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낚는 그물-‘남숨특좋’(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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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낚는 그물-‘남숨특좋’(1)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11.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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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23)

난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주말이 되면 가족을 두고 혼자 밤 낚시하러 떠나던 친척 때문이다. 생명체를 바늘에 낚아 올리는 모습도 싫다. 그러다가 낚아 올린 고기를 다시 강에 넣어주는 어느 낚시꾼을 보게 됐다. 물고기에는 관심이 없고, ‘낚는 재미’가 좋아 낚시를 하는 것 같았다. 바다에서 큰 그물로 고기떼를 잡은 후 작은 고기를 골라 바다로 보내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많은 고기를 사로잡기 위해 그물을 사용한다. 감사 운동을 하면서 제일 먼저 직면하는 어려움은 ‘감사거리 찾기’다. 감사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찾지 못하는 게 문제다. 대학생들에게 감사 일기를 쓰게 하면서 그런 친구를 두 명 봤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감사할 일을 찾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는 고마운 일인데, 그게 당연한 일이지 왜 고마운 일이냐고 했다.

 

감사에도 ‘하수’, ‘중수’, ‘고수’가 있다

바둑에서 그렇듯이 감사에도 ‘하수(下手)’, ‘중수(中手)‘, ‘고수(高手)’가 있는 것 같다. ‘감사 하수’는 로또 복권 당첨 같은 기적이 생길 때만 감사한다. 기적이 자주 일어나지 않으니, 평소에 감사거리가 보일 리 없다. ‘감사 중수’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감사거리들을 용케 찾아낸다. ‘감사 중수’는 “그래서…”, “그러므로…” 감사한다. 그러니 순간순간이 기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감사 중수’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감사 그물이 있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감사 고수’는 남들이 볼 때 불만스러운 일인데도 거기서 감사거리를 찾아낸다. 이들에게는 “분명히 금이 있다”는 확신으로 단단한 돌을 파내는 광부의 눈이 있다. 이들은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사에 감사!”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믿기에 이들은 범사에 감사거리를 찾아낸다. 

‘감사 하수’처럼 삶에서 감사거리를 찾지 못하는 이를 ‘감사 색맹(色盲)’이라고 불러보자. 색맹이란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불완전해서 빛깔을 가리지 못하거나 다른 빛깔로 잘못 보는 상태를 말한다. 감사 색맹은 우리 삶 속에 산재한 감사거리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 우리는 하나님 보시기에 감사 색맹일 수 있다. 로버트 슐러 목사의 말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가지의 기적이 일어나지만, 그 기적을 기적으로 믿는 사람에게만 기적이 된다.” 그의 말을 패러디해본다. “하루에도 수백만 가지의 감사한 일이 일어나지만, 그 감사한 일을 감사한 일로 믿는 사람에게만 감사한 일이 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삶 속에서 감사를 찾아 낚을 수 있을까? 감사를 낚는 그물을 하나 소개해보려고 한다. 그물의 이름은 ‘남숨특좋’. “남은 걸 봐라!”, “숨어 있는 걸 봐라!”, “특별하게 봐라!”, “좋은 쪽을 봐라!”의 첫 자를 딴 이름이다. 우리 삶에 ‘남숨특좋’ 그물을 던지면 수많은 감사거리를 낚을 수 있다. 

도넛을 놓고 “맛있게 생겼다”며 만족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왜 가운데에 구멍이 나 있느냐?”고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 남은 것보다 잃은 걸 보는 관점의 차이가 불만을 만들어낸다. 물컵을 놓고 “반 밖에…”라고도 하지만, “반이나…”라고도 한다. 시험에서 “5개나 틀렸다!”고도 하지만, “15개나 맞았다”라고도 한다. 남은 걸 봐야 감사가 생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충무공의 이 그물이 승리를 이루었다.

재미있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올림픽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표정을 연구한 것이다. 가운데 금메달 수상자의 표정이야 의심할 것 없이 더없이 환하다. 그런데 은메달 수상자와 동메달 수상자의 표정이 퍽 대조적이다. 선수들의 표정 밝기가 메달 색깔 순서대로일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많은 시상 장면을 놓고 분석한 결과, 동메달 수상자의 표정들은 한결같이 환한데, 은메달 수상자의 표정들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아마 동메달 수상자는 ‘남아 있는 동메달’을 생각했고, 은메달 수상자는 ‘놓친 금메달’을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잡지 편집 일을 오랜 세월 해봤다. 가장 어려운 게 교정이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오·탈자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완벽한 축구 골키퍼가 없듯이. 한번은 중대한 교정 실수가 나와 상사로부터 크게 꾸지람을 받은 적이 있다. 너무 심하게 꾸중을 하기에 나오면서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맞은 게 더 많습니다!” 감사를 낚는 그물 ‘남숨특좋’의 첫 번째는 “남은 걸 보자”다. 잃은 것, 놓친 것은 잊어버리고 남은 것을 낚아 감사하자!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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