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교수 “목회자 은퇴 후 청빙 사역자 부족”
정년 연장안·작은 교회 의무사역 제도 제안 나와
2038년이 되면 담임목사를 청빙하지 못하는 교회가 절반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발표됐다. 부교역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교회 현실과도 무관치 않은 현상으로, 현재 목회자 수급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교단 중 가장 많은 목회자가 소속된 예장 합동총회는 지난 4일 대치동 총회본부에서 ‘목회자 수급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이종민 교수는 이목을 끌 만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종민 교수는 “합동교단 내 담임목사가 현재 1만1,235명으로, 2038년이 될 때까지 전체 71.7%, 8,063명이 은퇴한다. 현재 시무 중인 부목사와 강도사 숫자를 고려한다면, 2030년을 기점으로 담임목사를 청빙 하지 못하는 교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이 교수의 전망은 교단 통계에 나타난 부목사와 강도사 수치에서 확인된다. 총회에 공식 등록된 부목사는 현재 6,876명으로, 이 가운데 가까운 미래에 청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1970~2000년대 출생자는 3,614명에 불과하다.
“2038년까지 은퇴하는 담임목사 8,063명을 메우기에는 예비 목회자 수가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이종민 교수는 “청빙이 어려운 교회가 약 50%에 달할 것”이라고까지 예측했다. 특히 농어촌 교회와 미자립교회, 지방 소재 교회부터 청빙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이러한 비관적 전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국교회 교세 감소 추세 가운데 목회자는 공급 과잉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통계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신대원 지원자 감소 여파
청빙 목회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10년 동안 주요 신학대학원 지원자 감소 수치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는 2016년부터 교육부 대학알리미 3년치 공시를 확인하며, 신입생 경쟁률과 충원율을 꾸준히 추적 관찰해 왔다. 목회자 양성의 산실이 신대원인 만큼 미래 목회자의 배출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3년 기준 장신대 신대원의 경우 3.28대 1, 총신대 신대원은 2.56대 1, 고신대 신대원 1.84대 1, 서울신대 1.23대 1 등 경쟁률을 보였으며, 다른 신대원들은 1점대 경쟁률을 소폭 넘기거나 충원율 미달 수준으로 들어가는 추세였다.
결국 신대원 경쟁률은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해왔고, 2021년 기준 공시자료를 보면 주요 11개 신대원 중 모집정원 보다 지원자가 많은 신대원은 장신대, 총신대, 서울신대, 백석대 신대원 단 4곳뿐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총신대 신대원은 개교 이래 처음으로 0.94대 1 경쟁률 사태가 발생했다. 작년 기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신대원마다 신입생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대원들은 고육지책으로 입학 요건을 완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이지만 근본적 대책은 요원하다. 심지어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작년 입법총회에서 감신대와 목원대, 협성대 신학대학원을 통합해 2025년까지 ‘웨슬리신학대학원’의 설립을 결의하기도 했다. 감리회 산하 감리교신학대학교 신대원의 2023년 경쟁률은 0.56대 1에 그쳤다.
목회자 부족에 대한 예측은 예비 목회자 배출에서도 확인된다. 강도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합동총회는 2013년 712명 합격자를 배출했다. 작년에는 456명에 그치면서, 10년 사이 3분의 1 이상이 감소한 셈이 됐다. 제주와 충남, 해외지역에서는 단 한 명의 합격자도 나오지 않았고, 강원과 전북, 충북도 단 2명뿐이었다.
예비 목회자 감소세도 뚜렷
백석총회는 2013년 강도사고시에 220명이 응시했다. 2017년 336명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242명으로 줄었다. 백석총회는 교단 통합을 이루면서 교단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예비 목회자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도사 제도가 없는 예장 통합총회의 경우는 목사고시 응시생 수 하락에서 목회자 부족 현상을 예견할 수 있다. 이번 108회기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1천명선이 무너져 최종 997명이 응시했다. 2014년 1,570명과 비교하면 무려 573명이 감소한 수치이다.
기장총회 역시 목사고시 응시생 수가 감소했다. 2014년 당시 1차와 2차 합계 응시생이 111명이었던 것에 반해, 2023년 73명에 그쳤다. 최고치였던 2016년 174명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두드러진다. 올해도 1차 접수를 마친 응시생의 수는 단 11명으로, 근래 최저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해의 1차 응시생 수인 22명과 비교해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2014년 134명의 목사를 배출한 기성총회는 올해 40명이 줄어 94명의 신임 목사를 배출했다. 기성총회의 경우 2019년 14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121명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이듬해 2022년에는 91명으로,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100명 이하를 기록했다.
통합총회 고시위원장 안창호 목사는 “목사고시 응시생 수의 하락은 신학대 입학 충원율의 저조도 있지만, 신대원 졸업자들이 목사고시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가 최근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신대원 관계자는 “신학공부를 했지만, 목회까지 생각하지 않는 신학생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 졸업 후 사역하고자 하는 교회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 부교역자 재임 기간이 1년 미만인 현실도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목회자 부족에 대한 대책은?
2016년 본지가 주요 11개 신대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이나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한다고 응답했다. 사역 여건이 더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현실에 예비 목회자들의 사역 포기 현상이 가시화되는 것은 아닌지 후속 연구가 요청된다.
이번 합동총회 목회자 수급 컨퍼런스에서는 당장 눈에 띄는 대안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총신대 신대원 안인섭 교수(아시아교회정책연구소 운영위원장)는 “중소 교회와 농어촌 교회에서 소명감 있고 실력 있는 목회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총회 차원에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목회자 정년 연장을 두고 찬반 의견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수도권 이외의 지역’ 혹은 ‘세례교인 100명 이하 교회의 사역’에서 2년 이상 의무 사역해야 목사안수를 주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신대원생 대상 연구를 진행한 총신대 주종훈 교수는 “신대원생들이 사역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담임 목회자의 인품’과 ‘명확한 사역 방향성 제시’였다. 가장 큰 고충은 ‘사역의 과도한 요구와 학업 사이 균형 유지’였다”면서 “부교역자에 대한 인격적 존중과 대우, 지원제도 마련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는 후임 청빙이 어려운 ‘교회 간 합병’, 평신도를 위한 ‘교회교육 신학교육 시스템 마련’, ‘교회와 사역자 정보 시스템 운영’, ‘여성 사역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 등도 제안됐다.
일각에서는 미자립교회가 대부분인 한국교회 상황, 인구 소멸로 농어촌 교회가 사라져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목회자 청빙 여부를 지금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 목회 현장은 청빙을 생각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이다.
합동총회 통계(2023년 7월 기준)에 따르면, 교단 소속 교회는 1만1,238개이며, 미래자립교회(미자립교회)는 3,319개였다. 교세를 보고하지 않은 2,823개 교회를 제외한 자립교회는 5.096개 교회로 전체 절반에도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