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이끄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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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이끄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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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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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보유 상황에서의 대북 지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환철<남북나눔 교육국장>

“우리는 이미 부시 행정부의 증대되는 대 조선 고립 압살 정책에 맞서 핵무기 전파방지 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 우리의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의 현실은 강력한 힘만이 정의를 지키고 진리를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월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의 말미에 붙어있는 세 문장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이 이전에도 핵무기 보유를 기정 사실화 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이번 선언이 외무성의 공식 성명을 통해 나왔으며 6자 회담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측면에서 이전에 비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이를 두고 세미나나 토론회를 통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고민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의 핵무기가 이미 지구를 수십 번 날릴 만큼인데, 유독 (초보적 단계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문제를 침소봉대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과잉 대응을 자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교계 인사도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은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을 비롯해서 북한 이외의 핵 물질들은 국제 사회의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수와 양이 적다하더라고 ‘통제 밖에 있는 북한 핵’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북 관계,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진행 중

우리는 지금, 애써서 이 문제가 ‘별 것 아니다’라고 강변하기 보다는 북한과 미국이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진력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본다. 문제의 성명에서 북한은 “미국이 우리 제도에 대해 시비질하지 않고 우리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반미를 하지 않고 우방으로 지낼 것이라는 립장”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미국 스스로 천명한 ‘평화적이며 외교적인 해결책’을 복기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이 성명서가 ‘위협’보다는 6자 회담에서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협상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이 현재 6자 회담을 명분 없이 보이콧해서는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이번 성명과 관련해서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도 끊고 북한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북핵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본다면 좋은 열매를 가져올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 북핵 위기 역시 지난 수십 년 간 겪어온 분단의 긴장중 하나이며, 정치권과 군, 그리고 국제 사회라는 복잡한 틀 속에서 우리의 평화 역량을 발휘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다.

하나의 대원칙이 있다면 남북 간, 북미 간, 그리고 주변 국가들 간의 활발한 대화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 대화를 유지하는 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의 영리적 협력 사업과 인도적 구호 단체들의 정치 상황과 무관한 꾸준한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북핵 위기가 북한에 어떻게든 핵을 대체할 에너지를 공급할 때 해결된다면, 한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가 풀지 못할 만큼 큰 문제도 아니다.

지난 1월 미 의회 방북단이 하바로프스크에 이어 평양을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가스를 북한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방북한 미국 의원들 가운데는 러시아 가스전에 지분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때 미 의회 의원 중에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왕에 미국이 개성공단에도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거나 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생겼으면 좋겠다. 한반도의 평화 기조가 서로 적대하는 쌍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구도는 이 시점에서 꿈꿀 만 하며 매우 바람직한 적극적 평화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의 관계는 지금 ‘싸우지 않는 상태’에서 ‘서로 협력하는 상태’로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 남북만이 아니라 북한과 미, 일, 중, 러의 관계도 여러 가지 ‘이윤동기’를 자극하고 기회를 나눠줌으로써 ‘서로 협력하는 상태’로 속히 이행하도록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평화전략이다.
 
북한에 대한 외면이 평화 만들 수 없다

과거, 남북의 정권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을 때, 지금보다 훨씬 적대감정이 심할 때부터 ‘인도적 지원’은 실낱같은 ‘교류의 끈’을 유지해 왔다. 대북 단독 창구 정책(적십자)이 완화된 이후 십여 년 간 꾸준히 여론에 떠밀리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지속한 결과 심심찮게 북측의 파트너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솔직한’심경을 듣는다. 지난주에도 북측의 모 기관에서 ‘못자리 비닐 좀 많이 보내 달라’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2004년 4월 룡천 폭발 사고 때 북한은 가장 먼저 중국측에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국제적십자사에 알렸고, 남측에는 맨 나중에, 그것도 수동적인 태도로 마지못해 알렸다. 물론 지원액수는 정 반대의 순서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올 해 모내기 철에는 우리에게 가장 먼저 ‘도와달라’고 한다. 이걸 외면할 것인가. ‘외면’이 ‘평화’를 만들어 낼까?

때로는 변화하지 않는 북한이 원망스럽고 이 분단을 극복하려 할 때 참으로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긴장과 감정의 기복 속에서 지속적으로 어린이 식량을 보내야만 하는 ‘인도적 지원’이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십수 년의 경험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말하는 원수(또한 형제)를 다루는 방법에서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은 가장 높은 단계의 전략이다.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전쟁을 겪지 않고 평화를 이끌어올 수 있는 가장 기본 전제가 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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