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잘파세대’ 붙잡는 비결?…“탈권위와 사회적 책임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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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잘파세대’ 붙잡는 비결?…“탈권위와 사회적 책임 추구”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2.23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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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22일 ‘제1차 에큐포럼’ 진행
‘청년이 떠나는 교회, 미래가 있을까?’ 주제로 대안 제시

오늘날 교회를 떠나기도 쉽고 교회로 돌아오기도 쉬운 잘파(Zalpha) 세대를 붙잡으려면,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청년들을 사역의 주체로 세우는 탈권위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신승민)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 공간이제에서 청년이 떠나는 교회, 미래가 있을까?’를 주제로 1차 기사연 에큐포럼을 열고, 다음세대의 위기 가운데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과제와 대안을 살폈다.

먼저 세신교회 김종구 목사는 젊은이와 한국교회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잘파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소년·청년들의 특성을 짚었다.

그는 잘파세대는 Z세대(1990~2010년 출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를 합친 말로서 개인화탈신앙화특성이 두드러진다현재 우리나라 잘파세대는 약 1,500만명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5%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잘파세대가 미전도종족이 된지는 이미 오래. 특히 코로나 시기 동안 교회 이탈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김 목사는 작년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잘파세대의 개신교 이탈률이 91%인 반면, 회심하여 돌아오는 비율도 75.8%로 높게 나타났다. 교회를 떠나기도 쉽고, 교회로 돌아오기도 쉬운 세대가 바로 잘파세대라고 부연했다.

이런 잘파세대와 교회의 관계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김 목사는 예배와 영성을 회복하는 교회 젊은이를 의사결정 주체로 세우는 교회 사회적 책임과 실천을 이루는 교회 주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교회는 내부적으로는 청년 돌봄,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정의공의를 세우는데 기여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시대정신을 해석할 수 있는 차원의 영성이 요구된다. 사회의 구조적 변화, 경제 양극화 문제, 약자에 대한 돌봄, 생태계의 회복, 생명의 가치 등과 관련한 기독교윤리적인 정립이 이뤄져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은 사회적 책임에 기초한 사고와 활동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또, 한국교회가 젊은이들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교회의 비민주성과 권위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청년들을 교회에 필요한 일꾼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부터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최근, 많은 교회에서 청년과 여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바람직한 변화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을 위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길섶교회 김동환 목사는 청년들의 귀환이란 제목 하에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교회가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공동체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성을 종교의 내용을 삶과 연결 짓는 것으로 정의한 김 목사는 공동체와 커뮤니티에서 청년들은 무엇보다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신앙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책과 영화 등 문화를 활용할 수도 있고, 함께 스포츠를 즐기거나 여행을 갈 수도 있다. 교회가 다양한 콘텐츠로 영성 수행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기회의 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동체와 커뮤니티의 특징을 모두 가진 교회는 에너지가 생겨난다. 개인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나와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고 또한 사회구조의 문제에 어떻게 참여할지 자율적으로 정하고 실험해볼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신앙의 열정을 존중하고 실험적 실천들의 실패 가능성을 허용해줄 때, 청년들은 교회가 안전하면서도 창조적인 영성의 공간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하성웅 목사와 한백교회 강세희 전도사가 나선 논찬 시간에서도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사역 방향을 두고 유의미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교회가 권위주의를 내려놓을 것 신앙과 현실적인 삶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선포할 것 대형화가 아닌 작지만 다양한 교회를 추구할 것 목회자의 윤리적 일탈을 제대로 치리할 것 비민주적인 교회와 교단의 구조를 바꿀 것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됐다.

특별히 교회가 권위주의적인 옷을 벗어 던지고 세대 간 조화와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견해에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성웅 목사는 다양한 세대가 교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다양한 세대가 교단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세대별 총대 쿼터제 같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혹은 총회 청년자문단을 두어, 교단 안에 여러 의제들에 청년들의 의견이 수렴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세희 전도사도 목회자의 권위에 의해, 기성세대의 권력에 의해 타자화된 청년들은 자신의 사유를 소외시키며 맹목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단절을 택하거나 끝내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것 같다온 세대 교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다양성 속 일치를 이뤄야 한다. 세대를 막론하는 어울림이 교회 문화의 궁극적이고 모범적인 지향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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