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푸드뱅크가 마련한 나눔문화 ‘수요 주먹밥 콘서트’
상태바
성공회 푸드뱅크가 마련한 나눔문화 ‘수요 주먹밥 콘서트’
  • 승인 2004.11.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연보고, 결식이웃 돕는 도심속 ‘사랑축제’

갑작스레 추워져 한산한 거리,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겨울비까지 내리는 11월의 어느 수요일. 도심 한복판에서 ‘쿵짝쿵짝’ 울려 퍼지는 밴드의 노랫소리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9월부터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는 매주 수요일 12시 특별한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성공회 푸드뱅크(대표:김재열신부)가 주최하는 ‘수요주먹밥콘서트(이하 주먹콘)’가 그것이다.

주먹콘은 매주 수요일 매일 먹는 일상의 점심 대신 야외로 나와 주먹밥 세 개로 배를 채우고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콘서트이다. 개인 의사에 따라 얼마간의 기부도 가능하다. 이 공연은 사실 결식 이웃을 돕고 도심속 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됐다.

주먹콘을 책임지고 있는 성공회 푸드뱅크는 대한성공회가 1998년 5월에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결식이웃을 돕는 비영리기관으로서 전국 30개 지역에서 하루 12,000여 명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먹거리를 나누어주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울 때 가정에서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은 기부금이다. 이는 성공회 푸드뱅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주먹콘은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성공회 푸드뱅크 본부장 김한승신부는 “주먹콘은 도심지의 직장인을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주먹밥과 함께 좋은 공연을 제공함으로써 부담 없이 즐기는 나눔을 통해 작은 행복을 누리는 것을 포커스로 두고 있습니다. 나아가 나눔이라는 쉽지 않은 단어가 주먹콘 행사를 통하여 이룩할 것을 기대합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9월 8일 이상은, 언니네 이발관으로 시작해 11월 10일 공연의 뷰티플 데이즈, 노브레인까지 모든 출연자들의 공연료도 주먹밥 세 개와 장국이 전부이다. 그래도 그들은 즐겁다. 나눔이 있어 즐겁고, 자신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있어 즐겁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여유가 생겨, 친구들끼리 가끔 이런 공연에 다녀요. 옛날 주먹밥도 그립고, 불우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어요.”

TV에서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왔다는 50대 여고동창생들은 메마른 마음을 문화적 감성으로 채울 수 있어 좋다며 수다를 떨었다.

“근처에 있는 미술관에 들려 작품 감상하고, 공연 보러 왔어요.” 대학 4학년생인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중년의 부부는 싸이작업을 위해 연신 공연자들을 찍어대는 딸의 멋진 모델도 돼준다.

이미 지난달 27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작가로 잘 알려진 신영복교수를 시작으로 한달에 한번 주먹밥 시민공개특강도 진행하며, 지난 17일부터는 실내로 장소를 옮겨 클래식, 발라드, 국악 등 새로운 장르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주먹콘 행사가 없어지는 날은 바로 국내에서 굶는 이가 없어지는 날입니다.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동안은 열심히 도와야겠지요. 내년부터는 포항, 부산, 대구 등 전국지부로 확대해 전국 순회공연도 하고, 구세군의 자선냄비처럼 정례화된 공익콘서트로 자리매김 할 겁니다.” 김한승신부는 주먹콘이 새로운 나눔문화로 확산되길 소망했다.

1회 100만원 안팎의 모금액이 전부지만, 이러한 자연스러운 나눔문화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주먹콘사람들. 전국으로 확대되는 이들의 작은 몸짓은 세상으로 나가는 새로운 문화선교 방향을 제시해 준다.

현승미기자(smhyun@uc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