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서 신앙 잃으면 ‘도루묵’, ‘역파송’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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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서 신앙 잃으면 ‘도루묵’, ‘역파송’ 초점 맞춰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4.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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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MA, ‘2024 이주민 선교 컨설테이션’ 개최
예배부서 넘어 선교하는 이주민 교회 꿈꾸길

새로운 선교 환경이 열렸다. 무대와 주연, 모두가 달라졌다. 무대는 해외 선교지에서 우리나라로 옮겨졌고 주인공은 이주민들로 바뀌었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우리나라에 온 다문화 이주민들의 수는 250만명에 이른다. 노동자부터 난민, 유학생, 결혼 이주민까지 양상도 다양하다.

이주민 대부분은 이슬람 국가, 힌두권 국가, 공산권 등 창의적 접근 지역에서 온 이들. 만약 이런 국가들에 복음을 전하려 각각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선교사가 필요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국경의 문이 높아져 일반적인 종교 비자로는 입국조차 쉽지 않은 상황. 그렇기에 우리 곁을 찾아온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너무나도 시급한 동시에 중요한 사역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 KWMA)는 지난 8일 새중앙교회 미션센터 미션홀에서 이주민 선교 활성화를 위한 ‘2024 이주민 선교 컨설테이션’을 개최했다. 특히 이주민 선교의 주체는 지역교회가 돼야 한다는 것에 주목하고 ‘지역교회가 어떻게 이주민 선교를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컨설테이션을 진행했다.

삶을 함께하는 이주민 선교

이주민 선교에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사역비나 사역 환경의 문제라면 일단 나중의 일이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성실하게 교회에 출석하며 교육을 받는 것처럼 보여도 본국에 돌아가고 나서는 마치 없었던 일인 양 신앙을 새까맣게 잊고 만다는 것이다. 그저 개인이 신앙생활에 열심을 잃은 경우도 있겠지만 본국의 문화적 특성상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기가 힘든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경우가 됐건 한국에 있을 때 신앙을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일이 관건이다.

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3~4년 정도에 불과하다. 주일에 만나는 것만으로 본국에 돌아가서도 흔들리지 않을 신앙을 심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 그래서 홍광표 목사(새생명태국인교회)는 아예 이주민들과 삶을 나누는 길을 택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사셨던 공생애의 삶에서 힌트를 얻었다. 성도들과 하루 24시간 365일을 함께한다면 3년을 마치 30년처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날 컨설테이션에서 ‘이주 노동자 선교를 하는 지역교회’를 주제로 발제한 홍 목사는 “2005년 12월 교회를 사임하고 다음 해 1월부터 화성시청 주변에 있는 공장들의 태국인 근로자를 찾아 방문했다. 매일 저녁 그들이 공장 기숙사로 돌아와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시간을 찾았다. 그렇게 매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됐다. 그 후에야 예배 장소를 물색했다”고 소개했다.

처음엔 근처 교회의 공간을 빌리다 나중에는 6개의 방과 예배실, 사무실과 거실, 주방까지 갖춘 공간이 마련됐다. 함께 사는 삶이 시작되며 완전한 가족이 됐다. 매일 예배를 드렸고 말씀과 삶을 나눴다. 필요에 따라 한국어와 바리스타 교육도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태국으로 귀국한 성도 중 연락이 끊기는 분들이 발생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자립이었다. 재정이 해결되지 않다 보니 태국에서 살지 못하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일을 하러 떠나야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귀환 정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했다. 성도들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재정 사용 원칙을 교육했고 작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꿈을 심었다. 3년 동안 태국의 중소도시에 14개의 가맹점을 열었는데 4호점은 교회가 됐다.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사역하며 70명이 넘는 신학생이 배출됐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성도들은 목회자가 되어 교회를 개척한 이들을 후원했다.

성공적인 사역의 비결로 홍 목사는 ‘이주 노동자 선교를 하는 지역교회 로드맵’을 제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이주민 선교는 준비기와 개척기, 정착기, 성장기, 확장기로 구분된다.

준비기에는 지역 내 이주민에 관한 기초 조사를 실시하고 대상을 선정한다. 선정된 대상의 국가에 대한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에 관한 연구는 필수다. 귀국 선교사와 연합 등을 통해 언어 문제를 해결하고 예배와 쉼터를 위한 장소를 물색하며 예산을 계획하는 일도 필요하다.

개척기에는 전도에 총력을 다하면서 회심한 성도들을 위해 새가족 교육 프로그램과 세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정착기는 개척기의 전도로 회심한 지체들을 말씀과 기도로 무장시키고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세워나가는 단계다. 현지어로 된 교제를 활용하면서 전도 훈련도 포함해야 한다. 제자 세우기에 거룩한 부담을 갖고 본국 신학교와의 협력으로 사역자를 양성하는 일도 계획할 때다.

성장기에는 신학교 사역을 통해 졸업생이 배출되는 시기다. 다양한 인턴 프로그램으로 전임 사역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게 한다. 그동안 본국으로 귀국한 성도들을 찾아 심방하고 집회를 열어 현지 교회를 개척할 수 있게 한다. 확장기에는 현지 교회 개척이 이뤄진다. 더 나아가 목회자가 된 성도들에 의해 타문화권 선교의 비전까지 품을 수 있다.

홍 목사는 “이주 근로자 선교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우리의 이주 근로자 선교는 역파송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가? 그들에 의한 지속 가능한 선교 조직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제 한국 지역교회 안에 존재하는 예배부로서의 이주민 사역이 아닌 선교하는 이주민 교회를 꿈꾸고 도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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