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의 평등의식, 안 믿는 사람과 별반 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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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인의 평등의식, 안 믿는 사람과 별반 차이 없어”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3.01.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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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평등의식 조사’ 결과 발표

19세기 말, 개신교를 받아들인 조선 사회에 싹튼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는 ‘만민평등주의’였다. 당시 선교사들은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다”는 바울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이같은 가르침이 열매를 맺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1898년 만민공동회의 시민 대표 박성춘이다. 백정 출신인 박성춘이 숭동교회 장로를 역임한 것은 당시로써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렇듯 한국사회에서 개신교는 ‘평등의 종교’였다고 단언해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이런 ‘평등의 종교’ 이미지를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김영주 목사, 기사연)가 최근 발표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평등의식 조사’에 따르면 평등에 대한 인식이 개신교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존엄하기 때문에 모두 평등한가’를 묻는 질문에서 개신교인은 79.8%가 그렇다(약간+매우)고 응답해 70.6%인 비개신교인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지만, 어떤 사람은 존중하거나 평등하게 대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비개신교인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개신교인 77.7% ‘그렇다’, 비개신교인 78.9% ‘그렇다’) 특히 노숙인과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에 대해 ‘거리낌을 느끼는 정도’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비슷했다.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기독교인(39.9%)이 비기독교인(31.9%)보다 더 거리낌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대해 기사연은 “앞서 존재 자체로서의 평등함에 대한 동의율이 높았던 것이 비춰 보면, 많은 이들이 이성적으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인식하나 현실적으로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것은 어려워함을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문항에서도 개신교인(약간 그렇다+매우 그렇다 61%)과 비개신교인(63.4%) 사이에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절반이 넘는 개신교인 응답자들이 기독교의 궁극적인 목적에 관해 묻는 질문에 ‘구원과 천국’을 답으로 선택했다(52.5%). 이는 종교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비개신교인 응답자들이 ‘깊은 깨달음’과 ‘성숙한 시민 되기’, ‘삶의 축복’ 등을 우선 선택한 것과 매우 비교되는 답변이다. 특히 비개신교인들이 이해하는 기독교는 ‘구원’이라는 한가지의 목적에 매우 충실한 종교임이 강조됐다. ‘기독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비기독교인들은 ‘일요일에 교회에 모임’(35.1%), ‘배타적임’(25.3%), ‘길에서 전도함’(22.9%) 등의 순으로 답변했다. 반면 ‘사회적 영향력이 높다’는 응답은 7.1%에 그쳤고, ‘착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이밖에 ‘다른 종교에 비해 (매우+약간)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는 응답은 78.1%, ‘다른 종교에 비해 (매우+약간)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응답은 2.4%로 나타났다.

포용성 측면에서도 ‘다른 종교기관에 비해 (매우+약간) 배타적’이라는 응답이 63.5%로 나타났다.

성결대학교 이민형 박사(파이데이아학부)는 “이번 인식조사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평등의식은 크게 차이가 없으며, 특히 신앙은 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낭설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과연 개신교인들에게 예수의 가르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쩌면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바는 또 다른 형태의 비판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사연 원장 김영주 목사는 “최근 ‘공정담론’은 청년 세대에게 있어서 기회의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결과의 평등에 대한 문제의식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가운데 일부 개신교 집단은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한국교회는 과거 민주화, 인권, 자유와 평등을 위해 앞장서기도 했지만, 최근 한국교회 이미지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어 우려가 깊다”고 조사의 취지를 밝혔다.

김 목사는 또 “예수께서 그러하셨듯이 교회는 가난한 자와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가 한국 사회의 ‘평등에 대한 인식의 영역’을 조금이라도 알리는 소중한 기초자료로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해당 조사는 지난해 11월 15~24일 온라인 패널(전국 만19세 이상 개신교 남녀 각 1000명, 전국 19세 이상 비개신교인 남녀 각 1000명)을 대상으로 기사연 의뢰로 지앤컴리서치가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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