

한편, 연극 ‘다녀왔습니다’는 1995년 2월 광성교회 소속의 아마추어극단에 의해 첫 무대에 오른 후, 2002년 대학로로 자리를 옮겨 총 5차례의 정식공연을 해 왔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 출연했던 김명수씨가 ‘작가’로 출연하며,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더플레이엑스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최인경씨가 ‘막내 소희’ 역을 맡아 열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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